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하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
첫째 아이가 이우학교에 입학한 지 1학기가 지났고, 아이는 방학을 맞았다.
이우 학교의 학부모들은 아이이름 뒤에 엄마는 맘, 아빠는 빠를 붙여서 부른다.
그리고 최근에 달리기 싫어하는데,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했더니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빠께서 나에게
'ㅇㅇ빠는 거짓말쟁이야~' 라며 말씀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이우학교 학부모가 되고 나서, 내가 싫어하거나, 잘하지 못하거나 해본 적 없는 일들을 많이 하고 있다.
평생 등산을 싫어하던 내가 2주에 한 번, 10~20km 거리의 백두대간길을 걷는다. 나는 대표적으로 '어차피 내려올 산을 왜 올라가지'라는 생각을 가진 인간이다.
올해 3월 예비산행으로 이우학교 뒷산을 올라가는 것을 끝으로 하지 않으려던 이우백두(이우학교 백두대간 탐사 동아리명)를 지금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예비산행 때, 나에게 백두대간을 함께 걷자는 소통대장님께 '저는 무릎이 아프고, 운동을 안 좋아한다.'라고 했었다. 최근에 소통대장님을 만나니, 이 말을 기억하시던데, 의아해하셨다. ㅎ
만약 내가 소통대장님께 말한 대로, 저런 이유로 백두대간길을 걷지 않았더라면 나는 등산을 싫어하는 채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개 발이다. 그래서 군대에서도 축구를 안 시켰다. 덕분에 나는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를 안 한다. 대신 농구를 하긴 했지만...
이우 학교 학부모 활동 중에 학년 대항 축구대회가 있다. 40~50대 아빠들의 체력이 좋을 리 만무했고, 50분 경기 시간을 full time으로 뛰기 어렵다며 후보 선수라도 필요하다고 하셔서, 그럼 후보 선수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출전을 하려면, 축구화, 정강이 보호대가 필요하고, 안경 착용이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인생의 첫 축구화와 정강이 보호대를 구매했다.
벌써 2경기에 참여했고, 첫 경기에는 운 좋게 1골을 넣어서, 인생의 축구 첫 득점 같은 생각도 든다. 자살골도 1골 넣어서 2골 기록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격주로 훈련이 있는데, 훈련도 체계적으로 해주셔서, 후보선수까지 이래도 되나 싶다.
그래도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즐기는 것은 재밌는 것 같다. 물론 여전히 개 발이다.
최근에 학부모 러닝 동아리(이우런, EWR)에 참여하여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주 2회 저녁에 달리기를 한다. 물론 매번 참여해야 할 의무는 아니다.
근데 진짜 달리기는 지루해서 너무 싫어한다. 두 번 동아리 참여해서 뛰어보니, 다른 사람들과 달리기를 해서 좀 낫긴 하지만, 여전히 지루하긴 했다. 그리고 혼자서 5km 정도 뛰었는데, 정말 500m만에 그만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달렸다.
그만하고 싶으면 그만두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그만두면 편하지만 변화는 없으니까.
백두대간 종주를 위해서 평소에도 헬스를 시작했었고, 엉겁결에 달리기까지 시작했다.
최근에 보니, 내 인생에서 가장 건강한 몸이 되어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그리고 학기 초에는 학부모 MT에서 사회자를 맡았다. 그런데, 나는 사람들 앞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사회자 역할을 해본 적이 처음이었다. MBTI가 ISTJ이고, 누구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내가 무슨 용기가 생겨서 맡았는지 모르겠다.
다른 학부모들이 보기에는 내가 앞에 나서서 이런 것 하는 것을 좋아하는 줄 아시는 분도 계실 것 같다. 그래서 계속 거짓말쟁이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잘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고, 싫어한다고 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의 변화를 마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분 나쁘지 않은 거짓말쟁이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