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조언하는 직업이다. 진로 고민에서 생활 습관까지, 다 컸다고 생각하는 덩치만 큰 쥐방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 힘들다. 나는 개인적으로 조언을 많이 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나서서 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좀 더 아는 것 같지만 나도 내 답을 확신하지 못하고, 지금은 맞더라도 나중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해줘야 하는 조언이라고 판단될 때는 진심을 다해 조언한다. 학생들은 내가 궁금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아직 난 학생들이 궁금하다.
최근 어떤 책을 읽었다. 자기 계발서 종류였는데 굉장히 쉽게 조언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극히 단편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을 이렇게 확신하며 조언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더욱이 작가 소개란에서 특별한 경력이나 능력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 선무당이 위험스레 칼을 휘두르는 느낌이었다. 판매량이 괜찮다고 들어 읽어 보았는데 읽다가 책을 덮었다. 유행하는 시대의 키워드에 자신의 경험을 녹이고 적절한 네이밍을 한 게 판매량에 주효한 것 같았다.
제일 무서운 건 멍청하고 무능한 리더다. 영화 남한산성을 보면 절체절명의 순간에 군사들을 사지로 모는 도체찰사가 나온다. 그가 진군의 북을 울리는 이유는 무당에게 택일을 받은 길일이기 때문이다. 죽을 것을 아는 병사들의 처량한 눈빛과 도체찰사의 확신에 찬 눈빛이 대조되면서 보는 내내 화가 치민다.
나도 이 시대가 어렵다. 지난 십 년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르겠다. 앞으로의 십 년은 더 모르겠다. 그러니 쉽게 조언하지 못한다. 나의 조언이 학생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겠냐만 그들이 가는 길에 티끌 하나라도 치워주고 싶다. 그러니 나는 함부로 조언할 수 없다. 다만 들어주고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을 수는 있을 것 같다. 시대를 예측할 순 없지만 시대를 묵묵히 이겨나갈 단단한 마음을 갖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멍청하고 무능해지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