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유난한도전
토스 이야기는 항상 자극을 준다. 이번에도 그랬다. 지난 토스 창업 과정을 잘 풀어낸 '유난한 도전'이란 이 나와 처음 책을 편 자리에서 300페이지를 다 읽었다. 스타트업을 다니고 있기 때문일까, 헬스케어 업계의 토스가 되고 싶어서일까, 토스는 항상 나에게 강렬한 자극을 준다.
책을 읽으면서도 토스는 열 사람이 있어도 한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스라는 회사의 이야기를 읽는 것인데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전에는 그냥 토스의 조직문화가 잘 얼라인(Align) 되어 있구나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았다.
그들의 이야기가 '극단'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되었든 극단에 있는 것들은 대개 비슷하다. 토스가 딱 그렇다.
살다 보면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만난다. 내게는 누나가 그랬다. 같은 핏줄인데도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 전혀 달랐다. 어렸을 때 나는 누나가 불나방 같다고 생각했다. 안될 것 같은 일에 끝까지 매달리는 삶의 방식이 자기 몸을 해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좀 힘들지 않겠나, 늘 걱정됐다.
예를 들면 한낱 고속버스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을 때도 우리 둘은 선택이 다르다. 누나는 시계를 보더니 곧장 전력 질주해서 달리기 시작한다. 자기가 먼저 가서 버스 기사한테 얘기해놀테니 따라오라고 하고 먼저 뛰어간다. 나라면 그냥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고 환불 받든 지 아예 표를 다시 사든 지 해서 다음 버스를 잡았을 것이다. 어차피 2~3분밖에 안 남았는데 굳이 땀 빼면서 뛰어봤자 못 탈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은가?
투덜거리면서도 뛰어서 뒤따라 갔더니 누나가 이미 버스기사와 매표소를 번갈아가며 뭔가 얘기하고 있었고 결국엔 그 버스를 탔다. 덕분에 그다음 버스까지 수십 분을 기다릴 필요 없이 원래 일정대로 버스를 탔다. 근데 생색도 안 내고 그냥 시크하게 '거봐 된다니까'하고는 별일 없었다는 듯이 핸드폰을 한다.
버스 잡는 거야 별 거 아닌 것처럼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게 인생의 모든 의사결정에서 똑같이 적용된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은데 굳이 그걸 어떻게든 해보더니, 계속 시도해서 결국엔 해낸다. 정말 피곤하고 고단해 보이는데 남들이 보기에 불가능해 보이는 뭔가를 해낸다.
그들의 삶은 가만 보면 비슷하다. 항상 피곤해 보이며, 마른세수를 자주 한다.(ㅋㅋ) 그리고 종종 혹은 자주 날카롭지만 사실 그대로의 말들을 직설적으로 한다. 당장은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결국엔 맞는 말이고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진다. 언성 높여 토론하다가도 대화 끝나면 다시 장난치고 별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온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이게 되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일이 벌어지면 "이게 되네?"라고 이야기한다. 나의 그런 태도가 안일하다고 생각해서 최근까지는 "되게 해야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한번 느꼈다. 유난한 사람들은 "이건 된다"라고 생각한다. 어렵긴 하겠지만 진짜로 그냥 하면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거의 확신에 가깝다. 무엇이 그들을 확신하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극단에 있는 사람들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 비슷하다. 나에겐 토스가 그렇게 느껴졌다.
외부에 알고케어를 소개할 때 '헬스케어 업계의 토스가 되고자 한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개인적으로 토스를 좋아하기도 하고, 실제 우리가 풀어가는 문제도 토스의 첫 시작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시장이 유망하다는 건 다들 알지만 실제로는 꽉 막힌 시장이라는 걸 아는가? 메디컬 분야의 기술 발전 이외에 우리가 실생활에서 자주 이용할 수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는 별로 없다. 영양제 시장만 봐도 그렇다. 화성에도 가는 시대인데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알음알음 뭐가 좋다더라 하는 거 찾아보고 이거저거 구매해보고, 커다란 알약 한 알씩 꺼내 먹는다. 사용자 경험에서 아무런 진일보가 없고 그대로다. 운전도 알아서 인공지능이 해주는 시대에 정작 가장 중요한 자기 건강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사실은 다 비슷한 공장에서 생산되는 영양제인데 성분이나 함량만 조금 다르게 하여 TV광고 모델을 어떻게 쓰냐에 따라 전혀 다른 영양제처럼 판매된다. 영양제끼리 비교할 게 아니라 내 몸에 맞는지가 중요한 건데, 사람들은 3만 3천 개의 제품을 하나하나 검색해보고 있다. 별 차별성 없는 제품을 팔아 내기 위해 신제품을 찍어내고 있으니 소비자가 이러한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고스란히 감수하게 된다.
2차 산업 제조업 중심의 시장 구조 때문에 5천만 명 중 80%가 매일 먹는 영양제 경험이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이다. 마치 낡은 금융 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토스가 송금으로 시작해서 금융 시장 전체를 혁신해버리는 것처럼, 우리도 사람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헬스케어 서비스인 영양제부터 시작하여 시장을 전부 혁신하고 싶다. 그래서 더욱 토스의 이야기가 와닿았다. 굳이 이 책의 서평을 쓰는 이유다.
세상을 바꾸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로 소셜벤처에 집중한 적이 있다. 정부 지원금이나 기부금, 기업의 CSR 활동처럼 일방향적이고 자원이 소진되기만 하는 형태의 문제 해결 방식이 한계를 보이니, 사회 문제도 풀고 돈도 버는 형태의 지속가능한 보델로 소셜벤처가 각광받았었다. 근래에는 사회혁신 스타트업이라고도 불리는데.
소셜벤처 흐름을 보면서 매번 한계를 느꼈던 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에 큰 임팩트를 남기기에는 '소셜벤처'라는 프레임이 영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벌려면 시장 수요에 집중해서 돈 되는 일을 해야 하는데, 돈 되는 일이 아니라 창업가가 풀고 싶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니까 두 마리 토끼를 챙기기가 참 어려웠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비즈니스 자체에서 답을 찾고 있다. 토스가 사업을 키웠을 뿐인데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던가, 매번 화나고 짜증 났던 금융 시장이 통째로 바뀌어가고 있다. 사실상 토스가 간편 송금 서비스로 시작해서 업계 기존 공룡 플레이어들이 그 판을 따라올 수밖에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토스 같은 비즈니스가 없었으면 금융사/은행권에서 이런 변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
비즈니스라는 것 자체가 사실 소셜 임팩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모든 비즈니스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고 대가를 받는데, 여기서 상대가 원하는 것(Needs)은 항상 결핍에서 나온다. 무언가 불만족스러운 게(Pain Point) 있으니까 돈을 지불할 의사까지 생기는 것이다. 그게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 수준의 Pain Point도 있을 것이고, 재밌는 거 볼 거 없나 하는 가벼운 Pain Point도 있을 것이다. 어찌 됐든 모든 비즈니스는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대학교 때는 사회학을 전공하면서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적도 있다. 자본이 자본을 낳고, 오로지 기업 매출과 성장만을 추구하는 사고방식이 다른 윤리나 인간성도 '수단'으로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사물의 단점만 보고 이를 활용할 생각은 못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경쟁사회'의 단점이 분명 있겠지만 그렇다고 '경쟁'이라는 방식 자체가 악마의 추악한 무기는 아니듯이 말이다.
비즈니스는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삶의 모습을 바꿔놓는다. 편지를 쓰던 인류가, 전화를 쓰고, 이메일을 쓰고, 메신저를 쓰게 되는 것처럼 큰 영향을 준다. 토스가 금융을 바꾼 것처럼. 우리가 헬스케어를 바꾸고 싶은 것처럼.
비즈니스는 규모가 커질수록 삶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도 커진다. 누군가의 삶을 절망으로 보낼 수도 있고, 누군가를 즐겁게 할 수도 있으며, 누군가의 인생을 구할 수도 있다. 큰 영향을 주는 만큼 큰 책임이 따르고, 그런 점에서 누가 무엇을 지향하며 사업을 전개하느냐, 얼마나 일관되게 같은 목표를 추구하느냐가 더없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한다.
나도, 우리 알고케어도 그렇게 되고 싶다. 그렇게 될 것이다.
※ 소정의 사례비를 받고 작성한 글입니다. 근데 좋게 쓰려고 억지 부리지는 않았어요. 토스 원래 좋아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