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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상구가빨강 Jun 25. 2024

한소희 블로그 사진은 덤프트럭

말도 안 되는 드립의 제목과 블로그의 부활과 포토덤프 문화

 작년에 왔던 네이버 블로그, 죽지도 않고 또 왔다.

 이번에도 애매한 문화에 이름을 붙여 가며.......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블로그가 아줌마/아저씨의 소유물이었던 적도 있다. 머리가 벗겨진 라인 캐릭터는 묻는 말에 말도 안 되는 답이나 내놓고, 소위 말하는 '내공냠냠'을 갈긴다. 블로그 운영을 통해 내공을 얻을 수는 없으니 '조회수 냠냠'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라인프렌즈 이모티콘






 열받는 대머리와 말도 안 되는 답변. 저품질의 정보로 유명해지며 잠시 주춤하던 네이버는 이 역경을 기회로 만들었다. 바로 밈을 통해 1020의 유입을 추동하게 된 것이다.






 2020년에 시작해 2022년 피크를 찍은 문화가 있다. 바로 자기 기록 문화이다. 개인이 개성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개성을 표출하고자 하는 시대에 이르른 것이다. '인생네컷'이나 '시현하다'와 같은 사진 기록이 그 대표적인 수혜자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글이나 그림을 통한 자기 기록도 큰 인기를 끌었다.


 글과 그림을 통한 자기 기록이라고 작성한다면 생각이 닿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다꾸는 어떨까? '다이어리 꾸미기'의 준말인 다꾸는 그림, 글, 스티커, 테이프 등을 통해 다이어리를 꾸미는 행동을 이른다. 다양한 도구와 형식이 섞여 있어 자칫 그 본질이 헷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이 역시 다양한 도구를 통해 '나의 하루를 기록하는 것'이다.





 자기 표출의 욕망에 힘입어 많은 문화가 새로운 힘을 얻었다. 필자는 그 최대 수혜자가 네이버 블로그라고 생각한다. 네이버 블로그는 2022년 '주간일기 챌린지'를 통해 두 번째 전성기를 이끌었다.





네이버 블로그






 주간일기 챌린지는 단 하나의 규칙만을 가진다. '일주일에 한 건, 글을 올릴 것.' 6개월 내내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글을 올렸을 경우 추첨을 통해 다양한 선물을 증정한다.


 이 단순한 챌린지는 그야말로 열풍을 불어 왔다. 나를 표현해 주목받고 싶은, 그러나 지나친 주목은 싫은 1020이 이곳으로 몰려온 것이다. 툭 일상을 내뱉으면 누군가는 그걸 읽고 하트를 눌러 느슨한 연결고리를 이었다. 사진 중심 플랫폼인 인스타그램과 달리 블로그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더 깊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챌린지가 진행되는 6개월 동안 총 103만 명이 주간일기를 작성했다. 6개월 내내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글을 작성한 사람만 해도 14만 명이다. 결국 20대가 참여자의 55%를 기록하며 네이버 블로그의 이미지를 뒤바꾸어 놓았다.





 네이버는 이 일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기존까지 네이버 블로그는 3040의 공간이었다. 처음 개인의 일기를 기록하기 위해 생겼던 블로그는 점차 정보성으로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상업적 목적이 얹혔다. 블로그가 돈이 된다는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광고를 지고 뛰어든다. 결국 저품질의 정보는 날로 가득해지며 흰색 대머리만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 기록 문화를 통해 주간일기 챌린지를 업으며 1020의 유입을 확실히 하고 이미지를 가다듬을 수 있었다. 광고로 가득 찬 블로그가 다시 개인의 일기로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게 네이버가 원한 길일까?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원한 것은 단순 일기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깨끗한 정보, 다양한 정보, 사실은 그런 정보를 담은 정보성 글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그 누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일기를 읽기 위해 블로그를 쓰겠는가. 플랫폼 유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 플랫폼의 자산, 바로 '정보'가 담긴 글이 필요했을 것이다.





 

한소희 블로그
한소희 블로그






 첨부한 사진은 놀랍게도 유명 배우의 블로그이다. 류준열을 두고 혜리와 싸움 아닌 싸움을 벌인 한소희 말이다.





 한소희는 유명세를 얻은 후에도 꾸준히 네이버 블로그를 애용한 배우이다. 글의 형식이 새롭지 않은가? 우리가 평소 보던 줄글형 글이 아니라, 사진과 글을 비슷한 비율로 배치하고 있다. 사진 한 장, 글 한 마디를 번갈아 놓는 이 형식을 '포토덤프'라고 부른다. 당연히 어떤 정보가 있다기보다는 정말 '개인적인' 글인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는 여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남겼다.





네이버 블로그 공지

 "앨범 속 사진을 쏟아내고 사진에 대한 코멘트를 자유롭게 추가하는 트렌드를 포토덤프라고 부른다."


 포토덤프의 '덤프'는 영어로 dump라고 쓸 수 있다. 버린다는 뜻이다. 사진을 와르르 버려 놓고, 여기에 대해 소개글을 작성하는 요즘의 블로그 트렌드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포토덤프의 유행은 인스타그램에 적응된 현 세태를 보여 주는 사진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사진을 촬영하고, 그걸 통해 기록을 남기는 과정이 지나치게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그들이 사진을 들고 블로그에 넘어온 것은 자유도 때문이다. 사진과 글이 나름 분리된 인스타그램과 달리 블로그 이용자들은 자유롭게 사진과 글을 배치하며 자신만의 기록을 남겨 간다.


 사람들이 블로그에 열광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인터넷의 핵심은 '나만의 공간'이다. SNS는 프로필 기능을 통해 나만의 공간을 확보한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프로필 아래 개인의 사진, 글, 영상, 스토리를 모아 둔다. 이것은 '얕은' 나만의 공간이다. 하지만 블로그는 그 공간에 깊이가 더해져 있다. 개인에게 저마다의 주소를 부여하고 작은 홈페이지를 선물한다. 그 안에는 인스타그램처럼 개인 콘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간을 이용하고 꾸미는 것에 관한 자유도가 굉장히 높다. 특히 '카테고리'는 나의 감상을 끊임없이 세분화해 표현하게끔 만드는 특징적 기능이기도 하다. 





 블로그로 이동한 이유는 길지만, 포토덤프 문화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짧다. 어쩌면 단순하다.





한소희 블로그

 "그리하여 질보단 양으로 승부한다"





 그 말이 옳다. 결국 포토덤프는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이것이 개인의 의도로 인해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쩔 수 없는' 현상일수도 있다. 철학과가 아닌 이상 나에 대해 깊이 돌아보거나, 무엇을 깊이 표현할 일이 없다. 특히나 글을 읽거나 쓰는 현상이 극단적으로 줄어든 지금 사람들의 작문 능력이 과연 멀쩡할지... 조금은 한숨이 나온다. 누군가는 서술하기 귀찮아서, 또 누군가는 서술할 능력이 없어서 모두는 포토덤프를 향해 달려드는 것이다. 마치 덤프트럭처럼!











 늘 많은 생각을 안고 살지만 그걸 글로 써내리는 것은 매번 어렵다. 쏟아내듯 적어낸 후 힘이 없어 퇴고는 포기한다. 글을 써 먹고 사는 필자 역시 이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고단한 하루,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든 저녁. 그러나 그렇게 최선을 다했기에 오늘을 기록할 자격이 있다. 그 어떤 방식으로든.





그리고 필자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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