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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방자 Nov 13. 2024

시험에 긴장하지 않는 법

오래 전, 나는 수능과의 싸움에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처참하게 발렸다. 패했다 정도로는 느낌이 살지 않는다. 극도의 긴장으로 가장 자신있던 국어부터 집중하지 못했고, 야속하게 걷어가는 답지를 홈런 맞은 투수처럼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의 감정들을 떠올리며 몇 줄 적어보았는데 마음이 괴로워 지울 수밖에 없었다. 19살의 나는 여전히 안쓰럽고 마음이 아린 존재이다



어제 응원을 해달라고 했던 친구 두 명에게 편지를 주고 왔다. 뻔한 초콜릿보다는 안 뻔한 편지가 나을 것 같았다. 좋은 결과를 얻을 테니 긴장하지 말라는 뻔한 내용이었지만.


그래 긴장하지 말아야 한다. 긴장때문에 한 평생을 괴로워 한 사람이 바로 나다.     


두 번의 수능 모두 한숨도 자지 못하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숱하게 본 임용시험 역시 뜬눈으로 밤을 지샌 건 마찬가지였다. 유일하게 푹 자고 본 시험이 모든 걸 포기하고 보았던 마지막 시험이었다.     



고시생 시절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류현진의 경기를 보곤 했다. 최고들만 모이는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그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그의 배짱이었다. 긴장감 넘치는 순간 흔들림 없는 배포 앞에 거구의 타자들이 맥을 못추고 삼진을 당했다. 이종범은 큰 경기에서는 간땡이가 큰 놈이 이긴다고 하였고, 그의 아들 이정후는 극적인 클러치 상황이 자신에게 오길 기다린다고 하였다.     



결국 상대평가이다. 남들이 긴장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 긴장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다.      



나는 아직도 긴장하지 않는 법을 모른다. 하지만 정말 많이 고민한 결과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편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일 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긴장하지 않기를 바란다. 홈런 맞는다고 세상이 끝나진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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