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이야기
며칠 입양 고민을 하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이동장을 주문한 것이었다. 일단 병원이라도 한번 데리고 가서 검진이라도 받게 해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이동장 주문 후 또 한 번 한파가 몰아쳤다. 사람은 옷이라도 껴입을 수 있지 길고양이 들은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자 안 되겠다 싶어 나는 결심을 했다. 길고양이를 집에 데려가기로.
밥 주던 4마리의 길고양이 모두를 집에 데려갈 순 없었기에 난 결심을 해야 했다. 녀석들 중 활동 많고 성격 까칠한 녀석은 미안하지만 제외시켰다. 그래도 겨울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자 소심하고 겁이 많은 반반이가 눈에 들어왔다. 녀석은 길고양이 형제 중 가장 왜소해 여기저기 치이고 밥도 잘 못 먹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내게 어렵게 마음을 연 후로 현관 앞까지 쫓아오는 게 늘 마음에 짠하게 남던 차라 1차 입양은 반반이로 마음을 굳혔다.
입양 결심을 굳히자 마음이 급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어 더 그랬던 것 같다. 이제 고양이를 만나면 바로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급하게 마트에서 고양이 모래를 샀다. (여기서 난 결정적인 실수를 하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에 풀기로 한다)
마침내 이동장이 도착했고 그날 반반이를 운 좋게 벤치에서 만날 수가 있었다. 바로 친오빠에게 소개받은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한 후 집에 도착한 이동장을 들고 다시 내려갔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반반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반반이는 날 보고 기지개를 한번 켜며 반갑게 다가왔다.
반반이 _ 냥! 냥냥!
나 _ 반반아.. 너 오늘 나랑 우리 집에 갈래? 오늘 엄청 춥데..
반반이는 곧 펼쳐질 자신의 운명도 모른 채 내게 얼굴과 몸을 비벼댔다. 나는 반반이를 쓰다듬다 빛의 속도로 재빠르게 안아 이동장에 넣고 지퍼를 채웠다. 어리둥절하던 반반이는 세상 놀란 표정으로 울기 시작하더니 발톱으로 이동장 방충망을 긁으며 나가려고 발버둥 쳤다.
나 _ 미안해 반반아. 일단 병원부터 가자!
나는 차를 몰고 조심스럽게 운전을 해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도착 후 접수대로 가니 고양이 이름을 물었다.
여태껏 반반이라 불렀기에 반반이라고 얘기하려다 너무 대충 지은 이름인 거 같아 앞의 ‘반’을 때고 소리 나는 대로 바니라고 지었다.
모든 것이 낯선 환경이라 그런지 바니는 얼음이 된 듯 가만히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길 고양인데 정말 성격이 순하다며 놀라워하셨다. 그리고 장모인데 3색에 이렇게 생긴 고양이는 처음 본다고 하시며 신기해하셨다. 아마 길고양이와 품종묘가 섞인 것 같고 먼치킨 같은 종이 부모일 것이라 했다.
성격이 순해서 기본 검사 후 마취 없이 목욕도 시키고 발톱도 깎이고 나왔다. 치아 상태를 보니 약 6~7개월 정도 돼 보인다고 했다. 엑스레이를 찍고 피검사를 한 후 귀검사도 받았는데 다른 곳은 크게 문제 있는 게 없고 귀 진드기가 심한 편이라 고양이도 힘들어했을 거라며 집중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고양이 인생 7개월에 모든 것이 처음이었을 텐데 바니는 다행히 잘 버텨주었다. 목욕까지 마치고 고양이 귀연고와 치약까지 사들고 집에 오자 거의 밤 10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나 _ 나왔어!! 반반이 데리고 왔어!
Lee _ 와 진짜? 어디 보자! 반반아 어서 와! 우리 집은 처음이지? 크크크
나 _ 오늘 최고 스트레스받은 날일 테니까 귀찮게 하지 말고 그냥 놔두자
나는 그냥 고양이를 놔뒀으면 했는데 Lee는 바니가 귀엽고 안쓰러웠는지 이동장 앞에 딱 엎드려서 계속해서 바니야~ 밖에 나와~라고 애타게 불렀다.
나는 고양이가 집에 적응 못하고 계속 저러면 어쩌나 고민했다. 그러다 일단 접종은 다 맞혔으니 일단 한 숨은 돌리자 싶었다.
그리고 해가 밝았다. 바니는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떡하니 거실 테이블 아래 편안히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