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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Jun 14. 2023

여섯번째, 마지막 미션

드디어 밀리 에디터 클럽 1기의 활동이 끝이 난다.

기대했던 것만큼 많은 오프라인 활동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아쉽지만, 모두가 처음인 1기였던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싶다.

뜻밖의 일들로 더 많은 기회가 있었더라도 여전히 못했을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마지막 미션은 '밀리로드에 연재하고 있는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셀링포인트 5개 짚어내기'였다.

작품이 없다면 큐레이션을 만들어야 하는데, 밀리로드라는 게 처음 나오자마자 브런치에 발행해 둔 책을 그곳에 올려둔 덕분에 이번 미션에는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밀리로드에 올리기 앞서 다시 한번 내 글을 읽어보며 내가 선택한 결심들을 얼마나 삶에 잘 녹여내고 있는가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다.

책을 읽어보니 저때는 저런 생각을 주로 했구나 싶어 새로웠다.

새롭기도 했고 낯설기도 했다.

어린 나를 보는 일은 매번 조금 재밌고 많이 기특하다.


이제부터는 보다 신중하고 좋은 선택들로 내 삶을 채워가고 싶다.
그래서 나는 맥시멀리스트가 아닌 옵티멀리스트 즉, 최적주의자 (자신의 선택이 가장 나은 것이라고 믿는 사람)가 되어 보기로 했다.
이런 결심을 한 시점에서도 지난 소비들이 후회로 남아있지만은 않았다.
맥시멀리스트로의 삶도 충분히 행복했었기 때문이다.
다만 엊그제 까지 내게 행복이었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정말 스스로도 놀랄 만큼 갑자기 버겁게 느껴졌고 이 느낌을 굳이 외면하지 않으려는 것뿐이다.
어제까지 스스로에게 채우는 기쁨을 선물했다면 오늘부터는 아니 지금부터의 나에게는, 비우는 행복을 경험하게 해주려 한다.


어떤 사람이 되겠다 선언한 것도 나답다고 느껴졌다.

비우는 기쁨을 나는 분명 선물 받았다.

과거의 나는 내게 비움을 선물했고, 덕분에 맥시멀리스트의 일상에 브레이크가 분명하게 걸렸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다만 그게 미니멀리스트로의 나아감인지, 혹은 맥시멀리스트의 일시정지인지는 좀 더 객관적으로 두고 봐야겠다.


소비주의는 내가 내 삶에 만족하는 순간,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자각하는 순간 멈추게 된다고 한다.
곱씹을수록 맞는 말이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알 수 있는 작금의 시대에서,
가진 것에 만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더 만족스러운 제품들이 출시되고 내가 가진 것들은 시간이 흐르며 낡아버리는데, 계속해서 가진 것에 만족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진 것보다 더 나은 것의 존재를 모른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모르고 살기에는 세상의 광고들은 소리도 몸집도 아주 거대하다.
광고로 가득한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가 정한 가치관에 맞는 소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는 능력을 넘어 특기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글로도 말로도 미니멀 라이프를 살아보겠다고 선언했음에도, 나는 여전히 세상의 광고에 수없이 흔들리니까.


결국 신제품을 사고 싶다는 이야기를 몹시 길게 적어놓은 것을 보니, 저때의 내겐 분명 강력하게 갖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흔들리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갖고 싶은 열망이나 욕구 같은 게 멎어들 때까지 그저 흔들리기만 한다면 말이다.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려는 이유는 결국 한 가지였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었던 것.
좋은 결정과 소비로 나를 채워, 간결하고 가벼워진 삶 속에서 편안하고 싶었다.
물건의 소비를 넘어 음식과 여행을 소비할 때조차도, 좋은 결정들로 나를 채워야 했다.
그래야 비로소 내가 원하는 가벼운 삶이 가능해졌기에.
나의 미니멀라이프는 계획과 다짐에 비해 불완전하고, 불성실한 모습이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나에게 좋은 선택과, 내가 해야 하는 옳은 선택 사이에서 가능한 후자를 택하도록.
좋은 것이 너무 좋을 때면 사람인지라 흔들리고 고민스럽겠지만, 그럼에도 끝끝내 옳은 쪽을 선택해 나갈 것이다.


'나의 미니멀라이프는 계획과 다짐에 비해 불완전하고, 불성실한 모습이다.'라고 적어둔걸 보니 분명 저맘때쯤 적어둔 글을 한번 쭉 읽어보고는 현실과의 괴리감에 조금 부끄러워졌던 듯싶다.

양심에 찔려 스스로의 불성실함을 고백해 둔 게 아닐지, 내가 아는 나는 그런 순서로 행동할 것 같아서 짐작해 본다.

고작 3년 정도 전인걸 생각해 보면 역시 애들(?)은 빨리 큰다는 말이 맞다.

두고 다니는 나이를 감안해, 스스로를 애들에 포함시켜 본다.



그리고 이내 정신이 들었다.
내가 처음 이 삶을 결심한 이유들을 떠올렸고, 혹시 그 생각을 잊을까 봐 적어둔 글을 읽어봤다.
반성했다. 그때의 마음이 고작 2년을 못 버티는구나 싶었다.
동시에 이럴 거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그 당시 다짐을 기록해 뒀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의 나는 메타인지가 잘되었던 사람이었구나 싶은 생각에 문득 기특했다.
여하튼 그때의 나 덕분에 이젠 정신이 좀 들었다.
그래서 올겨울도 나는 소비하지 않고 참아보기로 다시금 다짐했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감당할 수 없는 물건들에 갑갑해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걸 사지 못해 괴로워하는 그런 어이없는 미니멀리스트일 예정이다.
번복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도 끝끝내 내가 하고 싶은 선택보다 해야 하는 선택을 해나가는 것. 이것이 미니멀에 앞서 궁극적으로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기에.     

1년 차 미니멀리스트는 여전히 종종 미니멀이라는 방식을 삶에 들인 걸 후회한다.
미니멀 라이프를 갈망하면서도 미워한다.
그럼에도 그 덕에 내 삶이 지난 1년 간결해졌음을, 가벼워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에 계속 그쪽으로 나아가 볼 예정이다.


무언가를 구매하려다 이내 정신이 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집에 있는 물건들을 갑갑해하면서도 또 밖에 나가서는 갖고 싶은 게 생기는 스스로를 아주 정확하게 적어놓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글 덕분에 소비를 줄였고, 줄여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왜 해야 하는지 알았으니 어렵고 귀찮아도 나는 결국 해나갈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셀링포인트를 다섯 가지나 적어야 한다니 뻔뻔하게 적어보자면,

1. 맥시멀리스트가 미니멀리스트로 나아가는 과정에서의 가감 없는 솔직함

2. 소비를 줄여나가는데 도움이 되었던 실제 팁

3. 비워내기 위한 물건을 고르는 기준 공유

4. 미니멀라이프를 갈망하는 동시에 미워하는 사람의 혼란스러움

5. 그렇게 1년의 시간을 보낸 후, 전보다 훨씬 가벼워진 상태에 이른 후기 첨부

정도가 되겠다.


그럼 이렇게, 글을 마무리해보며 마지막 밀리 에디터 클럽 미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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