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唐平百濟國碑銘(대당평백제국비명)
깊게 파인 글자 한자한자.
세월의 이끼에 덮힌듯하다
선명히 남아있다.
계백의 처절한 고뇌가
소정방의 웃음에 가려진다.
그러려고 서있었던 건 아닌데
잘못된 묘비명을 떠안고
숱한 불길 속에서 버젓히
견딘 돌덩이의 무게.
목과 팔이 잘려나간 여래좌상을
뒤에 앉혀두고
푸른 하늘 아래 외침처럼
홀로 덩그라니 서있는
그 탑 한번 감히
만지지 못하겠는 마음.
텅 비어
더 넓은 정림사지터에
그렇듯 고즈넉히
외로움을 견뎌낸 너는
참도 장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작디작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