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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ji Aug 07. 2022

캐나다 스타벅스 파트너가 되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야

월요일 아침. 새벽부터 눈이 딱 뜨였다. 여섯 시 반쯤인가 되었는데 눈 뜨자마자 창밖에 장관이 펼쳐졌다.

밴쿠버에 도착한 후 수많은 예쁜 하늘과 풍경을 보았지만 이 날의 하늘은 그중에서도 최고였다.

짙은 코발트블루의 하늘과 샛 주황색 하늘이 위아래로 층을 이루고 있었다. 마치 칵테일 같이 두 층으로 나뉜 하늘이 너무도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누군가가 물감으로 칠해놓은 듯한 하늘에 Awesome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게 아쉬웠다.

눈을 뜨자마자 헉 소리를 내며 허겁지겁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내가 자고 있는 동안 하늘은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앞으로 이 시간에 좀 더 자주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스타벅스 인터뷰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한 바로 그날이었다.

점점 마음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느낌도 괜찮았고, 질문도 쉬웠고, 답도 막힘없이 했다고 생각하지만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긴장이 됐다. 일찍 일어난 덕에 오전 시간이 매우 길었는데, 오전이 다 가도록 전화는 오지 않고. 괜스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핸드폰만 연신 들춰보았다.


직접 가서 결과를 물어볼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하다가 도서관에 가서 일기나 좀 써야겠다 싶어 노트북을 챙겨 나왔다. 내가 인터뷰를 본 스타벅스를 지나치며 '들어갈까..' 또 고민을 하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인터뷰 결과에 대한 생각을 떨치려고 애쓰며 자리를 잡고 밀린 일기를 이어서 썼다.


바로 그때, 울리는 핸드폰.

오늘 아침에 전화 오면 바로 알 수 있게 이전에 전화 왔던 번호를 저장해뒀는데, 핸드폰 화면에 '스타벅스'라는 글씨가 떠있었다.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을 애써 가라앉히며 도서관이라 차분히 전화를 받았다.


Hello?

Hi, Jiji! I'm Julie!


이토록 반가운 목소리가 또 있을까?

줄리는 내게 트레이닝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도서관이라 목소리를 크게 하지도 못하겠고, 듣기에 취약한 나는 무슨 말을 하는지 전화로 정확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줄리에게 나 바로 스타벅스 근처에 있는데 들어가서 얘기해도 될까 물어보았고, 줄리는 흔쾌히 오라고 말했다. 바로 노트북을 덮고 도서관 건너편 스타벅스로 갔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줄리가 바로 앞에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인터뷰를 볼 때보다는 연륜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단정하고 아름다운 미소는 여전했다.

줄리에게 인사를 하니 그녀는 안으로 들어오라며 나를 백오피스로 데리고 갔다. 내가 이곳을 들어가는 날이 오다니..!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줄리는 트레이닝 일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확인차 물었다.


AM I HIRED???????

YES!!!!


OH MY GOODNESS. 내가 스타벅스 파트너라니! 정말 이보다 행복할 수 없었다!

트레이닝은 지금으로부터 3주 후인 10월 마지막 주부터 시작이다. 이제 그 전까지 맘 놓고 놀 수 있게 되었다. 다음 달 방 값은 아빠에게 조금 빌려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I AM THE LUCKIEST GIRL EVER!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캐나다 스타벅스 구직 후기를 찾아보면 굉장히 어려운 질문을 받은 사람들도 많고, 세컨드 인터뷰까지 있는 경우가 보통이라고 하는데, 나는 직접 레주메를 낸 곳이 3군데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바로 파트너가 되다니!


캐나다를 오는 순간부터 또는 그전부터 '나는 스타벅스만 노릴 거야', '스타벅스에서 일할 수 있을 거야'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막연히 될 것이라는 상상을 했는데 그 바람이 이루어져서 너무너무 기뻤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내가 했던 모든 것들이 자기 확언이었던 것 같다. 계속 그렇게 나를 믿고 행동했던 것이 더욱 내가 스타벅스에서 일할 수 있게 도운 것 아닐까.


그렇다고 전혀 불안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1주, 2주가 지나도 지원한 곳들에서 연락은 오지 않고, 계속해서 크레이그리스트*의 구인 글을 살펴보며 일단 다른 데서 먼저 일해봐야 하나 생각도 했다. 실제로 몇몇 군데는 온라인 지원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될 것이라는 당연한 마음. 그 마음이 나를 더 원하는 곳으로 이끈 것 같다.

*크레이그리스트: 판매를 위한 개인 광고, 직업, 주택 공급, 이력서, 토론 공간 등을 제공하는 안내 광고 웹사이트이다.


기쁜 소식을 동네방네 알렸다.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 있는 엄마, 아빠에게도 알리고, 친구들에게도 알리고, 이 기쁜 마음을 잊고 싶지 않아 일기에도 잔뜩 썼다. (그리고 그 일기는 지금 내가 글 쓰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캐나다 와서 친해진 언니들에게도 이 신남을 잔뜩 공유하고 그중 한 명인 카니 언니와 스시를 먹으러 갔다.


I couldn'e be happier!

정말 행복한 날이다. 앞으로의 스타벅스 생활은 어떻게 펼쳐질까?

설렌다. 기대된다. 이 설렘은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궁금한 게 너무 많다.




+) 1화에 구직활동을 했는데, 제가 일하게 된 스타벅스는 다섯 번째 매장인 도서관 앞 스타벅스랍니다! 다들 맞추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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