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이렇게 시작되는 거야
끊임없이 무언가를 갖기 위해, 또는 누군가가 되기를 바라며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전 생애 계획을 일기장에 붙여놓고 매 순간 어디까지 왔는지를 점검했다. 10년 단위, 5년 단위, 1년 목표를 세우고 그렇게 되어 있는 나를 상상하고 틀림없이 성취했다. 그런 자신에 대해 조금은 대견스러워했다.
그렇게 내내 “무언가”, “무엇을”, “그렇게” 바랬지만, 실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여기에 없는 것 같다는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랬겠지만. 항상 내 앞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될 일, 두 갈래 길이 있다고 느꼈다. 그때마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 생각되는 것을 먼저 했다. 그리고 남겨진 욕망은 마음 한편에 꽁꽁 동여매어 두었다. 이 숨겨진 욕망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애틋해졌다. 내 일기장 속의 계획은 착착 실현되고 있었지만, 일상 속의 나는 무력감과 악의적이고 적대적인 감정에 풀이 죽은 자였다.
누군가가 칭찬해주기를, 인정해주기를 기대했던 것일까? 내 생각 속에서 위대한 자의 표상을 그리고, 이상적인 모델을 계속 찾았던 것 같다. 이것이 내 삶의 목표가 되어야 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삶의 계획이 설정되어야 하니깐. 법으로 세상을 바꾸는 국회의원? 현장 속에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시민운동가? 인간의 의식을 두드리는 작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 인스타그램과 팟캐스트, 유튜브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 강단에서 아이들에게 비전을 설파하는 교육자?
이런 것일까? 저런 것일까? 내 일기장 속의 plan A와 plan B는 맹렬히 작동하였고, 잠을 줄이고 휴식을 절제하며, 진로를 설계하고 공부했다. 마치 고행하듯이 훈련을 자청하였다.
그러나 나는 점점 잘 웃지 않게 되었으며, 찡그린 얼굴의 만성피로에 시달리며,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다. 최근 들어 이제 이런 훈련은 그만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이 영토에서 떠나지 못하고 고정되어 버린 자신을 한심해하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