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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Nov 21. 2023

괜찮다... 다 괜찮다


손꼽아 기다리는 월요일,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나의 휴무일이다.

오늘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늘어지게 늦잠을 잤다. 내가 잠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쉬는 날의 반을 잠자는데 써버린다. 자도 자도 피곤하고 끝없이 자고 싶지만 양심상 점심즈음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이불빨래를 돌리기 위해.


겨우 세탁기 하나 돌려놓고는 큰일이라도 한 것처럼 다시 방으로 들어와 주저앉는다. 티브이를 틀어놓고 잠시 멍 때리다 몰려드는 시장끼에 간신히 몸을 움직여 밥을 차린다. 멸치볶음에 무생채와 밥 반공기...

계란프라이를 할까 하다 관두고 밥상에 마주 앉는다. 이 정도 반찬이면 충분하다.

쉬는 날 고즈넉하게 혼자 먹는 밥이 나는 나쁘지 않다. 편하고 좋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이런 시간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밥을 먹으면서 티브이 화면에 눈을 고정한다.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가 방송되고 있었다. 편안하니 뭔가 힐링되는 느낌이 좋아서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티브이 앞을 떠나지 못했다.


우울할 때 TV앞으로 다가가는 나를 종종 발견한다.

생각 없이 웃고 즐기면서 한편으로 한심하게 나를 비웃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그래서 긴 시간 빠져있질 못한다. 우울함보다 나에 대한 질책이 더 괴롭기에.


티브이 화면을 껐지만 몸은 움직이기 싫다.

솔직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꼭 해야 할  일이 아니고서는 웬만하면 못 본 체 건너뛴다.

일주일에 하루, 그 어떤 것에도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 그저 빈둥대며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 한다.


잠중록 1권을 다 읽고 2권째인데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다. 결국 오늘도 대부분의 시간을 소설 읽는데 써버렸다. 너무너무 재밌어서 날 새면서라도 다 읽어버리고 싶지만 그러기엔 또 다른 내가 나를 질책할 것 같아 적당한 선에서 멈추고 최소한의 집안일을 했다.



늘 그렇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와 그걸 한심하게 바라보는 또 다른 나와의 싸움...

쉬는 날 아무것도 안 한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나는 늘 스스로를 괴롭히는데 이골이 났다.

신기한 건 그 괴롭힘 속에서도 요즘 꿋꿋이 게을러지고 있다는 거다.

이런 내가 낯설지만 적응해보려 한다.


이대로도 괜찮은 거라고,

무기력하고 우울해서

내가 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하면 잘하는 거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내가 애쓰는 거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이제는 나를 그만 좀 힘들게 하고 싶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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