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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토v Jul 24. 2023

사내 정치와 소프트 스킬의 차이

사내 정치 없이 소프트 스킬 사용하는 방법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회사에서도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 동료에게 일을 요청하고, 상사에게 힘든 점을 이야기하고, 경영진을 설득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겐 ‘회사는 회사, 나는 나’이고, 회사 사람들과 억지로 친해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들도 사회생활이라는 걸 한다. 사적으로 친해지는 게 아니더라도 회사생활을 잘하려면 적절히 관계 맺고, 관계를 활용하고,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소프트 스킬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회사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누군가를 설득한다든지, 논의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거나, 우호적인 관계를 조성하는 등 여러 관계적 기술들이 쓰인다. 특히 관리자 역할을 맡은 사람들에겐 직무적 과업 보다도 사람에 관련된 과업이 늘어나며 소프트 스킬이 필수가 된다.




사내 정치일까? 소프트 스킬일까?


소프트 스킬은 자주 오해를 산다. 인간 사이 관계라는 건 역동적이기 때문에 정도가 지나치면 ‘사내 정치’라는 표적이 되어 비난을 받는다.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내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을 늘리는 걸 넘어서서 네 편, 내 편을 가르고 우리 편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사람은 사내 정치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소프트 스킬을 발휘하는 것일까? 구분은 모호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원래 정치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프트 스킬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SW개발이 필요한 앱 기능이 있을 때 비개발 직군인 내가 발의하는 것보다, SW개발 담당자를 먼저 만나서 배경과 필요성을 설득한 다음 그가 대신 발의하거나, 그가 적극적으로 호응하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 일을 직접 해야 하는 개발자가 괜찮다고 하는데 뭐라 할 것인가. 훨씬 반발이 적다.


또 다른 예로, 내가 주장하는 기획안이 잘 통과될 것 같지 않다면 오히려 사전에 허락을 구하는 게 아니라 이미 많이 진척시킨 후에 내용을 발의하는 방법도 있다. 벌써 프로젝트가 많이 진척되어 버려서 처음부터 다시 하자고 이야기하기엔 다른 사람들도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모든 일을 모든 사람과 합의하며 진행할 순 없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쓰는 경우도 꽤나 있다.


이러한 소프트 스킬들은 얼핏 불합리해 보인다. 정정당당하게(?) 논리적 주장과 근거로만 의사결정하는 게 아니라 상황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사람 간의 관계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상상해 보라, 여러 명이 들어오는 회의에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서 무언가를 발의했는데 나를 제외한 모든 인원이 이미 회의 전에 무언가 합의된 상태로 내 주장을 꺾기 위해 몰아붙인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얼마나 위협적으로 느껴지겠는가.


하지만 이를 단순히 사내 정치라고 매도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인간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원래 사람의 심리나 상황을 이용한다. 넛지(Nudge)라는 개념은 마트 계산대 옆에 가볍게 구매할 만한 껌이나 젤리를 비치해 놓는 것처럼 은근슬쩍 상대방의 행동을 유도하는 행위인데, 나 모르게 판을 짜놓고 상황을 자기 의도대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작은 넛지라든지 소프트 스킬들을 전부 ‘정치적이다’라고 매도하긴 조금 어려워 보인다. 삼인성호라고 사람 세 명이 같은 얘기를 하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데 내 주장에 공감하도록 동료들을 설득해서 같이 주장하는 걸 마냥 정치적이라 비난할 수 있을까, 원래 주장이란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인데.




누구보다 사내 정치에 적극적인 사내 정치 반대론자들

출처 : 게티 이미지 뱅크

그렇다면 사내 정치와 소프트 스킬의 차이는 무엇일까?

논의에 앞서 곧잘 사내 정치의 선을 넘는 사람들의 근원적인 인간관을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사내 정치를 의식하고 실천하는 사람일수록 역설적으로 본인은 사내 정치가 너무 싫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왜냐하면 똑같은 현상일지라도 어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회의 시간에 업무 브리핑이 너무 길어서 조금 간략하게 줄였으면 좋겠다고 피드백했을 때, 누군가는 자기 브리핑 시간이 남들에겐 길게 느껴졌나 보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는 ‘나를 왜 견제하지?’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힘의 역학관계를 따지는 사고방식은 무엇을 하든 자기 행동이 어떻게 해야 더 힘을 가질지 고민한다. 나에 대한 상대의 행동도 그러한 힘의 작용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권력이란 상대방이 나의 의도대로 행동하게 만드는 힘이다. 정치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권력과 가깝다. 사람 사이의 역학관계, 힘의 차이와 권력의 작용에 민감한 사람은 똑같은 현상도 정치적으로 바라본다. 누군가를 내가 옳다고 여기는 방향으로 따라오게 만들기 위해 매력적인 외모도 활용하고 파벌도 활용하고 인간의 심리나 무의식도 활용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 또한 힘을 얻기 위한 행동이라고 해석하고, 상대방이 나에게 힘을 작용하려고 하는구나 하고 인식하여 방어심리를 펼친다. 그게 “사내 정치가 싫다”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내 정치를 하지 않으려면 사내 정치라는 표현 자체를 쓰지 말아야 한다. 어떠한 현상을 사내 정치로 해석하니까 사내 정치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또한 사람과 사람의 역학관계가 아니라 현상에서 사람을 의도적으로 제외시키고 사고하는 게 필요하다. 누가 한 말인지 보다 무슨 말인지 말의 내용만 생각해야 오해가  없다. 그렇지 않고 자꾸 사람에 집중하면  “저 사람은 늘 나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으니까 또 이렇게 말하는구나”, “저 사람은 자기 권한을 뺏기지 않으려고 저렇게 말하는구나”라고 해석하게 될 것이다. 정치에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말의 내용을 반박하기 어려우면 발화자를 공격하라고. 너가 그런 자격이 있느냐, 권한이 있느냐는 식으로 공격한다. 사내 정치도 마찬가지다.




사내 정치가 되는 분기점 3가지


어떻게 해야 사내 정치로 변질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건강하게 이어가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이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건전한 소프트 스킬로 일의 내용과 결과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 소프트 스킬이 사내 정치로 변질되는 세 가지 분기점을 꼽아보았다.


1. 상대방의 의도를 미루어 짐작하고 임의로 해석한다.


가장 큰 차이는 의도를 임의로 해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직장 동료에 대한 불만은 의도를 멋대로 해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내 정치도 그에 포함되는데, 행동의 의도를 ‘힘, 권력관계’의 의도로 해석할 때 그렇다. 앞서 이야기한 “나를 견제하네”, “자기 권한을 뺏기지 않으려고 저러네”와 같은 해석이 여기에 속한다. 관점부터 바로잡는 게 가장 첫 번째다.


의도를 해석하는 건 사내 정치 외에도 사일로(Silo) 현상과 번아웃을 야기하는 주요한 원인이다. 예를 들어 동료가 급한 일이 생겼다며 클라이언트 식사 자리에 못 가겠다고 이야기한다. 이 때문에 내가 대신 가게 된 상황에서, 상대방이 사실은 식사 자리가 불편하니까 핑계를 둘러대고 떠넘기는 것 아닌가 하고 의도를 임의 해석하게 될 수 있다. 실제로는 진짜 업무적인 다른 급한 변수가 생겼기 때문일 수 있으나 내 마음속에서 상대의 의도를 해석하는 순간 오해와 불신이 쌓인다.


또 다른 예로 SW개발자가 내 사내 메신저 메시지에 몇 시간이고 답장을 안 하는 일이 매일 반복되면, 저 SW개발자는 협업을 무시하고 자기 일만 한다고 욕할 수도 있다. 실제로는 SW개발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게 몰입과 집중이기 때문에 업무 인터럽트를 줄이기 위해 집중시간을 정해두고 메신저에 ‘집중모드’를 켜놓는 2~3시간 동안은 즉시 대응이 어려우며, 주변 동료들에겐 급한 일이 있으면 구두로 말해달라고 규칙을 정해놨으나 내가 몰랐던 것일 수도 있다. 의도를 해석하는 순간 동료에 대한 신뢰는 깨지고 서로 자기 일을 줄이기 위한 힘싸움이 시작된다.


상대방의 의도를 지레짐작하지 않는다. 만약 상대방의 의도가 불순하다고 생각된다면 그렇게 결론 내리기 전에 꼭 상대방에게 물어보거나, 상대방의 상황을 파악해 보라.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었는지 알아보고, 그래도 이해가 안 된다면 상대방에게 반드시 피드백하라. 단순히 ‘사정이 있겠지’하고 속으로 꾹 참고, 또 참다가 불만이 쌓이게 되기 전에 미리 얘기해야 한다. 내 마음속에 불신과 불만이 이미 자리 잡았다면 많이 늦은 것이다.




2. 전체보다 부분의 이익을 우선한다.


두 번째는 소프트 스킬의 목적과 용도다.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여러 상황적/심리적 요소까지 고려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 쓰임이 자기 자신, 자기 팀에만 국한될 때 사내 정치라 불리며 나쁜 영향을 초래한다. 내 일을 줄이기 위해, 우리 팀을 보호하고 남의 팀에게 떠넘기기 위해, 우리 팀에 대한 문책을 피하기 위해 온갖 종류의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때가 문제다.


역할과 권한, 절차에 얽매이는 사람일수록 이러한 경향을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서로의 역할과 책임, 권한을 칼로 자르듯이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없다는 걸 안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그래서 더 구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사람일수록 자기 그룹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프트 스킬을 활용한다. 


이들은 너와 나, 너네 팀과 내 팀의 구분도 명확하고, 그건 네가 할 일이니까 네 책임이라는 구분도 명확하다. 네가 우리 팀에게 일을 요청하려면 정확한 절차를 따라서 해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절차에 맞지 않다며 따지는 식이다. 네 팀, 내 팀 할 거 없이 협력하기보다는 네 팀과 내 팀은 명확히 구분되어 있으니 정확한 절차에 따라 자기는 자기 역할을 잘하고, 너네 책임은 너네가 져라. 너네가 부족한 게 있으면 우리가 (인심 써서) 이번에는 도와주겠다. “우리 팀에서 할게요”, “저쪽 팀에서 요청해서요”, “그건 OO팀에서 할 일인 것 같은데요” 등등의 말과 함께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피아 구분이 명확하니까 당연히 상대로부터 ‘우리 팀’으로 속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도 강하고, 남의 팀이 우리 팀에 일을 주려는 것도 어떻게든 내 편을 만들어서 방어하려 한다. 모순된 건 이런 사람일수록 협력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며, 사내 정치가 싫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자기 스스로가 가장 정치적인 활동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으며, 상대방이 내 의도대로 행동하며 협력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전체 팀 안에서 너와 나의 역할/권한/책임 등을 끊임없이 구분 짓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가 속한 그룹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사실 회사라는 게 여러 팀이 나뉘어 있을 수밖에 없으니 우리 팀을 더 챙기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팀장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팀장들도 당연히 전체 회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우리 팀을 보호하는 것도 그게 전체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다. 우리 팀의 업무가 너무 몰려있으니 일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방어하는 식이다. 실제로 '악의'를 갖고 피아구분을 해서 사내 정치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이 선의로 그런다.


이를 경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지금 생각나는 건 과잉보호를 멈추는 것이다. 우리 팀원들을 보호한다고 다른 팀의 업무 요청도 막고, 요청 방식도 바꾸게 하고, 우리 팀의 업무를 공유하지 않으면서 우리 팀의 업무가 많다고 하는 등 일련의 보호행위들은 팀원들을 더 수동적인 대상으로 만든다. 그들 스스로가 본인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주변 다른 팀이나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피드백 주고받게 만들어, 팀이라는 울타리 보호가 없어도 자율적으로 당사자끼리 해결안을 찾을 수 있으면 좋다. 그러려면 전사가 피드백을 주고받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할 것 같다.

두 번째는 다른 팀이 무슨 일 하는지, 다른 팀의 업무 방식이나 상황은 어떤지 관심 갖고 살펴보는 건데, 과보호가 심한 사람들은 "뭐 사정이야 있겠지. 근데 모르겠고, 아무튼 우리 팀이 너무 힘들어"라고 대응하기 때문에 감정적인 원인이 더 큰 것 같다. 우리 팀을 챙기기도 바쁘니까 그냥 알고 싶지 않은 것이다. 


역할, 권한, 책임 구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팀과 팀의 힘싸움이나 역학관계에 신경 쓰는 사람들. 그들은 원래 정치적 감수성이 풍부하다. 해결 방법은 잘 모르겠다. 사람이 쉽게 바뀌진 않는다. 일단 그들에게 리더를 맡기려면 리더를 맡아도 문제가 없을 만한, 그런 팀의 리더로 앉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3. 고정형 사고방식인 사람의 소프트 스킬은 꽤나 자주 사내 정치로 발현된다.

출처 : 무한도전

만약 새로운 관점을 접해도 쉽게 내 생각이 바뀌지 않는 ‘고정형 사고방식’이라면 어떨까. 고정형 사고방식은 기본적으로 난 뛰어나고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설득하려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강할수록 그렇다. 그들이 소프트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강력한 사내 정치인이 된다.


고정형 사고방식의 특징이 무엇인가? 말이 안 통한다는 것이다. 자기는 맞고 당신의 생각은 적절하지 않다는 사람과 백날 토론해 보라. 그들은 100시간을 토론해도 상대방이 자기 말에 따라오지 않으면 끝까지 버틴다. 포기하더라도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렇게 하시죠"따위의 말을 지껄인다. 그들의 특이한 특징 중 하나가 본인 스스로 아주 논리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당신의 말이 충분히 논리적이라면 나는 얼마든지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내 논리가 맞다'라고 나오면 답이 없다. 아무리 얘기해도 내 말을 반박할 다른 논리만 찾아낼 뿐이다. 그 무슨 논리가 됐든 내 말이 맞다며 상대가 항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새로운 논리와 근거를 생각해 낸다.


그런 사람들이 논리로도 상대를 설득하지 못할 때 소프트 스킬을 사용하면 사내 정치로 변질된다. 내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아군을 포섭하고, 상대방의 주장이 틀리다는 것을 뒤에서 슬쩍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다닌다거나, 남들 다 모인 자리에서 공표하듯이 자기주장을 발표하기도 한다. 뭐가 됐든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하면 스스로는 정말로 그게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매한 중생들을 계몽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소프트 스킬은 죄가 없다. 고정형 사고방식인 것 자체로 그 스스로는 불화의 씨앗이 되고, 그런 사람이 소프트 스킬을 갖추면 자기 확신을 남들에게 강요하는 사내 정치 전문가가 된다. 그들 스스로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겠지만. 자기 자신은 매우 뛰어나고 잘한다고 생각하니까.




사내 정치를 피하려면...


소프트 스킬은 분명 필요하다. 인간이 인간과 대화하고, 누군가를 설득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이를 위해 심리나 상황을 활용하는 건 굉장히 영리한 사회적 활동이다. 회사라고 다를 건 없다. 그러나 상대가 자기 자신이나 자기 팀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고 의도를 지레짐작하고, 상대와 나의 피아구분을 끊임없이 구체화하며, 나는 뛰어나고 정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상대를 틀렸다고 생각하면 사내 정치가 된다. 팀 전체가 조직 외부의 경쟁사나 시장환경과 싸우는 게 아니라 팀 내부의 다른 누군가와 정치적인 갈등을 빚으며 힘싸움을 벌인다. 그래서 ‘사내 정치’다.


나 스스로가 사내 정치의 장본인이 되고 있지 않은지 경계하고 이를 지양하려면 일의 주체를 지우고 일 자체를 보는 연습을 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똑같은 말도 누가 한 말인지, 그 사람의 의도는 무엇인지를 생각하지 말고, 이 업무가 어느 팀에서 요청해 온 건지, 그쪽 팀의 의도와 욕구는 무엇인지를 따지려고 하지 말고... 그냥 그 내용 자체만 본다.


예를 들어 고객 명단을 편하게 온라인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능을 개발하려 한다. 이때 이 일의 목적을 “고객센터 CS 팀에서 요청해 왔다”라고 하지 말고, “고객이 많아지면서 단순반복 업무가 늘었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해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하라. 혹은 “CS팀에서 필요한 기능이니 우리 팀에서 지원해 주겠다”라고 하지 말고 그냥 “이 기능을 통해 고객센터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만 얘기하라. 누가 누구를 지원해 주고, 누구에게 요청을 받아서 그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일이 필요하게 된 원래의 배경과 목적에만 집중하라. 네 팀에서 필요로 하니까 우리 팀에서 도와주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 회사 전체에서 이 기능이 왜 필요하니까 이것을 개발하겠다에 집중하라.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그러나 회사에서의 ‘과업’까지도 인간과 인간의 교류나 관계로 해석하면 정치적으로 변한다. 과업에서 인간을 빼고 과업 자체만 바라봤으면 좋겠다. A라는 팀원이 어떤 일을 못하겠다고 하면 그 팀원에게서 문제를 찾지 말고, A라는 팀원의 업무적 상황이 어떤지를 먼저 알아보고. 또 A라는 팀원이 업무를 요청하면 그쪽 팀에서 요청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 업무의 배경을 충분히 납득하고 일하라. 같은 현상을 인간관계, 갈등관계, 정치적 행동으로 해석하지 말고 그 현상 자체를 본다면 소프트 스킬이 사내 정치로 여겨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고정형 사고방식은 그 어떤 식으로든 협업을 해친다. 실제로 그가 하는 주장이 맞는 방향이라 할지라도 ‘협업’을 해치는 건 맞다. 자기 확신이 강할수록 상대방이 틀렸다 생각하여 얼마든지 사내 정치로 흐르기 쉽다. 고정형 사고방식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건 평생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마무리하며


사내 정치와 소프트 스킬의 애매한 경계에서 나름의 생각들을 풀어봤다. 각자의 고민에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글에서 느껴지겠지만 나는 고정형 사고방식이 싫다. 이 글을 쓰는 것도 내가 뭔가 대단한 걸 알아내서 쓰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주제에 대해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누고, 생각의 실마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서다. 청소년기부터 늘 생각했고 나의 미션이기도 한데, 나는 다른 사람들이 적어도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내 경험과 생각을 나눠야 하고, 여러분들도 여러분의 경험과 생각을 나눠야 한다.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이 사회적 비용과 실패를 방치하게 만든다. 어쨌든 사내 정치란 무엇일까, 사내 정치를 어떻게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해 새로운 생각들이 들면 또 글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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