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 수레 Sep 11. 2022

Gate 입구

동어 반복을 지적하며

추석 연휴,  강아지를 산책시키다가 동네 아파트 공사현장 출입구에 놓인 안내문을 읽었다.

이렇게 쓰여있었다. 


                                                         현장 게이트 입구

                                                         공사 차량이 

                                                         진·출입합니다

                                                         주차금지


'현장 게이트 입구'란 말이 어색했다. 

영어 단어 게이트(Gate)는 출입문이나 입구를 뜻한다 

입구(入口)란 들어가는 통로를 뜻한다.


게이트 입구라고 쓴 의미가, 설마 '출입문의 입구'인가? 

미국 대사관이나 공항처럼 경비가 삼엄해서 이중으로 문을 설치했나? 

문에도 입구가 달려있는 상상을 했을까?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보통 공사장 출입구였다.


게이트란 단어를 썼어야 했을까? 

그냥 '현장 입구' 또는 '공사장 출입구'라고 했어도 됐을 텐데. 

굳이 영어단어 Gate를 넣고 싶었으면 '현장 Gate'라 해도 무방하리라 생각한다.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동어(同語)반복'에 대해서 배웠다. 

역전(驛前앞)은 역전이나 역 앞으로 쓰는 것이 문법적으로 맞고,

돼지족발은 돼지足으로 쓰는 것이 본래 맞다고 말이다

고목(古木) 나무도 고목이라고 해도 충분하다고 했다.


하지만 단어는 사회성을 가지고 있어서

문법적으로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 대중이 무심히 사용하여

점유율이 높아졌다면 그 단어는 이미 버릴 수 없는 정체성을 갖게 된다고 하였다.

짜장면을 아무리 국립 국어연구원에서 자장면이 맞는 말이라고 해도, 이제는 자장면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동어반복은 한자어+우리말의 조합에서 많이 발생했다

이제는 영어+한자어의 조합에서도 보인다. 

로딩 중(loading 중)이란 말도 자주 쓰이는 말이다

동사 load에 하고 있다는 영어~ing가 합쳐진 Loading에 하고 있다는 한자어 중(中)이 동어반복된 셈이다. 


문법에 맞지 않는 단어라도 사회 구성원이 오랜 기간 사용하면 단어는 생명력을 갖는다 

경제용어 중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처럼 '틀린 단어가 '문법적으로 정확한 단어'를 쫓아낼 수 있다


그래서 악화(惡貨)이든 동어반복의 어휘이든, 다수가 사용하여 대표성을 확보하기 전에 그것의 정체를 제대로 밝혀서 맞고 틀림을 가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 게이트 입구'라고 표지판을 쓰신 분은, 아마도 Gate와 입구가 同語라는 생각 없이 표기했을 것 같다.

게이트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은 채 무심히 썼을 것 같다.


표지판이나 SNS 등 다수가 보는 글이라면 자기가 쓴 말이 문법적으로 맞는지 안 맞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주변 사람도 잘못된 표현은 바로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ueen Elizabeth Ⅱ를  Queen Elisabeth Ⅱ로 스펠링을 잘 못 쓴 것도 미리 살펴봤어야 하고, 주변 사람들도 철자가 틀렸으면 틀렸다고 바로 지적해야 하듯이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Replica와 Cover사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