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전하산 대원을 인솔해서, 보충을 하지 않더라도 완주가 인정되었다. 그래서 나만 생각하면 굳이 보충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둘째가 끝내지 못한 숙제를 그대로 둬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보다는 끝맺음을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보충 산행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대원들이 간 곳이 어떻게 생긴 길이었을지 궁금해서이기도 하다.
1. 둘째의 끝맺음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백두대간 36구간을 지난 5월 11일에 시작했으나, 끝맺지 못했다.
나는 아이가 백두대간 45개 구간을 완주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작한 일은 끝맺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날 좋은 가을날 가족과 함께 36구간의 나머지 6km를 걸어보기로 했다. 해당 구간에서 안전하산한 대원들이 몇몇 있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우리 가족만 가게 되었다.
선배님이 설레임을 나눠주시던 귀네미 마을 한편에 도착해서 체조를 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우리 기수의 첫 보충 산행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단출하게 산행을 시작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조금 걷는데, 길이 상당히 헷갈렸다. 내비게이션 없이 이렇게 단출하게 산행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비게이션 덕분에 큰재에 무사히 도착했다. 게다가 지난 5월 당시 안전하산하고 교육대장님과 후기대장님을 찾아서 여기까지는 왔었어서 그래도 좀 수월하게 왔다. 5월과는 날씨도,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번 산행을 komoot에서 보면 고도가 아주 완만해 보였더랬다.
그런데 실제로 산행에 임해보니, 뭔가 위의 고도표만큼 쉽지는 않았다. 내 garmin에서 보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 된다. 아마도 좌우로 많이 늘려져서 그런가 보다. 같은 지도인데, 이렇게 다르다니
아무튼 오랜만에 다시 온 곳의 지명들이 낯익었고, 생각했던 것보다 오르락 내르락 하는 낙차가 좀 있었지만 산행 자체는 수월했다.
3시간을 예상했는데, 막내도 데려오다 보니 속도가 좀 느려져서 3시간 반정도가 걸려서 마무리 지었다.
산행 중에 둘째 아이에게, 끝맺지 못한 구간을 끝맺으려고 왔다고 얘기했는데, 아이는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안 와도 됐을 것 같은데요.' ㅎㅎ
그래도 아이에게 끝맺음의 의미를 체험으로 말해줄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나 혼자는 만족스러운 산행이었다.
2. 지난 5월 대원들이 걸었던 길
나는 이우백두 20기에서 지금까지 개근 참여 중이고 완주 중이다. 나처럼 참여하고 계신 분들과 비교해서 나는 백두대간 완주 의지가 엄청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가보지 못한 이 구간을 보충 산행하는 이유는 호기심이다.
지난 5월에 안전 하산을 결정하고 초등대원 둘이 가겠다고 했을 때, 같이 갔더라면 완주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고는 했다. 그리고 이번 산행에 임하면서도 그것이 가능한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걸었는데, 결론은 불가능했을 것 같다였다.
지난 5월 산행의 후미 하산 시간이 18시 16분이었고, 안전하산한 시간이 16시 11분인데, 3시간 산행을 했다고 치면 19시 10분경에 하산했었을 것 같은데, 초등 대원들에게 무리한 강행군이었을 듯하다.
이번에 걸어보니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그 당시의 체력으로는 무리였을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체력도 올라오고 해서 아주 수월하게 산행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3. 막내는 아직 이르다.
이번 산행에 곁다리로 막내와 함께 했다. 앞으로 있을 1박 2일 산행에 함께할 수 있을지 테스트해보려는 의도였다.
결론은 산행 부적합이었다. 아직 지구력이 부족해서, 후반부에는 계속 힘들다고 징징대고, '언제 도착해'를 연신 내뱉으면서 산행에 임했다. 게다가 6킬로 산행 내내 거의 50번 넘어졌는데, 다음 산행이 바위가 많은 산이라고 하여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오르막엔 잠깐 업어줬다.
이번 산행의 전체 시간 기록이다. 운전해줄 사람 없이는 너무 힘든 보충 산행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