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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Writer May 16. 2024

1박 2일 홀로 다녀온 속초여행(백도해변)

우연처럼 만난 바닷가


우연찮게 머물게 된 백도 해변

마을분들이 캠핑장, 샤워실 같은 시설들을 꽤나 깔끔하게 잘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아담한 해변이다.

방파제가 먼 파도를 막아주는 듯, 삼포해변보다 바람도 덜 불고 파도도 비교적 잔잔하다.


삼포해변은 오토캠핑장이 아직 개방되지 않아 차가 해변으로 들어갈 수 없는데 반해, 백도해변은 오토캠핑을 하는 차들이 몇 대 보인다.

구조상 삼포는 캠핑장까지 전체적으로 모래사장으로 이어진 해변이라면, 백도는 캠핑장과 해변이 데크와 잔디밭으로 분리되어 구획이 정확히 나누어져 있다.


사실 이곳을 발견하게 된 건, 겹벚꽃 덕분이다.

삼포해변에서 머물며 바다‘멍’을 때리려던 나의 로망이 ‘망’한 건 매서운 바닷바람 때문이었다.

가져갔던 돗자리와 캠핑의자를 펼 생각조차 못하고 아쉬운 맘에 맨발로 이쪽에서 저쪽까지 걷기만 하다가 차에 올랐다.

해안가 쪽으로 주변 마을을 찬찬히 운전해 오다가 울타리 너머에 겹벚꽃이 흐드러져 이쁘길래 따라 들어왔더니 여기 백도 해변으로 이어졌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해변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관리는 잘 되어 있는 듯한데, 비성수기라 그런지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관리하는 분들은 보이지 않았다.

데크에 커다란 텐트를 치고 있는 캠퍼들이 3팀정도 되었는데 지금 오토캠핑 유료인지 무료인지 모르겠다.

잠시 생각하다 차를 끌고 비어있는 데크 한쪽에 주차했다.

앞유리로 등대랑 모래해변, 소나무 그리고 저 멀리 수평선이 눈앞에 펼쳐진다.

커다란 문어랑 가리비, 소라 조형물이 해변 입구에서 반겨준다. 좀 귀엽다.


바람이 세서 일단 차 안에서 잠을 청했다. 트렁크에 빈백을 실어오길 참 잘했다.

두 시간쯤 누워 자다 깨다 하다 보니 사방이 깜깜해졌다.

해변에는 가로등이랑 백라이트가 환하게 켜져서 어둡지는 않았다.


밤바다를 좀 거닐어 볼까.

생각보다 춥지 않다. 오히려 낮보다 바람이 없다.

등산화를 갈아 신고 모래사장을 걷는다. 파도가 밀려와도 신발이 젖지 않을 정도로만 가까이 붙어서 걸었다. 모래가 오히려 단단해서 걷기에 좋다.

두 개의 등댓불이 서로 녹색과 적색으로 깜박거리고, 해안가 반대쪽에  보이는 세 개의 불빛은 바다로 비쳐 파도에 잔잔히 일렁인다.


파도는 끊임없이 몰려왔다 거품을 일으켰다가 사라지며 다시 밀려간다.

몰려왔다 밀려갔다. 몰려왔다가 밀려가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다.

크기가 크던 작던 그 바다의 움직임은 지구가 수명을 다하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겠지.


비수기의 밤바다, 참으로 고즈넉하다.

차 안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더 그랬다.

유리창 너머로 차단된 바닷소리가 들린다.

파도소리는 잘 안 들리지만 멀리서 우르르르 몰려오는 듯한 깊은 울림이 느껴진다.


그 울림에 귀 기울이며 나홀로 속초여행 첫날을 기록해둔다.

이제 눈을 좀 붙이고 아침 해를 맞이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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