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eetime Nov 08. 2022

남자가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그래야 니가 산다

가끔 저도 요리라는 걸 합니다. 잘하는 요리는 몇 개 없지만 좀 잘합니다. 토마토 패이스트, 양파, 레몬즙을 이용한 연어요리. 이건 오븐이 없어서 이제 요리 안 합니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콩나물 국, 감자조림 이 정도 만들 수 있습니다. 아주 빠르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는 김치볶음밥입니다.


김치냉장고에 갑니다. 왼쪽 문을 열고 김치를 꺼내옵니다. 꼭지를 자르고 김치 잎을 도마에 차곡차곡 쌓은 다음에,, 손이 너무 시립니다. 따뜻한 물에 손을 잠시 데웁니다. 자 다시 김치를 잘게 자릅니다. 전 김치가 너무 크면 싫습니다. 익히는데도 오래 걸립니다.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자른 김치를 넣고 중불에 볶습니다. 강불에 하면 김치가 탈 수 있습니다. 뒤집개로 김치를 잘 뒤집어 줍니다. 이쪽으로 한번, 저쪽으로 한번 계속 뒤집어 줍니다. 김치의 색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붉은색에서 흰색으로 변하는 게 보입니다. 그때 또 뒤집어 줍니다.


밥을 넣습니다. 설마 이렇게 많이 먹을까 싶을 정도로 밥을 퍼고 나서 한 주걱 더 퍼 담습니다. 그럼 밥통에 남은 밥이 없어집니다. 참 사람 입이 무섭습니다. 밥의 부피가 어마어마합니다. 김치에 밥까지 더해져서 프라이팬 밖으로 밥이 삐집고 나갈 정도입니다. 숟가락이 밥과 김치 사이를 지나가도록 눌러서 밥과 김치가 잘 섞이게 합니다.


자 이제 김치볶음밥의 맛을 극대화시키는 치트키를 사용합니다. 굴소스를 투하합니다. 두 숟가락 정도 넣고 기분에 따라 한 숟가락 더 넣습니다. 괜찮습니다. 굴소스는 믿음입니다. 여러분을 특급 요리사로 만들어 줍니다.


자 이제 김치볶음밥을 왜 남자가 만들어야 하는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잘 들으셔야 합니다. 여러분의 일주일이 편해질 수도 있습니다. 김치볶음밥을 만들기 위해서 먼저 김치를 잘라야 합니다. 이때 김치를 자르는 칼에 주목합니다. 특히 김치 잎 부분을 자를 때 잘 잘라지는지 느껴봅니다. 잘 안 잘라집니다. 왜? 칼이 잘 안 듭니다. 무뎌집니다. 칼은 쉽게 무뎌집니다. 이때가 칼을 갈아야 할 때입니다.


칼이 잘 안 들면 부인의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계속하다 보면 짜증이 납니다. 짜증이 쌓이면 남편이 힘들어집니다. 미리 예방할 수 있습니다. ㅎ  밥을 다 먹고 무심하게 말합니다. "칼 갈게 많이 쓰는 칼 좀 골라줘"


다이소에는 칼 가는 돌을 팝니다. 다이소 없는 게 없습니다. 한쪽 면은 거칠고 반대쪽 면은 부드러운 돌입니다. 먼저 돌에 따뜻한 물을 부어서 돌을 살짝 데웁니다. 칼날이 몸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칼을 갑니다. 반대로 하면 칼 갈고 나서 더 욕먹습니다. 기억하세요 칼 날이 몸 쪽으로 향하게 잡고 날이 몸에서 멀어지게, 칼 등이 몸 쪽으로 향했을 때는 몸 쪽으로 가까워지게 칼을 갑니다. 그다음 돌의 부드러운 쪽으로 이 동작을 반복합니다.


Photo by Portuguese Gravity on Unsplash


칼을 다 갈고 다시 김치를 잘라봅니다. 아주 부드럽게 거침없이 김치가 잘립니다. 자 다시 김치를 꺼내서 이번에는 성큼성큼 김치를 잘라서 반찬통에 담습니다. 그리고 내일 출근할 때 김하고 먹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