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길로만 가자. 백두대간 25구간. 이화령~조령3관문
이우백두 20기 18차 산행의 기록 (2024년 11월 23일)
이번 산행은 1박 2일인데, 첫날과 둘째 날 모두 11km가량의 거리라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었다. 게다가 아침 5시 출발이다 보니, 숙면을 취하고 산행에 임할 수 있을 것 같아 수월한 산행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중간에 암릉 구간(암벽으로 이루어진 능선)이 있다는 산행대장님의 말씀이 있어서 암릉구간 1km 정도 '잠깐 힘들겠구나' 했다.
이번 산행에는 오랜만에 둘째 아이도 함께해서 우리 가족 셋(아빠, 엄마, 딸)이 함께했다. 충분히 자고 와서 여유롭게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산행을 시작했다. 이미 해가 뜬 때 산행을 시작하는 것은 진짜 오랜만이다.
이화령에서 아침 7시 45분에 산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조령산 정상에 도착해서 본 풍경은 색달랐다.
기존까지는 정상에서 바라보는 산들은 빼곡하게 나무가 뒤덮여 있었는데, 여기는 암벽으로 이뤄진 산들이 즐비하게 보인다. 암벽들이 뾰족뾰족 많아서, 뭔가 기존에 봐오던 산들보다, 좀 더 강인한 느낌이 든다. 암릉 구간이 있다더니, 생김부터 다르구나.
좀 지나면 신산암봉이라는 곳까지 암릉 구간의 맛보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슬슬 로프를 타고 올라가는 곳이 많아진다. 맘 대원들이 속도가 더뎌진다. 아이들은 놀이동산 같은지, 더 재밌어하는 듯하다.
신선암봉에서 점심을 먹고 좀 지나가니, 암릉 구간이 시작되었다. 표지판에 암릉구간 1.2km라고 떡하니 쓰여있다.
곳곳에 로프를 잡고 등반을 해야 되는데, 사람들마다 올라가는 속도가 달라서, 속도를 내기 어려운 구간이었다.
로프 구간에 정체가 되다 보니, 가만히 있기가 좀 그러던 찰나에, 옆으로 내려갈 수 있는 샛길이 보였다. 약간 가면 안 될 것 같은 길이었는데, 한 번 시도해봐야겠다 싶어서, 나무를 잡고 바위 위에 발을 올렸다.
발을 올리는 순간 낙엽에 미끄러졌고, 나무를 잡고 있던 손도 놓치면서 그대로 주욱 미끄러졌다. 다행히도 아까 보았던 샛길에 안착을 했다. 그런데 그 짧은 찰나에, '한 번 더 튕기면, 죽거나, 크게 다쳤을 수 있겠다.' 싶었다. 뒤에서 기획1대장님이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리춤에 차고 있던 물통과 배낭이 충격을 덜어준 덕분에 특별히 다친 곳이 없었다.
산에 신이 있어서 날 구해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번 구간의 산은 뭔가 더 고맙고 애틋했다. 그래서 지나가는 길에 돌무덤이 있으면 돌 하나 올리고 기도를 올려보았다. '감사합니다. 산신님'
앞으로는 정해진 길로만 다니겠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들어보니, 아이들 중에도 실족을 해서 뒹굴었다는 얘기도 나오는 걸로 봐서 이 구간은 살짝 위험 요소가 있는 곳인 것 같다. 나도 열여덟 번의 산행 중에 가장 많은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었던 구간이었다.
위험하니까 피하고, 넘어질까 두려워만 했다면, 이 길을 걸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누구든 도전해 볼 법한 곳이었다고 생각한다. 둘째 딸은 너무 재미있었다고 했다. 덕분에 첫째 딸도 다음에 가보고 싶다고 한다. 설악산 공룡능선이 여기랑 비슷하다고 첫째 딸을 꼬셔볼까나~
위험 요소가 다소 있었던 이 구간에서 특별한 사고 없이 참가한 대원 38명 모두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어서 산신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