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리는 첫 면접. 저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D-DAY
드디어 인터뷰 날이 되었다. 인터뷰는 1시 반.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면접 전에 영어로 입도 풀어둘 겸 언어교환 어플로 알게 된 리건이란 친구와 만나 점심을 먹었다. 리건은 친절하고 말이 많았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걸 물어볼 때 예시까지 들어서 설명해주는 좋은 선생님이었다.
리건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을 먹고 나는 인터뷰를 보기 위해 스타벅스로, 리건은 스카이 트레인을 타고 집으로 갔다.
지금은 1시 15분. 아직 15분이 남았지만 미리 매장에 들어가 있을 참이었다.
딸랑-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볼 스타벅스 매장에 들어갔다. 매장에는 내가 처음에 만났던 한국인 남자 파트너가 있었다. 인터뷰를 보러 왔다고 말하니 창고에 들어가 매니저를 불러주었다.
잠깐 앉아서 기다리면 된다고 했는데 매장에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서서 조금 기다리니 안에서 매니저가 나왔다.
나와 통화했던 매니저는 백금발의 머리와 미소가 아름다운 분이었다. 전화로 이야기를 할 때도 목소리가 젊었는데 실제로도 젊고 똑 부러져 보였다. 매니저 이름은 줄리였다.
반갑게 인사를 한 후 면접을 보기 위해 자리를 찾는데 빈 테이블이 하나도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창가 쪽 바 자리에 사람들 사이 딱 두 자리가 비어있어서 그쪽으로 갔다. 순간 확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양쪽에서 다 내 인터뷰를 듣고 있을 것만 같았다.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니 그런 생각은 말끔히 사라졌다. 사실 매장을 들어갈 때부터 전혀 떨리지 않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물어보는 질문에 술술 답변을 할 수 있었다. 아마 스타벅스에서 일하고 싶은 내 목표와 이유가 명확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여느 면접이나 말을 지어내고자 하면 어려워진다. 사실 면접이란 건 그 사람을 평가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을 알아가기 위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인데 말이다. 너무 잘 보이려고 꾸며내는 것보다 때로는 내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도움이 된다.
인터뷰는 마치 오픽 시험을 보는 것 같았다. 다행이었던 건 오픽 시험에 간혹 나오는 돌발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 사람들 후기를 보면 특이하거나 당황스러운 질문을 하는 곳도 있었는데, 나는 예상 질문 목록에 있던 질문들이 대부분이었다.
Julie: 당연한 거긴 한데, 스타벅스에 왜 지원했어?
Jiji: 나 스타벅스를 정말 좋아해. 그리고 내가 일했던 카페에서는 커스터마이징을 못하게 했는데, 그게 너무 아쉬웠어. 스타벅스가 고객 한 명 한 명의 취향을 맞추고자 노력하는 게 나랑 잘 맞는 것 같아.
Julie: 그럼 커스터머 서비스를 실패했던 적이 있어? 어떤 상황이었어?
Jiji: 내가 일한 카페는 선물용 상품을 많이 팔았는데 기념일이나 휴일에 많이 사가. 어느 날 엄청 바빴는데 내가 주문을 받다가 개수를 잘못 받았던 적이 있어. 그래서 다음부턴 이중 체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Julie: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관계는 어떻게 유지했어?
Jiji: 운이 좋게도 내 코워커들은 다 착했고, 내가 매니저랑 비슷한 역할을 했었는데 다 친했어. 내가 가게 오픈 멤버였거든. 같이 놀러도 다니고, 모임도 하고, 아직도 연락하고 있어.
Julie: 예상치 못한 비판이나 비난을 받은 적 있어?
Jiji: 코워커나 매니저한테? (질문을 잘 이해를 못 했다.)
Julie: 응 맞아.
Jiji: 사실 난 일하면서 그런 부정적인 반응은 받은 적 없는 것 같아. 그런데 만약 그런 비판을 받는다면 내가 뭘 잘못했는지 원인을 먼저 물어보고 고치려고 노력할 것 같아.
Julie: 그럼 단골손님 있었어? 그 손님들과 관계 유지는 어떻게 했어?
Jiji: 물론 있었지! 지금 기억나는 한 명이 있는데 매번 올 때마다 한 번에 많이 사가던 손님이었어. 그런데 알고 보니 같은 건물에 있는 중국집 사장님이더라고. 그래서 나중에 그분이 우리를 가게로 초대해서 좋은 시간 보냈어!
Julie: 오 좋은데?
Julie: 네가 일했던 곳에서도 세일즈를 했잖아? 그때 세일즈를 잘하기 위해 뭐했어?
Jiji: 음, 나는 손님들의 취향에 맞춰서 추천해주려고 했어. 만약 어떤 손님들이 단 걸 좋아한다고 하면 나는 코코넛 초콜릿이나 다크 초콜릿을 추천해줬고, 단 것을 싫어한다고 하면 얼그레이 같은 차 종류를 추천해줬어. (마카롱을 팔았었다.)
Julie: 오 맞아! 우리도 푸드 세일즈를 해야 해서 그런 추천이 아주 중요해.
Julie: 질문할 건 다 한 것 같아. 인터뷰는 이걸로 다 됐어.
만약 일하게 되면 오픈 타임인데 오전 다섯 시야, 괜찮니?
Jiji: Of course, 괜찮지! 그래서 일부러 다운타운에 집 구한 거야!
생각보다 짧았던 면접이 끝나고 줄리가 마지막에 질문이 있냐고 물었다. 다른 블로그들을 보면서 결과 언제 나오는지를 꼭 물어보라고 해서 나도 결과를 언제 알 수 있냐고 물어봤다.
면접 볼 사람이 한 명 더 있긴 해. 주말에 면접 보고 월요일까지 알려줄게! 근데 너 잘한 것 같은데?
면접을 잘한 것 같다는 줄리의 말에 기분은 좋았지만 그냥 하는 말인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말? 나 진짜 스타벅스에서 일하고 싶어! 그래서 스타벅스 일만 찾아보고 있어!'라고 마지막 어필을 했다. 그리고 줄리와 인사를 하고 매장을 나왔다.
면접 자체는 편안하게 진행했고, 말을 잘한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럼에도 너무 면접이 빨리 끝나버린 게 아닌지, 혹시 더 물어볼 가치가 없어서 이렇게 일찍 끝난 건가?라는 걱정이 한편으로 들었다.
면접 볼 사람이 한 명 더 있다잖아! 그 사람이 나보다 영어도 잘하고, 비자도 안정적인 사람이면 어떡하지?
첫 면접이라 아직 시간은 많고 바로 합격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했다.
제발.. 나를 합격시켜줘!
마음 졸이며 주말을 보내고 드디어 면접 결과가 나오는 월요일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