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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상구가빨강 Jul 04. 2024

아니 슈도 모델이 될 수 있냐고요

슈비두비두밥 샤랄랄라... 나는야 아바타 스타...

근 몇 년 사이, 광고 모델의 판도가 재빠르게 뒤바뀌고 있는 추세이다. 2010년대에는 K-컬처 전반이 유행하며 배우들을 모델로 기용했다면 이제는 K-pop 시장이 지나치게 성장해 버렸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 모델의 선호도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 브랜드평판지수에 따르면 24년 3월 브랜드평판 2위에 뉴진스가 있었고, 1월에는 블랙핑크 제니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브랜드의 트렌디함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라고도 말한다. 시류에 탑승해, 1020을 소비층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지난 6월, 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도  신규 모델을 고용했다.

근데 이제, 뭐랄까, 사람이 아닌...?











아이소이의 신규 모델은 '슈'이다. 슈라고 한다면 90년대를 주름잡았던 S.E.S의 멤버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슈는 플래시게임 <아바타스타>의 '슈'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이소이 인스타그램





슈는 2002년부터 해태제과의 아이부라보닷컴에 나온 캐릭터이다. 초반에는 단순히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콘텐츠였으나(해태제과의 상품인 '얼초'만들기 게임도 있다) 그 인기가 날로 커져 야후! 꾸러기와 쥬니어네이버 등의 어린이 포털 사이트까지 진출했다. 사이트에서는 슈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과 게임까지 제공되기도 했는데, 이는 당시 초등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슈 게임은 플래시 게임의 일종이다. 플래시 게임이란 '어도비 플래시'라는 툴로 제작된 비디오 게임을 총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2021년 플래시 플레이어의 지원이 중단되며 현재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렇다면 이제 아이소이의 의중을 알아보자. 이들은 왜 서비스도 끝난 플래시 게임 캐릭터를 모델로 기용했을까?


그 이유에는 절대적으로 타깃의 연령층이 클 것이다. 슈 게임은 2002년 11월부터 2010년까지 출시됐으며, 애니메이션은 2005년부터 연재되었다. 다시 말해, 해당 게임을 즐긴 주 연령층은 1990~2000년대 생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현재의 2030 세대이다.





아이소이 홈페이지

아이소이는 '대한민국 착한성분의 시작'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기초 제품에 주력을 두고 있다. 만약 이들의 주력 상품이 색조 화장품이었다면 모델은 달랐을 것이다. 마치 색조 화장품으로 유명한 브랜드 '어뮤즈'가 10대를 타깃으로 삼아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을 기용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기초 화장품의 주 구매층은 20대 중반에서 30대에 해당하기에, 자연스럽게 타깃의 공통분모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바타스타 '슈'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슈는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바로 유튜브 롱폼 콘텐츠를 통해서 말이다.


슈 애니메이션은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만들어졌기에 판타지적인 요소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평범한 초등학생이 요술봉을 가지고 변신하며, 변신 후에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이 된다. 또한 변신한 모습은 초등학생이라고 볼 수 없는 성숙하고 매력적이며, 어떻게 보면 성인 여성과 유사하기도 하다. 스타일 역시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효리'의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것은, 아무리 힘들어도 요술봉 하나만 휘두르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주 타깃인 아이들의 욕망을 선명히 보여 준다. 아이의 삶을 살고 있지만 늘 어른과 아이돌 같은 대상을 동경하고 있고, 이러한 존재로 살고 싶어 하는 마음 말이다. 한편으로는 요술봉을 통해 힘든 순간을 빠르게 넘겨 버리려는 소망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것은 아이들이 타깃일 때나 설득적인 포인트고, 어른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는 정말이지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다. 초등학생이 변신하는데 아무도 못 알아봐? 학교를 다니면서 투잡을 뛰어? 요술봉이 문제를 다 해결해?


이러한 지점에 흥미를 느낀 유튜버들은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리액션 영상을 촬영해 업로드하게 되었고, 유튜버 선바의 영상 <슈의 XX파티>를 통해 정점을 찍었다.





유튜버 선바 동영상

황당한 전개, 헛웃음을 짓는 유튜버, 중독적인 변신 노래 '슈비두비두밥 샤랄랄라~'까지.... 해당 영상은 결국 570만 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이 커뮤니티에 퍼지는 과정에서 두 종류의 유저가 생기게 되었다. 과거를 회상하는 90/00과 콘텐츠에 흥미를 느낀 00 이상의 세대 말이다. 결국 모두가 XX파티를 즐기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물론 슈 캐릭터의 인기 원인에는 애니메이션 이외에도 슈 캐릭터를 이용한 다양한 게임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게임 콘텐츠에서는 캐릭터만이 가지는 독특한 세계관이나 캐릭터성이 두드러지지 않아 따로 서술하지는 않으려 한다.  





아이소이와 <아바타스타 슈>의 콜라보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애니메이션, 혹은 캐릭터와 콜라보를 한 사례는 종종 있어 왔으나 한국형 플래시게임과의 콜라보는 생소하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브랜드 주력 상품의 특징, 90/00년생이 슈에 대해 가지는 향수, 그리고 콘텐츠를 통한 새로운 연령층의 유입이 있었다. 광고와 콘텐츠가 가지는 밀접한 상관관계 속에서 앞으로 어떤 콘텐츠가 탄생할까?





유튜버 발명! 쓰레기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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