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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 노튼 Oct 10. 2022

열등감

저는 경험한 게 아니면 안 믿거든요


청년 창업가 김 대표를 인터뷰했다.

김 대표는 홀로 창업한 지 2년 만에 연 10억의 매출을 달성한 사업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자신이 느낀 불편함을 개선한 의류를 개발, 판매해 성공했다.

대중을 겨냥하기보단 충성도 높은 특정 집단을 공략한 게 성공의 비결이었다.


제 나이대에 맞게 옷을 계속 개량할 계획이에요.
하지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하지 않을 거예요.
전 경험한 게 아니면 안 믿거든요.


김 대표는 나와 정확히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경험한 게 아니면 안 믿는다”는 말은 자신의 지식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며 계속해서 배워가겠다는 겸손한 태도이다.

텅 빈 내면을 감추기 위해 잘 알지도 못하는 걸 떠벌리는 헛똑똑이들에 반해

겸손하면서도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의 나였다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타인을 만났다는 것에 기뻤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대화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난 우울함에 빠졌다.


정확히 말하면 열등감에 가까웠다.

단순히 돈 많은 사람을 만나서가 아니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과를 이뤘다는 점이 부러워서였다.

나는 내 취향과 생각이 마이너 하다는 일종의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다.

언론인을 꿈꾸는 만큼 나만의 것을 대중적인 것으로 바꾸려 노력하는 중이었다.

반면 김 대표는 정 반대로 자신과 비슷한 소수의 사람을 공략해 성공했다.

사업가들은 조금이라도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넓은 타겟층을 공략한다.

이는 시장조사에서 당연한 공식처럼 여겨진다.

김 대표의 성공이 더욱 값져 보이는 이유다.


물론 의류업계와 언론계는 다르다.

대중매체 종사자는 당연히 대중의 기호를 반영해야 한다.

그럼에도 대중에 역행한 김 대표의 소신 있는 모습은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만의 색깔을 밀고 나가 성공할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주는 눈빛이었다.

뉴스 산업에서 일반 기자들과 나를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기존의 뉴스 산업을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없을까.

나만의 것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보니 우울한 기분도 금세 사라졌다.


열등감이란 감정을 느낀 게 너무 오랜만이라 이 감정을 해독하는데 꽤나 시간을 썼다.

거기에서 희망을 찾아낸 내가 대견스럽기도 하다.

내가 제일 똑똑한 줄로만 알았는데 세상엔 똑똑한 사람이 정말 많은 것 같다.

나를 자극시켜주는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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