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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이머문자리 Dec 06. 2024

오늘은 수월하게 끝날 줄 알았다.

이우백두 19차 산행. 백두대간 26구간 조령3관문~하늘재

둘째 날이 밝았다. 첫날은 암릉 구간이 있었지만, 둘째 날은 수월하다고 들었다. 그리고 아침 산행 시작도 6시 반이 계획이었는데, 7시 반 가량 시작해서 충분히 자고 시작할 수 있었다.


이번 산행은 후미대장님이 부재로 내가 후미대장을 맡기로 했다. 그 덕에 더욱 여유로운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게다가 날이 밝고 나서 시작해서 모두들 경쾌해 보인다. 나의 둘째 따님만 컨디션이 안 좋다. 너무 졸려서 눈이 안 떠진단다. 아래 사진의 마지막에 뒤처져 있는 한 명이 내 딸이다.


첫날은 선두로 날아가서 있는 줄도 모르고 산행을 했는데, 시작부터 너무 뒤처져서 조금 힘들겠구나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조금 지나니 생생하게 가버렸다. 그런데 잠시 후 무전으로 내 딸을 봤냐고 무전이 왔다. 그래서 못 봤다고 하는데, 그 무전 소리를 들었는지 갑자기 저쪽에서 둘째 딸 목소리가 들렸다. 둘째 딸내미가 길을 살짝 잘못 들어서 어디 뒤편에서 나타난 것이다. 산행 초반이라 참 다행이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는 모든 것이 원만했다. 오늘 왠지 금방 끝나겠구나 싶었다. 후미 산행 종료 시간도 2시였고, 저녁은 집에 가서 먹는 걸로 계획되어 있던 날이라 발걸음이 가벼웠다. 게다가 날까지 좋았다.

낙엽도 하트로 날 반겨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1시경에 선두대장님의 무전이 날아왔다.

학생 대원 2명, 호윤이와 율이가 길을 잘못 들었다고 본인들이 카카오맵 보고 오고 있으니 뒤에 가서 챙겨봐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호윤이와 통화를 했다. 카카오 맵을 보고 오고 있는데, 하늘재(날머리)까지 5km 지점이라고 했다. 나는 하늘재까지 3.6km 지점이라서 1.4km 정도 떨어져 있구나 하고 슬슬 걸어가면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무전으로 가방 내려놓고 슬슬 걸어가고 있다고 얘기하고 이동했다.


그런데 율이 아빠이신 날씨대장님께서 무전으로 조금 더 빨리 가봐 줄 수 있냐고 하셔서 조금 속도를 올렸다. 그래도, 애들과 접선해서 다시 돌아가는 체력까지 안배해서 너무 오버 페이스 되지 않는 속도로 갔는데, 날씨대장님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 뒤로 빠르게 돌아오고 계신 듯했다.

(지나고 보니, 아빠의 불안한 마음을 너무 간과했다. 앞으로는 '신속하게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무전을 해야 할 듯하겠다고 생각했다.)



오래지 않아서 나는 아이들이 있을 법한 지점까지 이동했는데,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소리를 질러봐도 아직 소리가 닿지 않는 거리였다. 그리고 통화를 하다가 나온 이정표는 부봉 1봉이라고 하는데, 나도 거기가 어딘지 몰라서 앞으로 좀 가다가 다시 뒤로 가봤는데, 이제 서로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내 생각보다 더 뒤에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아이들은 부봉삼거리에서 하늘재로 가야 되는데, 편지를 보지 못했는지, 부봉으로 올라갔고, 부봉 1봉에서 부봉 6붕 즈음까지 갔었던 듯하다.


아이들이 있을 법한 위치에서 안 보여서 나도 초조했었는데, 그 지역이 하필 통화가 잘 안 되는 구간이었어서 더욱 그러했다. 그래도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면서 안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저 위에서 움직이면서 다가오는데, 아이들은 크게 당황하지 않고 산행을 즐기고 있었다. 아이들과 무사히 만났다고 무전을 날리고, 다시 원래 루트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은 안 가본 곳을 갔다 와서 신났다고 했다. 그리고 아직 체력은 충분히 보였다. 게다가 물도 충분히 갖고 있었다. 나도 물은 충분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원래 루트로 다시 앞으로 갔고, 내 가방 내려둔 곳에서 날씨대장님과 만날 수 있었다. 눈물의 부자 상봉을 기대했는데, 그렇게까지 격정적이지는 않았다.

되려 부리나케 달려오신 날씨대장님이 조금은 지쳐 보였다. 거기다가 율이도 종아리에 쥐가 나면서 조금 지쳐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아이는 힘을 내고 있었다. 종아리 마사지를 해주고 다시 출발했다.


다행히 이후로는 큰 문제없이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원래 계획이 2시였는데, 내려오니 4시 반이었다. 버스대장님은 이른 귀가 후에 약속이 있으셨는데, 우리 때문에 귀가도 늦어지고, 약속도 취소하셨다고 했다. 버스 대장님께 굉장히 감사한 마음을 이제야 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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