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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희박 Jan 13. 2019

고양이 약 먹이기 대작전

열 번째 이야기

처음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가 검진받던 날 바니는 길에서 생활했지만 다행히 몸에 진드기는 없었다. 그러나 귀 진드기가 너무 많아 세척을 하고 약을 잔뜩 받아왔다.

귀속 진드기가 얼마나 치료되었는지 확인 중

나는 고양이에게 처음으로 약을 먹여야 했는데 병원에서 설명들은 대로 잘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고 도저히 강제로 입을 벌려 알약을 넣기는 무리라고 판단. 평소 바니가 좋아하는 참치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첫 번째 시도

참치에 알약을 캡슐채로 숨겨서 같이 먹게 했더니 다행히 알약이 있는 걸 모르고 잘 먹었다. 고양이 약 먹이기 어렵지 않은데? 하고 그때 잠시 생각했다.


이후 다시 병원을 방문해서 진료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귀 진드기 약과 더불어 코감기 약을 같이 받아오게 되었다. 그런데 약 크기가 앞서 받았던 것보다 좀 컸다. 게다가 색상도 녹색+흰색으로 된 캡슐이라 난 살짝 걱정이 되었다. 고양이가 유일하게 구분하는 색상이 파랑 녹색이라는데 참치와 섞어두면 녹색을 구분해 낼 것 같아서였다.      


오른쪽이 두 번째 받은 알약 크기

나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건 순간이었다. 알약은 컸고, 녹색이었으며 기존과 다른 크기와 색상에 녀석은 삼키지 않고 교묘히 알약을 골라내버렸다. 


그때부터 나의 고군분투가 시작되었다. 알약을 다시 참치에 숨기기를 반복하는 사이 캡슐이 흐물흐물해져 약이 밖으로 터져 나와 쓴맛이 참치에 묻어 참치도 버리게 되었다.     


두 번째 시도

어쩔 수 없이 나는 새 알약을 꺼내고 바니를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병원에서 배운 대로 입 가장자리를 살짝 눌러서 입을 벌린 후 알약을 집어넣었다. 바니는 즉각 알약을 퉤퉤 뱉어 버렸고 나는 알약을 잽싸게 주워 다시 입에 집어넣고 이번에는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판단 미스였다.


약 먹은 후 돌아다니는 바니의 가슴팍에 뭔가 덜렁거리며 붙어있었고 그건 녀석이 뱉어낸 알약이었다.


내가 몇 번 억지로 바니를 붙잡아 약을 먹였더니 슬슬 나를 피해 다니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고양이랑 사이가 나빠질까 봐 난 약 먹이기를 중단하고 다음날 병원을 다시 찾았다.     


나 _ “알약이 너무 커서 고양이가 못 삼키는 거 같은데 작은 캡슐에 약 넣어 주실 수 있나요?”  


작은 캡슐로 변경 후 다시 먹여봤는데 이번에는 작은 알약마저 골라내 뱉었다. 

... 망했다 고 생각한 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그것은 알약을 삼키게 한 후 바로 참치를 먹이는 방법을 써보기로 한 것이다.          


세 번째 시도

고양이를 붙잡고 약을 먹인 후 바로 참치를 줘서 알약이랑 같이 삼키게 했다. 다행히 이 방법은 문제가 없는 듯했다. 


몇 번은 괜찮았는데 어느 날은 약 먹은 후 참치를 안 먹고 뭔가 멈칫멈칫하더니 입에서 뽀글뽀글 거품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OMG!! 나는 그날 고양이 죽는 줄 알고 정말 얼마나 걱정을 했던지! 


입에 거품을 물고 여기저기 구석으로 도망가는데 난 바니를 잡으러 가고 바니는 놀래서 도망을 가고 바닥에는 거품 침이 뚝뚝 흘러져 있고 그런 상황이었다.


겨우 잡아 진정시킨 후 물티슈로 고양이 입을 닦아주고 가슴털에 묻은 침도 다 닦아 주며 진정시켰다. 녀석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고양이와 한 걸음 더 사이가 멀어졌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고양이는 쓴 걸 먹으면 입안에서 거품을 게워낸다 했다.

아마 약이 목구멍으로 쏙 안 넘어가고 어디 식도 부근에 붙어있다가 캡슐 껍질이 녹으면서 가루약의 쓴맛을 느껴서 게거품을 물었던 거 같다.          


마지막 도전! 

마지막으로 이 방법을 쓰고 난 후 이제 약을 토해내거나 게거품을 무는 일은 없다.

그것은 바로! 입을 벌려 약을 먹인 후 바로 츄르를 먹이는 것이다.

역시 고양이 마약이라 불리는 츄르가 바니와 초보 집사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해결책이었다!


누가 뺏어 갈까 손 꼭 잡고 먹는 츄르


약 먹인 후 참치를 먹일 때는 바로 참치를 안 먹는 경우가 있어서 알약이 제대로 안 삼켜졌을 때 게거품 물고 괴로워했는데 츄르는 미루는 일이 없었다. 눈에 보이면 바로 먹기 급급했다. 정말 츄르 만만세다!


츄르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약도 같이 삼키게 되어 나와 바니의 좌충우돌 알약 먹이기는 마무리되었다.     




내가 겪은 고양이 알약 먹이기 팁을 정리하자면

1. 고양이를 위에서 부드럽게 눌러 바닥에 엎드리게 한 후 이름을 부르며 쓰다듬어 주고 진정시킵니다.

2. 재빨리 입을 벌려 알약을 목구멍 깊숙이 넣고 입을 못 벌리게 잠시 잡고 있습니다.

3. 목구멍에 잘 넘어가게 목에서 가슴까지 쓰다듬어 줍니다.

4. 바로 츄르를 대령해서 주인님이 드실 수 있도록 합니다.

5. 게거품을 무는 지 확인 후 이상 없다면 성공! 고양이도 해피, 집사도 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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