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들은 스스로 움츠러들지 말자. 단, 너무 나대지도 말고...
그런데 스타트업을 오면 상황이 좀 달라진다. 사수나 상급자가 없는 경우도 많고, 업무 매뉴얼도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면, 많은 직원들이 부여받는 업무가 개인의 역량을 상회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욱이 직원이 충분히 많지 않기 때문에, 특정한 업무를 홀로 해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제대로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의지할 사람도 없다 보니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지금 나는 아주 초기 스타트업에서 COO를 맡아서 회사 운영 전반을 대표의 지휘 아래 관리 감독하고 있는데, 각 부서의 주니어들에게 업무 지시하는 일도 포함된다. 내 직속 주니어 1명과 다른 팀 주니어 1명을 지휘하는 위치에 있는데, 두 명의 업무 결과물들을 보면 어딘가에 스스로를 가두어 둔 느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입니다.'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듯한 결과물을 보면서, 그 둘에게 이렇게 말했다.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자기 자신의 역량을 한계 짓지 말아라. 이 말은 굉장히 위험한 말이기도 한데, 그 이유는 잘못 해석해서 하지 말아야 할 범위까지 하려는 우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은 네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 갇히지 말고, 네가 해야 할 범위까지 해보려는 노력을 해달라."
개개인별로 성향 차이는 있겠지만, 본인이 잘 모르거나, 못 해도 과감하게 시도해 보는 사람도 있고, 할 수 있는 범위까지를 정성스럽게 해내는 사람도 있다. 다만, 스타트업에서는 후자의 경우 일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물론 내가 도와주기는 하지만, 나도 한가한 상태는 아니다 보니, 개개인이 최대한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되는 곳이 스타트업이라서 그렇다.
나 스스로는 굉장히 디테일하게 지시를 한다고 하는데, 듣는 사람이 스스로를 특정 한계점에 제한해 두면, 디테일한 지시를 모두 이행하지 못한다. 무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스타트업에서 지시한 사항을 토대로 해볼 수 있는 최대한까지는 역량을 발휘해 보길 바란다. 모르면 물어보고, 알아보면서 지시한 결과물에 최대한 근접한 결과물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면서 점점 성장해 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니어 구성원들은 일 하는 법을 배우고, 나는 일을 시키는 법을 배운다. 대기업에서 간부를 하면서 나름 일을 시키는 법은 잘 배웠다고 자부했는데,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또 다른 업무 지시 방법을 배우고 있다. 나도 배움의 자세로 임하니, 주니어 구성원 여러분들도 조금만 더 역량을 발휘해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