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토v Jan 05. 2020

스타트업에서 성장한다는 주니어의 착각

이 글은...

'이름 들으면 알 정도의' 스타트업이 아니라, 그 아래에서 성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작은 스타트업 주니어에 대한 글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고군분투했던 내가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 무엇을 느꼈는지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초기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 곳에 '지원해볼까? 말까?'하고 있는, 혹은 다니고 있는 주니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도 초기 스타트업에서 2년 간 일해본 주니어다.(글 쓸 당시)


나는 내가 주니어로서 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회사 밖으로 나와 현실을 마주할수록 그렇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나름 회사도 크게 성장하고 다양한 경험들을 쌓으며 개인 역량도 쌓아왔다고 생각했으나 크게 착각했다. 지금부터 내가 어떤 착각을 했는지, 그게 커리어를 어떻게 망칠 수 있는지,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정리해보겠다.     




은밀하게 위대한 스타트업

우리끼리나 성공이지 밖에선 보이지도 않는다.

이야!! 우리는 성장했다!!!


주니어가 스타트업에 채용되어 입사했다면 대개 그 스타트업은 성장한다. 왜냐하면 성장하고 있으니까 사람을 뽑기 때문이다. 정말 성장이 어려운 스타트업은 인건비가 가장 큰 부담이고 쉽게 사람을 늘리지 못한다. 그러니까 주니어들이 일반적인 채용 경로를 통해 입사하게 되는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성장하고 있는 회사다. 흔히 스타트업을 로켓에 비유하는데 실제로 로켓처럼 빠르게 성장한다.


조직 내부에 있으면 외부에 있을 때보다 훨씬 성공이 크게 다가온다. 매출이 1억에서 2억으로 뛰었을 때, 고무적인 성장을 이뤄낸 것에 대해 다 같이 자축하고 동기 부여된다. 전환율이 꾸준히 개선되어 상승했을 때 지난 기점에 비하여 얼마나 성장했는지 스스로도 감개무량해지곤 한다. 특히 주니어로서 내가 많은 권한과 책임을 안고 시도한 일들이 어떤 성과를 냈을 때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와하하- 난 이제 전문가야!

나도 그랬다.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 우리 스타트업은 연 매출이 5억 원 규모였다. 그러나 2년 뒤에는 연 매출 50억 원을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주니어인 내가 어떤 감정과 자부심을 갖게 되었을지는 묘사하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백만 원 규모의 작은 B2B 영업 건을 따냈을 때부터 100배 큰 계약을 직접 따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학교 때 발표 프레젠테이션을 못해서 '조별과제를 못 하겠다'고 교수한테 말하던 내가 150명 앞에서 8시간 동안 강의를 했을 때의 성취감도 그랬다.


하지만 나와 회사의 위대함은 어디까지나 '은밀하게 위대'했다. 어떤 모임에 나가 무슨 스타트업이라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명절 때 친척들은 내게 더 이상 직장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 이제는 연 매출 100억 회사가 되었다고 열심히 이야기해보았지만, 투자를 1000억씩 받는 스타트업도 똑같이 '스타트업'이라고 불렸다. 대기업 종사자들은 '5조 원 규모 제조업 회사'에서 근무한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그들이 한 건에 굴리는 돈이 몇 억도 아니고 몇 천억 규모도 허다했다.


회사의 성장은 나의 성장이라고 믿었다. 실제로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나도 꽤나 성장했다. 작은 비즈니스라 할지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실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지금도 믿는다. 하지만 주변에 아무나 잡고 이야기해봐도 '그래?'하고 말았다. 그게 '현실'이었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OO출신 마케터', 'OO출신 누구'가 다른 메이저 스타트업의 'OO출신'이 되었다. 자꾸만 주눅 드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서 나의 착각은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이라는 것만 믿었다는 점이다.

"나는 로켓이다아"

너무나 단순하게 회사의 성장이 나의 성과이자 성장의 증거가 될 거라 믿었다. 현업에 치여 매일의 지표와 실무들을 쳐내다 보니 그 작은 성장들이 너무나 크게 보였고, 정작 '나의 성장'에는 소홀했다. 커리어 개발의 기준을 '시장'에 두어야 하는데 단지 그 '회사' 안에서만 두었던 것이다. 그러니 시장에 나갔을 때 이야기할만한 '나의 성장'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회사가 성장하는 것, 좋다.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내가 성장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시장의 기준에서 통용될 수 있는 성장의 근거를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 근거가 조직 내부의 관점에 머물러 있으면 작은 성공도 커 보이고, 시장의 관점에서 인정받는 성장을 놓치게 된다. 우리 스타트업이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몰입했지만 결국 내가 창업한 회사도 아니고, 그 자체만으로는 내 성과로 남지도 않는다. 주인의식을 갖고 몰입하는 건 좋지만 언제나 '시장'의 관점을 견지하고 있어야 한다. 개인 커리어 관점에서 말이다.




나는 뒤늦게 부랴부랴 개인의 성장을 입증할 수 있을 만한 근거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가장 주안점을 두는 포인트는 '의사결정의 히스토리'다. 특정 직무 분야에 대해서 문제 상황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내가 어떤 근거로 의사결정을 내렸고 그 성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그 안에서 느낀 인사이트는 무엇인지를 정리한다. 문서 하나를 고치더라도 어떤 가설을 세우고 어떤 방법론으로 접근해서 문제를 개선했는지, 그 결과는 어떤지를 남기려 한다. 이 모든 작업이 회사나 프로젝트의 규모와 관계없이 나의 포트폴리오가 될 거라고 믿는다.


여기서 더 보태보자면 중요한 건 '정답은 A이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정답은 B나 C가 아니라 A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창업가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중요해요'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일의 우선순위야 뭘 하든 당연히 중요한 일이니까. 하지만 창업가에게는 다른 게 아니라 이 우선순위가 더 중요하다. 창업가가 망하는 이유를 창업가들은 '자금이 부족해서'라든지 '마케팅을 제대로 못 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제품의 시장 수요도 검증하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아니라 자기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었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제품이 제대로 검증도 안 되었는데 홈페이지 만들고 페이스북 마케팅이나 하고 있으니 팔리지 않고, 돈을 엉뚱한 데에 써서 망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창업 단계에서는 무엇에 자원을 집중해야 하는지 사업의 우선순위를 올바르게 정하는 게 중요하다. 그냥 일의 우선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말이다.


보통의 온라인 강의나 책에서 쉽게 알 수 있는 명제라 할지라도 실제로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여기에서 판가름 난다. 왜 B나 C가 아니라 그 명제인 A를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단순히 강의를 듣고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직접 강의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정리하자면...

회사의 성장과 회사 안에서 나의 성장은 실체보다 더 크게 보인다. 이에 매몰되지 않도록 항상 '시장'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게끔 유관업계 현직자들과 네트워킹 해야 하고, 시장의 관점으로 나 자신의 성장을 판단해야 한다. 단순히 회사의 성장에 기대지 않도록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야 하고, 이는 단순히 숫자나 성과 위주가 아니라 숫자의 크기와 상관없이 적용 가능한 '문제 해결 방법론과 의사결정 히스토리'를 중심으로 기록하는 게 좋다. 해당 분야/직무에 대해서 나만의 문제 해결 방법론과 관점이 있다는 건 프로젝트 규모와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는 실력이기 때문이다.


난 그냥 회사를 열심히 다니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청년, 해봤어?

... 해봤으면 다야?

故 정주영 회장

스타트업에선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맡게 되는 업무의 범위와 종류가 다양하다. 마케터인데 짐 정리하는 일을 하거나, 행사 현장에서 리셉션 데스크에 앉아있기도 하고, 디자이너인데 마케팅도 하고 영업을 나가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스스로 원해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일의 권한도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회사에서보다 많은 권한&책임을 맡을 수 있다. 누구의 컨펌 없이 내가 바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도 많고, 난 아직 주니어인데 총괄 책임자가 되어야 할 때도 있다.


나도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었다. 펜이나 A4용지 준비물을 챙기는 교육 운영 업무부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프로그램에서 직접 강의도 하고, 코칭도 하고, 심사위원도 해볼 수 있었다. 영업 미팅에 따라나가서 회의록이나 적다가 나중에는 혼자 B2B 영업 계약을 따오기도 했다. 인원이 늘자 한 팀의 팀장을 맡아서 팀원들을 꾸려나가기도 했고 프로젝트 총괄 PM도 맡는 등등 다른 회사였다면 3~5년 차 경력직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경험했다.


그렇게 그냥 성장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증명할 수 있는 기술이나 전문성 없이 '경험'만으로는 경력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직무에 있으면 쉽게 의심 받는다. 내가 맡았던 교육이나 콘텐츠 개발, 영업, 프로젝트 매니징, 조직 문화 같은 일들은 누구나 한 마디씩 거들 수 있다. 전문성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마케팅은 광고 성과로 이야기한다거나 개발자는 코드로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다른 기술적 장벽이 낮은 직무는 입증이 참 어렵다.     


어디 스타트업 다녔다고?

이러한 직무들은 나의 실력을 어떻게 입증해야 할까? 상대방이 "너 대기업 다녀봤어? 대기업에서는 말이야" 하면 사실 할 말이 없다. 논리와 근거가 있어도 쉽게 무너진다. 난 안일하게 생각했다. 조직 안에서는 서로 간의 신뢰가 있기 때문에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이야기했을 때 상대방을 설득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로 나가면 논리와 근거보다  직급과 나이, 출신이 실제로 더 힘이 있었던 것 같다. 2019년, 이제 2020년에는 안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뭐, 그건 내 바람일 뿐이다.     


그러니까 단순히 스타트업에서 '해봤다'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나의 전문성을 입증할 수 있을 만한 근거를 일하는 동안 끊임없이 모아야 한다. 구직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근거들을 쌓아두지 않으면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이름 없는 스타트업에서 무슨 성과를 냈다고 이야기하는 건 대부분 평가절하된다.   

  

사실 이는 스타트업이나 대기업이나, 어디를 다니든 마찬가지였다. 직급/나이/출신으로 대우가 갈리는 건 보통 비업무적인 사석(명절, 모임 등)에서다. 구직 시장에서는 결국엔 출신이 아니라 자기 실력을 입증할 수 있어야 했다. 어떤 직무든, 어떤 출신이든 자기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건 중요하다. 이직을 경험해본 경력직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개발자나 디자이너, UX디자인 등의 직무에서는 이러한 포트폴리오를 기록하고 쌓는 게 숨 쉬듯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난 그런 생각도 잘 못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 그렇다.

그 당연한 걸 주니어 때에는 잘 모르니까 시행착오의 비용을 비싸게 치른다.      


무시당하기 싫다면 기술적 역량을 쌓아야만 한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동안에도 항상 '시장' 내의 경쟁자들과 구별 지을 수 있는 진입장벽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초기 스타트업에 다니는 주니어라면 더더욱 그렇다. '실력' 또한 물리적인 ‘진입장벽’이라고 불릴 순 없다. 실력을 기술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근거, 기술이나 다른 무엇이 있어야 인정받기가 쉽다.     


예를 들어 그로스 해커는 숫자 데이터 기반으로 얘기했다. 난 데이터에 접근하는 SQL도 다룰 줄 모르고 Amplitude 볼 줄도 모르니까 대화에 낄 수도 없다. 그들은 성과를 눈에 보여줄 수 있지만 난 ‘강의’의 성과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뭐 강의 만족도 조사로 내 성과를 보여줄 것인가? 그리고 그로스 해커는 영업이든 교육이든 내 업무를 부족하더라도 해낼 수 있지만, 난 그들 업무를 따라할 수조차 없다. 기술적으로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동안에도 스타트업 외의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을 포괄하는 '구직 시장'의 관점에서 커리어를 쌓아가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나의 전문성을 입증하고 진입장벽을 만들 수 있는 자기 계발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주니어에게 성장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의무사항이다. 난 너무 안일하게 회사를 다녔다.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 것을-

성장이 아니라 생존을-


사무실은 ↑ 이 중에 하나인데, 실제로 있는 곳은 이 중에 하나↑에요.

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왔다. 다른 수많은 주니어들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 입사한다. 그 안에서 하고 싶은 일에만 집중하다가 '구직 시장'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관점에서 경력을 개발하는 데 실패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 안에서만 '성장'을 바라보았다가 '생존'을 놓쳤다.


자아실현, 가장 상위에 있는 가치이자 욕구라고 배웠다. 돈 버는 일에만 치중하고 매몰된 삶은 비루하고 척박한 것으로 보였다. 카르페디엠하며 지금을 즐기고 살라는 말을 신조처럼 여기며 살았다. 그러나 거대한 거짓말과 같았다. 현실을 외면한채 본다면 이는 거짓말이다. 돈이 없으면 죽는다. 자아실현이나 '성장' 따위의 것들은 물론 좋다. 있으면 좋고 더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돈이 없는 이들은 전부 어디로 갔는가? 내가 애써 무시하고 있던 현실은 늘 그곳에 있었는데.


하고 싶은 걸 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단 해야 하는 것, 현실의 조건들 안에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챙길 건 챙기면서 살아야 하는데, 난 그걸 놓치면서 하고 싶은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사회적 기업들을 수백 개 보았다. 1세대 사회적 기업가들을 인터뷰하기도 했고, 그들의 재무 지표도 보고, 예비 소셜 벤처 창업가들을 코칭하기도 했다. 선한 의도와 미션은 참 좋다. 하지만 돈을 벌지 못하면 그 좋은 기업들은 다 어디로 가는가? 다 죽는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어도 지속되지 못하고 확장하지 못한다.


스타트업에 속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했다.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하고 나름 많이 성장했다. 하지만 구직 시장에서 나는 어디에 있는가?


저 여기 있어요! 여기요!!

최근 얼마까지도 계속해서 '하고 싶은 일'을 이어서 하고 싶었다. 스타트업에 다닌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나와 스타트업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비즈니스적 임팩트를 자랑스러워했다. 대기업이나 더 큰 스타트업에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나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지 않았다. 내가 추구하는 게 더 많은 연봉과 더 평판 좋은 출신을 갖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력은 경험만으론 경력으로 인정받기 힘들고, 입증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이나 성과가 없다면 생존하기 어렵다. 하고 싶은 일을 하더라도 살아남지 못하면 전부 말짱 꽝인데..


내 마음가짐의 차이이다. 하고 싶은 일이나 성장이라는 허울 좋은 가치만 쫓는 동안 해야 하는 일과 생존을 놓쳤다. 주말 없이 바쁘게 살고 있으니 퇴근 후 1~2시간 정도는 워라밸, 라이프를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쉬기도 했다. 회사도 성장하고 있고 그 안에서 나도 누구보다 바쁘게, 어디서 해볼 수 없는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며 성장하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내 경험들이 재산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일에 대한 관점과 논리적인 생각이 경쟁력이 될 거라고 생각했으나 인정받기는 어렵다. 출신과 기술적 역량 앞에서 쉽게 무시당할 수도 있다. 그게 현실이다.


냉정하게 봐야 한다.



밀레니 방식이라 착각했던 직업관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애초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든, 현실은 현실이다. 꼰대들이 하는 말이라고 무시했던 것들은 모두 사실이다. 내가 밀레니얼이랍시고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 모두 현실의 바닥 위에서 세워진 것들이다. 지금 당장 눈이 빨개지도록 밤을 새워서라도 전문 역량과 기술을 쌓아야 한다. 내가 하는 일들을 입증할  있도록 개인의 성과를 챙기고 기록해야 한다. 회사 안에서 인정받는  중요한  아니라 구직 시장 안에서 인정받을  있는 스펙으로 맞춰야 한다. 당연한 것들이지만 너무나 쉽게 착각했던 것들이다. 밀레니얼이니 꼰대니, 누가 말했는지가 무슨 상관인가?     


스스로가 위기임에도 위기인 줄 모르고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으로 괜찮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거봐 젊은이. 내가 말했었지?

앞으로 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혼하기 위해 평균 2.3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돈을 모으기 위해 내가 지금 당장 얼마를 벌어야 몇 살에 결혼할 수 있는지도 변하지 않는다. 세상엔 변하지 않는 현실이 있고 그건 밀레니얼이 말하나, 꼰대가 말하나 똑같이 존재한다. 그냥 나 혼자 살고 싶다면 하고 싶은 걸 해도 될지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면 마인드를 완전히 바꿔먹어야 한다. 지금 너무 안일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


내가 2년 전 나를 마주친다면 꼭 이야기하고 싶다. 너는 지금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지금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무도 열심히 살았다고 인정해주지 않을 거라고. 그 스타트업에서의 경력은 경력으로 쓰기 어렵다고. 결국 증명할 수 없으면 무시당한다고.


다른 누군가는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려는 건 아니다. 다만 애써 무시하고 있던 현실을 돌아봤을 때 위기의식 없이 나태하게 보낸 시간이 아깝고, 이제는 더 날이 선 마인드셋으로 노력해야만 한다는 다짐을 하고 싶었다..


이제 시작이다.



*덧붙이며...

스타트업에서의 경험과 성장이 가치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창업도 해보고 초기 스타트업도 다녀본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은 내 바람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단지 좋은 출신을 가지라거나, 대기업 가라는 말이 아니라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를 잘 모아야 한다는 게 요지다.     

작은 스타트업이라도 본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기 계발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과 경험을 기록/성과로 잘 남겨놓는다면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밀레니얼 세대 주니어의 마인드셋에 대한 이전 글 ▼

동기부여는 회사가 책임져주세요 (https://brunch.co.kr/@goodgdg/2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