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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한다, 좋아하지…

누구나 나를 좋아할 순 없어

by 삼십대 제철 일기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나에 대한 '호감'이 대강 느껴진다. 내게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사람도 있고, 나를 퍽 마음에 들어 해서 '이다음'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이들과 함께 있을 때면 같은 일도 더 신나고 기분도 들뜨는 법.


반면 나에 대한 '비호감'이 느껴질 때도 종종 있다.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을 따분해하거나 흥미 없어하는 사람도 있고, 나를 경계하거나 견제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 매섭게 기싸움을 거는 사람도 있다. 그럼 나는 불편하고 귀찮아지면서 금방 힘이 빠지곤 한다.


호감이든 비호감이든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누군가가 나를 이유 없이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는 거다. 하지만 인간이랑 원체 연약하고 사회적 동물이라 사사로운 감정 한 톨까지도 쓰라리게 다가올 때가 있다.


나는 누군가를 쉽게 좋아하고, 좋아하면 꼭 내색을 하는 편이다. 다음 만남을 약속하고 연락도 먼저 한다. 그 사람의 칭찬을 하고 다니고 진심으로 그 이의 안녕과 행복을 빈다. 친구들은 이런 나를 '댕댕이 재질'(강아지 같다는 뜻)이라고 부르곤 한다.


하지만 내 마음의 온도와 상대방의 마음의 온도가 같을 때가 거의 없다. 나는 그 친구를 상당히 좋아한다면 상대방은 나를 적당히 좋아하거나, 이제 막 좋아하기 시작했거나, 크게 관심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럼 괜히 서운하고 아쉬워진다. 나는 일단 좋아하기 시작하면 매우 좋아하고, 내가 좀 손해 봐도 상관없다. 그러다 보니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왜 나를 안 좋아하지?'라는 유치한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언젠가 한 번 그 마음이 혼난 적 있다.


-저는 그 친구가 너무 좋은데 그 친구는 절 그다지 안 좋아하는 거 같아요.
-그럴 수 있지. 마음이 다 같을 순 없으니까.
-근데 왜 절 안 좋아하는 걸까요?
-야, 그건 너무 자기애 넘치는 거 아니냐?
-전 정말로 최선을 다했거든요. 늘 먼저 연락하고 진심으로 걱정하고 축하하고. 만날 때도 제가 항상 그 친구 편한 쪽으로 갔어요.
-너무 일방적인 마음도 폭력일 수 있어.


오 마이 갓!


나는 그와의 대화에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의 표현과 태도가 어쩌면 상대방에게는 부담스럽고 불편한 상황을 만들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저 좋다고 표현하고 그럴만한 행동을 하는 게 상대방을 위한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런 사람이고, 난 그런 게 좋으니까.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그 뒤로는 조금 천천히 다가갔고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친구 하기를 포기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는 '친구'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고 일단 친구가 되고 난 뒤에 실망스러운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사람을 좋아하고 자주 들이대고 새로운 친구를 반긴다. (사실 숨겨진 꼬리가 있을지도.. 윽)


물론 좀 다른 의미로 마음의 온도가 다른 경우도 있다. 상대방은 내가 되게 마음에 들었는데, 나는 그렇지 않은 경우. 그럴 때 역시 난감하다. 결국 바쁜 일상에 점점 귀해지는 나의 시간을 누군가에게 쓰려면 각박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이제 사람 간의 호감과 비호감, 무관심 등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누군가가 나를 바라볼 때도, 내가 누군가를 바라볼 때도 딱히 감정이나 관계를 규정짓지 않게.


더 이상 네잎클로버 떼듯이 나를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를 끊임없이 궁금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도록. 누구든 누군가를 좋아했다가 실망할 수도, 관심 없다가 호감이 생길 수도 있는 거니까.


댕댕이는 이제 꼬리를 감추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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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