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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정 Nov 05. 2019

지킬 수 없는 다짐

그래도 감사합니다.

프리랜서다 보니 일이 불규칙하다.

그래도 아직까진 매달 꾸준히 일이 들어오는 거래처가 있어서 감사하고

지난 2개월 동안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집안 행사를 앞두고 모든 일을 다 끝마친 후 2주 동안 휴가를 갖기로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기상 시간은 회사를 다닐 때와 비슷했고, 취침 시간은 많이 늦어졌지만 

큰 틀에서는 기존의 생활습관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따라서 업무 시간도 나름 9시-5시를 지키려 하지만,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하루 12시간 이상

노트북 앞에 앉아 번역만 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어깨와 손목에 무리가 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쭉 일을 하려면 건강이 우선이다. 절대 아프지 않게 일하기로 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역시 그 다짐을 지키기는 어려웠다.

어깨는 일주일에 한 번씩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며 통증을 달랬고

손목은 자체 진료로 찜질하며 작업을 이어 나갔다.

마지막 납품을 마치자마자 노트북 전원부터 껐다.

프리랜서이기에 주말 평일 구분 없이 일하다 보니 요일 개념이 사라진지는 오래다.

'당분간 그 어떤 일도 하지 않겠어!'라는 굳은 다짐은 반나절이 채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핸드폰으로 들어온 메일 알람에 다시 노트북 전원을 켰고,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거절했던 출판 관련 일이라 또다시 거절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노트북 앞에 앉아 일을 하고 있다.

언젠가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날을 위해 작은 기회조차 소중하게 여기며 오늘도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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