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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이머문자리 May 15. 2024

백두대간을 완주한다는 의미

5월 11일(토). 5차 산행. 36구간, 19km, 건의령~댓재


2주에 한 번씩 백두대간을 걷고 있는데, 이번이 5번 중에 가장 긴 구간이었다.

아무래도 후미가 뒤쳐질 듯하여, 후미에 주로 있는 멤버들을 먼저 출발시켜 보았다.

난 이번에도 여름을 대비하여 6.5L의 물을 등에 지고 입산했다. 지난번엔 10L였는데, 이번에는 날씨가 선선하다 하여 좀 덜 가져왔다.


먼저 출발시켰던 멤버들은 오래지 않은 시간에 후미가 되어 후미대장님과 나와 함께했다.

나는 기록대장인데, 후미 쪽에 포진하다 보니 후미 2 대장이 되어 가고 있다. 시간이 흘러 후미에 8명의 멤버가 있는데, 8명을 모두 후미대장님께 맡기고 앞서 가기가 마음에 걸려, 후미대장님과 나는 후미 2 대장처럼 대원들을 챙기고 있었다.


기록 대장이다 보니, 선두와 후미의 시간차를 계속 신경 쓰면서 가고 있었다. 선두가 1시간 점심 먹는 동안 후미는 30분만 점심을 먹고 이동했고, 점심을 먹고 구부시령에서 자암재까지 2시간 만에 주파하면 컵라면을 주겠다는 달콤한 말로 후미 초등 대원 2명을 구슬렸으나, 거의 3시간이 걸려서 자암재에 도착했다.

이대로 가면 댓재까지 후미의 인력과 함께 제시간에 도착하기 어렵다고 후미대장님이 판단하시고, 안전 하산을 하기로 결정했다. 중도 이탈, 중도 포기 등의 말 대신 안전 하산으로 용어를 통일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초등학생 대원 2명이 끝까지 가겠다고 벌떡 일어나는 것이었다. 내가 이 아이들을 이끌고 가면 끝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래서 두 초등 대원은 가방까지 다시 둘러멨는데, 아무리 계산해도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하고, 안전 하산하기로 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아이들이 여기까지 오면서 힘들어했는데, 지금 체력 상태로는 무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더라도 저녁 7시를 넘겨서 도착할 것 같아서 도무지 강행하기 어려웠다.


그랬더니 두 초등 대원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계속 힘들게 왔다 보니, 중간에 멈추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두 초등 대원 중 한 명은 나의 둘째 딸이다. 나는 단 한 번도 백두대간을 완주하라고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 구간을 끝까지  수 없다는 사실에 이렇게까지 마음 아파할 줄 몰랐다. 이 두 아이들에게 백두대간은 어떤 의미일까?

후미대장님 촬영 사진


아이들의 눈물을 보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이 두 아이들에게 이우 백두에서의 산행의 의미는 어쩌면 '해냈다'가 아니었을까?

스스로 해냈을 때의 뿌듯함을 이 두 아이는 힘들지만 즐겨왔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두 아이들은 어려운 일을 극복해 내는 과정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 같아서 대견했다.



안전 하산하는 위치까지도 1.7km 정도 이동해야 돼서 내 아이와 함께 가게 되었는데, 아이는 시위라도 하듯이 이번 산행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저 속도로 계속 갈 수 있다면 끝까지 갈 수도 있을 정도였다.

미안했다. 안전 하산을 결정학고 나머지 사람들 제외하고 아이와 함께 전력을 다했다면 끝까지 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해본다.



백두대간 36구간을 완주 못했다는 현상에 절망하고 매몰되지 않고, 36구간을 걸었고 무엇을 즐기고 배웠는지 생각하는 산행이길 바란다.

마침 나의 둘째 딸아이는 다음 산행도 함께하기로 했다. 완주를 못했다는 절망감에 복수를 하려는 것인지 이 자체를 즐기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가겠다는 아이의 얼굴은 밝았다.


아이들은 자기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고 웃고 떠들며 친해지니까 이 산행의 과정이 즐거울 것 같다. 반면, 나는 상대적으로 대원들과 친해지는 노력을 덜 하고 있지 않았는가 하는 반성을 해본다.


우리 좀 더 친해져요.
저도 이제 산행 자체를 즐겨볼게요.

대신 아이가 원하는 "해냈다"의 느낌을 받고 싶을 때 더 힘차게 함께 하기 위해 평소에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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