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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나더씽킹 Apr 12. 2024

행복한 시절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아

아침 등굣길, 아이를 차에 태우고 가는 길에 두 꼬마를 보았다. 일곱 살 여덟 살쯤 돼 보이는 남매는 연년생이거나 이란성쌍둥이로 추측됐다. 옆에 선 아빠는 아이들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벤치에 앉은 두 아이는 아빠를 올려다보며 재잘거리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얼굴이 웃음이 얼마나 밝고 맑던지 그걸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나 "저 아이들 좀 봐. 너무 행복해 보이지? 저 때가 아무 걱정 없이 진짜 너무 행복한 시기 아니니?"


아들 "그렇지. 근데 저 나이 때는 그걸 모르지. 나도 어릴 때 어른들이 그렇게 말하는 걸 많이 들었는데 무슨 말인지 몰랐어."


나 "지금은? 지금은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


아들 "응, 지금은 알지. 그때 진짜 행복한 나이였다는 것도 알고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 시기인가 하는 것도 알아."


나 "와~ 너무 좋다. 맞아. 사람들은 지나는 동안엔 모르고 항상 지나고 나서 깨닫잖아. 그때가 정말 좋았다고, 그러면서 그리워하고. 엄마도 지금은 나이가 너무 많다고 아쉬워하는데 몇 년만 지나도 아, 40대 후반 정말 좋은 나이였어! 하겠지? 매일매일 아쉽지 않게 살아야겠다. 그렇지?"


아들과 아침 대화를 떠올리다, 책에서 읽은 구절이 오버랩되었다.


"바다는 아주 짜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시간이 흐를수록 짠맛을 못 느끼게 된다. 그 맛을 음미하는 능력이 무뎌지기 때문이다. (...)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무리 행복해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익숙해진다. (...) 짠맛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면 익숙한 것도 새롭게 보이면서 모든 것이 달라진다. (...)
바다 소금은 너무 말라도 안 되고 너무 젖어도 안 된다. 동일한 물의 양이 중요하다. 그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완전히 실망만 시키고 질리게 하는 것도 없고 완전히 좋기만 한 것도 없다.
삶은 양면이지 절대 단면이 아니다."

-<모든 삶은 흐른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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