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소재가좋을지, 어떤계열이가장적합할지, 어떤속성(깨끗함, 편안함아니면화려함)들이강조되어야할지등등 무수한 선택지가 있는 만큼 향을 만드는 과정에서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조향사가 의뢰를 받아 새로운 향을 만들 때 이처럼 향 개발의 가이드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브리프(Brief)다. 브랜드, 제품 정보, 타겟 시장/고객과 같은 객관적인 정보부터, 향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 감정 등 의뢰자가 원하는 주요 속성에 대한 모든 정보가 브리프에 담길 수 있다.
예술성과창의성이중요한향수의경우는 조향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브리프들이 넘친다.
챈들러버(Chandler Burr)의저서 'The Perfect Scent'에의하면, 조향사 칼리스 베커(Calice Becker)에게 전달된 디올 자도르(Dior J’adore)의 브리프는 '스틸레토힐처럼섹시하면서토즈(Tod's) 슈즈처럼편안한향'이라는 단 하나의 문장이었다고한다.
이심플하지만도발적인문장하나에서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베스트셀러가 탄생한 것이다.
향 브리프 (이미지 출처: https://magazine.moellhausen.com)
이처럼,글 또는 이미지에 불과했던 브리프가 향으로 탈바꿈해 돌아오는경험은대단히인상적이다.
향을 평가할 때면 ‘내가 생각한 이미지를 이런 원료로 이렇게 풀어냈구나’ 때로는 감탄하고 때로는 실망한다. 운 좋게 한 번에 딱 맞는 향을 발견하기도 하고, 수 차례의 개선 작업과 고객 조사를 통한 기호도 검증까지 마친 후 어렵게 최종 향을 결정하기도 한다.
선택받지 못한 향들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창작물이라는 것을 알기에, 고작 몇 번의 평가로 향의 가치를 결론짓는 내 일이 때로 가혹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누군가에게 순간의 기쁨을, 더 없는 만족감을, 그리고 오랜 여운을 선사하는 향을 만들기 위해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오늘도 고민을 거듭한다. 우리가접하는모든향에이런고민의시간들이녹아있다.
바카라를 위한 프란시스 커정의 고민은 이토록 황홀하고 아름다운 향이 되어 우리와 만났다. 부디 지금 나의 고민들도 훗날 누군가의 행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좋겠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 바카라 루쥬 540은 자스민, 사프란, 앰버우드, 앰버그리스, 전나무(fir resin), 세다우드 노트를 포함하고 있다. 35ml 18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