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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정 Dec 27. 2018

아르테 작은책 시리즈

<안락> & <인터내셔널의 밤>

<안락>

손바닥만 한 작은 책이 내게 왔다.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작고 가벼운 책.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무거웠다.

'죽음'에 대한 고민. 어쩌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삶과 죽음이라는 결코 피할 수 정해진 운명 앞에서 나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지만 언제부턴가 '죽음'이라는 단어가 내 삶에서도 조금씩 느껴지고 있다.

나이 드신 부모님을 볼 때뿐 아니라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에서 하얀 새치가 조금씩 많아지면서

피부로 실감하게 된다. 

작가는 <안락>에서 죽음 앞에 모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근 미래에 안락사가 합법화된다는 가정하에 짧은 이야기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는 점점 노령화되어 가고 있다. 태어나는 아이들보다 나이 든 사람들의 수가 더 빠르게 증가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안락사는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니다.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이지만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 생각한다.

할머니는 사랑하는 가족을 갑자기 떠나고 싶지 않았기에 스스로 신변 정리를 시작했다.

남아있는 가족에게 통보된 할머니의 임종 스케줄. 현실적으로 쉽게 납득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삶이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이들에게 억지로 목숨을 붙잡으라고 할 수도 없다.

죽음이 사적이고 개인의 문제라는 점에서는 말릴 수도 권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이 나와 함께할 시간이 앞으로 몇 시간으로 정해져 있고, 죽음을 지켜보아야 하고,

그렇게 떠난 후 남겨진 사람들이 감내할 고통의 무게는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소설 속 이야기로 넘기기엔 너무 현실적이다. 곧 우리에게 닥쳐올 현실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다.

죽음도 삶의 한순간으로 인정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많은 고민은 안겨 준 책이다.


<인터내셔널의 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

가끔씩 답답한 공간에서 벗어나 무작정 나를 아는 이가 한 명도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현실을 버릴 용기가 없기에 나는 오늘도 답답한 이 공간에서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현실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난 한솔과 나미, 두 여자의 이야기는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

기차는 참 오묘한 공간이다.

정체되지 않고 어디론가 떠난다. 정해진 목적지가 있지만 어디서든 내릴 수 있다.

누군가는 내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시 기차에 올라타면서 이 공간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역동적이지만 정체된 이 공간에서 만난 낯선 이들과 감정을 공유하는 상상은 짜릿하다.

그러한 기차에서 만난 두 여자의 여행은 잊고 지냈던 자아를 찾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쩜 이들은 낯선 공간이 주는 이질감 때문에 용기를 내어 서로에게 말을 걸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익숙했던 그 공간에서는 늘 주눅 든 모습이었고 한없이 작아지기만 했었다. 

늘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했고 사회가 정한 규칙에 맞게 살아야만 했다.

그녀들은 기차와 여행이라는 새로운 매개체를 통해 조금씩 용기를 내어 새로운 관계를 형성했다.

그리고 자신이 도망쳐온 현실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언제나 힘들고 불안하다고 생각했던 관계 속에서는 미쳐 발견하지 못한 작은 빛을 찾게 된다.

스스로 잊고 지냈던 자신의 존재감과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그녀들은  짧은 여행과 만남에서 깨달은 자신의 존재감을 가득 안고 도망쳐온 현실로 돌아갈 것이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한 발짝 더 세상 속으로 걸어갈 수 있다.

앞으로 살아갈 그녀들의 인생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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