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이야기
아파트 할머니를 피해 고양이들에게 밥 주기가 시작되었다. 할머니를 만났던 시간이 대략 7시 반에서 8시 정도였던 거 같아 그 이전에 가던지, 그 이후에 나갔다.
그런데 오후 9시가 되면 경비아저씨가 순찰을 돌아 고양이 밥 주는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밥 주는 시간이 들쑥날쑥 해지자 길고양이들도 나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다 보니 너무 늦게 가면 길고양이들을 못 만나고 오는 날도 있었다. 그럴 때면 밥과 물만 놔둔 채 혹시나 할머니를 마주칠까 주변을 경계하며 서둘러 집으로 올라오는 날이 이어졌다.
어느 날은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벤치 아래 식초 냄새가 진동을 할 때도 있었다. 고양이들이 시큼한 냄새를 싫어하는 걸 알고 누군가 식초를 뿌려놓았던 것이다. 정말 너무 한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저 길고양이들이 이번 겨울만 잘 버텨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 12월에 중반에 들어서자 날씨가 무척 추워졌고 뉴스에서는 기록적인 한파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나는 길고양이들을 만나는 날도 있었지만 못 만나는 날들도 점점 늘어났다. 그리고 길고양이를 만나더라도 사람들 눈에 띌까 5분도 안돼서 자리를 뜨는 날들이 늘어났다.
금방 밥만 주고 일어나자 사교성 있고 사람 잘 따르는 갈색이 와 반반이는 나를 따라 현관 입구까지 따라오곤 했다. 그럼 난 고양이들을 데리고 다시 벤치로 돌아갔고 갔고, 벤치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와야 아이들이 따라오지 않았다.
여건만 되면 집에 입양해서 기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어려서부터 몇 번 동물을 기르다 파양 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 또다시 그런 일이 반복될까 봐 결심이 서지 않았다. 단순히 불쌍하고 예뻐서 기르면 안 된다는 걸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너무나 뼈저리게 깨달았던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 길고양이를 입양해 키우는 지인에게 상담도 받고, 키우면 힘든 점만 얘기해달라며 부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오빠와 얘기를 하던 중 태어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새끼 길고양이들은 겨울에 못 버티고 죽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개중에 잘 먹고 욕심 많은 녀석들은 겨울에도 버티고 살아남지만 영역 싸움에서 밀리고 밥도 잘 못 얻어먹는 길고양이들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풀숲에 죽어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날부터 나의 걱정은 뭉게뭉게 커졌다. 끝까지 책임도 못 질 길고양이 밥 주기를 왜 시작했을까 자책을 하다가 아니다 그동안 녀석들을 보며 얻은 마음의 안정이 얼마나 큰데 하며 반성하는 날들이 늘었다.
그러는 동안 날씨는 더욱 추워졌다. 뉴스에서 날씨가 남극보다 춥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나는 고양이들을 못 보는 날들이 늘어났다. 밥 주던 길고양이가 총 5마리였는데 어느 날은 3마리만 모여있고, 어떤날은 2마리만 있었다. 나는 매일매일 길고양이 걱정에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이 되었다. 특히나 내가 가는 곳은 졸졸 따라다니던 반반이와 갈색이 가 안보이기 시작하자 Lee에게 어쩌면 좋으냐며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나_ 애들이 안 보여! 남극보다 춥다는데 어디서 죽은 거 아냐? 반반이 죽어있으면 어떡해? 나 진짜 그럼 미칠 거 같은데
Lee _ 시간 안 맞아서 못 본걸 거야. 설마 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살아있을 거야
나 _ 다음에 애들 보이면 나 집에 데려올 거야. 도저히 신경 쓰여서 안 되겠어. 걔들 죽으면 진짜 죄책감에 못 견딜 거 같아.
Lee _ 너 책임지고 기를 수 있겠어? 길고양이라 야생 습성도 있을 텐데 감당이 되겠어?
나 _......
나는 아무런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번엔 정말 책임지고 기를 수 있을까.. 불쌍하고 귀엽다고 그냥 집에 들이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아 진짜 말만 통한다면 우리 집에 갈래?라고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연일 뉴스에 한파 소식이 이어지고, 길고양이들을 며칠째 못 보자 걱정이 늘어 Lee앞에서 하소연하던 어느 날 그가 카톡을 보내왔다.
Lee _ 반반이 있다!
그날 난 결심했다. 길고양이를 가족으로 들이기로. 그리고 입양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