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대한 한 사람의 사랑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이름을 들으면 <월든>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월든>은 소로가 월든 호숫가의 숲속에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밭을 일구면서 소박하고 자급자족하는 2년간의 생활을 쓴 책이다.
대자연의 예찬자인 그가 쓴 <나무의 일기>는 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소로가 쓴 100여 편의 짧은 에세이가 모인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인간이 이렇게나 순수하게 나무를 사랑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존경심까지 든다.
나무의 어떤 점이 이토록 그를 매혹시켰을까.
나무를 보고, 느끼고, 알아가는 소로의 짧은 이야기를 통해 어쩌면 나무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을까.
작은 희망을 갖고 읽기 시작한 이 책에서 소로는 인간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나무를 관찰했다.
그가 직접 스케치한 나무와 이 책의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 함께 수록되어
소로가 느낀 나무에 대한 감상을 읽은 내내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소로는 나무와 자신을 동일시했다.
한 생명체에 대해 마음 깊은 교감을 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이 부러울 뿐이다.
나무를 친구로 생각하고 자신의 친척처럼 여겼다.
그러한 나무들 덕분에 자연에 대한 소로의 애정은 점점 풍부해졌다.
이 짧은 에세이를 통해서도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어 하나하나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나무와 영혼으로 교감하면서 느낀 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을 읽은 후
내 주변의 풍경을 다시 바라봤다.
비록 겨울이 되면서 나무의 잎은 다 떨어졌지만
우뚝 서 있는 그 모습에서 자연의 힘을 조금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봄이 오면 앙상한 가지에도 새싹이 피어날 것이다.
그리고 푸른 잎을 가득 품고 울긋불긋한 색동옷으로 갈아입을 것이다.
신비로운 자연 현상을 생각하니 소로가 나무를 사랑한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감탄한, 그가 쓴 짧은 구절을 덧붙인다.
마지막 숨을 내뱉는 나무
오늘 불길이-마치 야생마가 콧김을 내뿜으며-포효하듯 탁탁대고 타올라 불과 싸우는데, 이따금 소리가 들려왔다. 이를테면 숨을 거두는 나무가 뱉어내는 죽음의 선율, 최후의 한숨, 고통에 몸부림치는 미세하고 분명한 날카로운 비명이다.
...(p. 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