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안나는 시인 오마주
서울보다는 제주가 좋다.
제주보다는 이탈리아 남부 휴양지가 더 좋다.
이탈리아 남부 휴양지에 살면 좋다. 한국에서 죽으면 더 좋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마음을 가지고는 한국을 떠나지 않는게 좋다.
떠나지 못하는 마음보다 결국 떠나는 마음이 좋다.
읍내보다는 시내가 좋다.
시내보다는 리가 좋다.
면사무소 길 건너 골목길 끝, 우체국 옆 골목길 끝, 끝이 맞닿는 곳의 바닷가 빨간 대문 집이 좋다.
빨간 대문이 부서져서 더 좋다.
문을 닫고 다니는 것보다 문이 없는게 더 좋다.
급할때 뛰어 나가기 좋다.
산보다는 바다가 좋다.
산보보다는 수영이 좋다.
발이 닿는 곳보다 닿지 않는 곳이 좋다.
깊은 숨을 쉬는 것보다 숨을 멈춘 채 다음 숨을 기다리는게 좋다.
달아오른 현무암 위에서 낮잠 자면 더 좋다.
그러고도 화상 입지 않는 강한 살갗을 가지면 더 좋다.
사람 많은 곳보다는 아무도 없는 곳이 좋다.
사람 하나 없는 곳에 30일간 누구 하나만 꼭 끼고 잘 수 있다면 좋다.
바다와 강과 숲에 둘러 싸여 은하수 밑의 풀숲에 오줌쌀 수 있는 곳이라면 더 좋다.
31일째에는 사람 많은 거대한 쇼핑센터 중앙의 초라한 화단에 덩그러니 앉아 있을 수 있다면 더 좋다.
변칙적인 음악이 좋다.
손이나 발로는 따라갈 수 없는 파괴적인 박자가 좋다.
마지막은 예상 가능하면 더 좋다.
시덥잖을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