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아이 밥을 한다. 어차피 아침은 입맛이 없다. 그리고 오전에 유치원에서 간식도 먹는다. 그래서 대충 만든다. 최근 아이가 꽂힌 건 냉동 너비아니다. 국산 재료로 만든 믿음이 가는 제품을 고른다. 몇천 원 비싸지만 그건 죄책감 값이다.
민주적인 아빠는 아침 메뉴를 물어본다. 아이의 대답은 ‘러비아니!!’ 요즘 유치원에서 영어를 배우더니 교포처럼 말을 한다. 별거 아닌데 그 자신 있는 대답이 되게 웃긴다. 다들 내 자식이 천재 아닌가 생각한다는데 혹시 아이러빗이라고 말한 건 아닐까 생각해 보지만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니다.
향기에 관한 체험을 했나 보다. 무슨 향기 무슨 향기 이러다 ‘배꼽향기’라고 한다. 읭? 읭? 다시 물어도 애국지사마냥 한결 같다. 사람 냄새가 난다는 노래는 알지만 그 냄새가 배꼽에서 나는 향기는 아닐 거고. 아무리 봐도 신체 부위 중 향기가 나는 곳은 없다. 수업 중 ‘이화’는 배꽃이라고 수 없이 강조했건만 ‘배꼽’을 ‘배꽃’으로 생각할 융통성도 없는 난 아직 멀었다. 그래...배꽃에서는 향기가 나겠지. 하지만 너라면 배꼽에서도 향기가 날 수 있겠다.
인어공주 이야기를 듣고 온 모양이다. 인어공주는 왕자를 칼로 찌르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결국 물거품을 되었다. 아이에게 사랑은 아직 어려운가 보다. 이번에는 칼로 찌르는 것에 꽂혔다. 그런데 칼로 찌르지 않고 쑤신다고 표현하니 문제다. 자꾸 신세계가 생각난다. 그쪽 세계는 사랑이고 뭐고 칼로 쑤실 수도,,,,,,..
안데르센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 앞에 세속의 아빠는 오늘도 반성한다. 난 문학보다 비문학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