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윌 노튼 Mar 19. 2021

네 존재가 환상이어도 괜찮아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 줄거리


<그녀가 사라졌다>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 데본이 사랑하는 여성 루시를 찾아 떠나는 성장 스토리이다. 영화는 데본의 시점에서 조현병 환자들이 겪는 대표적 증상인 피해망상, 환청, 환각, 환시를 간접 체험시켜주어 그들의 고통을 공감하게 도와준다. 반대로 데본을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입장에서 '조현병 환자의 말을 완전히 신뢰할 수 있을까? 진실을 말하고 있는 사람을 단지 병이 있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정신적 갈등 또한 훌륭하게 풀어낸다.


데본은 불현듯 찾아오는 환청, 환각으로 인해 밴드 보컬을 그만둔다. 하지만 다른 직업도 구하기도 불가능에 가깝다. 그의 사회생활을 방해하는 조현병은 미스 니들스미스터 로켓이라는 가상의 인물들로 표현된다. 미스 니들스는 커다란 주사 바늘을 들고 데본을 죽이려 하는 공포의 대상이고, 미스터 로켓은 위기에서 그의 도망을 돕는 영웅적 존재이다. 을 복용하지 않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미스 니들스의 힘은 커진다.


데본은 헌신적인 친형 의 집에 얹혀살며 그에게 정신적, 물질적 도움을 받는다. 출산을 앞둔 닉의 아내 올리비아가 데본의 독립을 제안하면서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형네 부부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데본은 투신자살을 시도한다. 정신을 잃은 그가 깨어난 곳은 루시의 집안 욕조이다. 데본은 운명적으로 루시와 사랑에 빠져 환상적인 하루를 보낸다. 그는 잠시나마 루시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지만 루시는 메모 한 장만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데본은 사라진 루시를 찾으러 온 동네를 돌아다니지만, 그녀의 존재를 찾을 수 없다. 닉은 루시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하나도 없다며 모든 것이 환상이었다고 말한다. 데본은 담당 정신과 의사에도 루시와의 사랑을 묘사해보았지만 그녀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실의에 빠진 데본은 루시가 남긴 메모를 다시 읽어본다. "행복한 둘째 날 보내"라고 적혀 있던 메모의 뒷장에는 "시드니에서 봐"라는 말이 적혀있다. 그는 루시를 찾기 위해 호주 서부 끝에 위치한 퍼스에서 동부 끝 시드니로 떠난다. 하지만 가는 길에 약을 모두 도둑맞아버린 데본은 미스 니들스에게 시달리다 기차에서 뛰어내린다. 


데본은 과연 무일푼으로 호주 대륙을 횡단해 시드니에 갈 수 있을까? 

루시는 정말 환상이었던 걸까?


 


(결말과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영화는 루시를 찾아 떠나는 데본의 모험과 그의 정신적 성장을 다룬다. 시드니에 도착하기까지 루시가 진짜라는 데본의 생각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너무나도 확고한 데본의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루시가 정말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들게 할 정도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찾기 위해 시드니 까지 걸어온 데본의 이야기는 화제가 되어 방송에 나간다. 그것을 본 닉은 동생이 안전하단 사실에 안도하며 시드니로 향한다. 하지만 데본은 집에 돌아가자는 닉의 권유를 끝까지 거절한다. 닉은 출산이 임박한 아내와의 불화도 감수할 만큼 데본을 사랑하지만, 끝까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동생에게 화를 낸다.


데본은 루시가 진짜라는 증거로 메모를 꺼내 보여준다. 하지만 메모에는 사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데본은 루시와의 기억이 환상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고향으로 돌아와 정신 병원에 입원한다. 데본은 의사에게 환상에 빠져 시간을 낭비했다고 자책한다. 의사는 "루시는 환상이었지만, 당신이 표현했던 사랑의 감정은 진짜였어요. 전 아직 그런 사랑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라고 답한다. 이 말을 듣은 데본은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치료와 독립을 열심히 시도한다. 


데본은 LP판매점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데본이 속했던 밴드의 팬이었던 LP 판매점 사장은 그의 정신병을 알고 있음에도 그를 믿고 채용한다. 정상적 사회생활을 통해 그의 병세는 약화돼간다. 그러던 어느 날 데본은 가게에서 우연히 루시와 마주친다. 겨우 회복되는 줄 알았던 병이 다시 도진 것일까? 루시와의 기억이 진짜였다고 하더라도 또다시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면 데본은 얼마나 더 힘들어야 하는 걸까?


루시는 사실 데본이 몇 년 전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 사랑을 나눴던 사이었다. 둘은 퇴원을 하고 자유롭게 사랑하기를 약속했다. 하지만 먼저 퇴원한 데본은 당시 복용했던 악물의 부작용 때문에 기억 일부를 잃어버린다. 그가 느꼈던 사랑의 기억이 가슴 깊숙한 곳에 남아 있다 환상의 형태로 재현된 것이었다. 데본과 루시는 바로 옆 차선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서로를 찾아 몇 년을 헤매었다는 사실을 알고 기쁨과 슬픔의 눈물을 흘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셀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