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산행. 두문동재~건의령
어느새 백두대간을 걷기도 12번째가 되었다.
이번 산행 코스는 난이도가 굉장히 낮다고 들었다. 그리고 2개월여 만에 아내도 함께하는 산행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산행을 하는 아내는 속도가 나지 않아서 처음에는 후미에서 같이 걸었다.
나는 그동안 향상된 기초 체력 덕분에 약간의 답답함을 느꼈지만, 그래도 나 혼자 후다닥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천천히 걸어갔다.
매 산행마다 뱃지가 제작되는데, 우리는 백두대간 종주 탐사대이고, 산행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탐사대원이다. 서로 힘을 모아 각 차수의 탐사를 마치는 것이다. 그러니 혼자만의 레이스라기보다는 함께하는 모험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탐사대니까 산행 도중 컨디션이 안 좋거나, 몸이 불편할 경우 함께한 대원들과 힘을 합쳐서 탐사를 마치는 것이 가능하다.
아내도 등산화가 불편하다고 하는데, 후미에 계시던 중앙2대장님의 도움으로 약간 극복이 되었다. 나도 등산화는 잘 모르다 보니, 아내를 도와줄 수가 없었는데, 중앙2대장님께서 요리 저리 조정해 주시고, 그래도 안 되니 아대를 발목 불편한 부분에 껴서 좀 수월해지게 해 주셨다.
이후로는 아내가 큰 불편함을 표하지는 않았으나, 원래도 시동이 늦게 걸리는 편이라서 계속 저속 모드였고, 그렇게 아내와 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갔다. 내 입장에서는 크게 난이도 있는 구간이 없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 없었다. 바람의 언덕에서 바람이 참 시원했다는 정도?
그리고 삼수령에 슈퍼가 있었는데, 날씨 대장님이 또 가위바위보롤 맥주 사기를 하자고 해서 이긴 사람이 내기로 했는데, 또 이기셨다. 6명을 가볍게 이기는 날씨 대장님은 가위바위보 대장으로 바꿔야 할 듯하다.
여기에서 아내 컨디션은 정상으로 회복된 듯했고, 나도 운동이 좀 되게 가야겠다 싶어서 속도를 올렸다.
그렇게 후미 대열에서 선두 대열까지 쭉 치고 달려갔다. 이 구간은 혼자만의 레이스를 한 느낌이다. 물론 중간중간 다른 분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하긴 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주가 아니라 속도감 있게 걸어가는 것이 주가 되었다.
그렇게 선두와 몇 분 차이로 날머리에 도착하고 나서 드는 느낌은 공허함이었다. 탐사대원이라기보다는 고독한 레이서가 된 느낌이랄까. 백두대간 탐사대로서 이 탐사를 왜 함께 하는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대원들과 의기투합하여 매 차수의 탐험을 안전하게 마치는 유대감을 느끼는 것이 이 탐사대의 본래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행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