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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Nov 16. 2023

비오는 날의 막걸리와 파전처럼


추적추적 하루종일 비는 내리고

손님들도 비처럼 하루종일 끊이지 않는데

주방에서 풍겨오는 고소한 냄새에

나는 홀리듯이 냉장고 속 막걸리를 찾아 꺼낸다.


비 오는 날엔 막걸리에 파전이지 하며 봤더니 파전이 아니고 굴전이다. 노릇노릇 치명적인 비주얼에 젓가락보다 카메라 먼저인 건 글감이 떠올랐기 때문일 거다. 잘 먹지도 못하는 막걸리 한 모금에 굴전을 한 입 가득 넣으니 환상적인 이 맛을 과연 어떻게 표현해서 써야 할지 고민스럽다.

입속에서 살살 녹아 어느샌가 꿀꺽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만 요란하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

으.... 싫다.  표현ㅎㅎ

가볍게 쓸 글감은 찾았으나 결코 가볍지 않은 글쓰기가 될 것 같다.


큰일 났다. 정말.

글 하나 완성하기가 요즘들어 너무 어렵다.

쓰다 만 글들  자꾸 쌓여가고 가슴은 꽉 막힌 듯 답답하다.


어째야 하는 걸까?


가게를 새로 오픈하고 처음에는 바빠서 못썼다.

그나마 띄염띄염 쓰는 글로 나름 위안 삼으며 버텼는데 너무 간헐적 글쓰기를 해서일까 이제 좀 가게일에 적응을 하고 맘 잡고 쓰려고 보니 뭔가 초기화 된 느낌이다.

쓰고 싶은 말들이 이렇게나 쌓였는데 왜 그것들에 대해 하나도 쓰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원래도 글을 뚝딱뚝딱 쓰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오래 고민하고 깊숙이 파고들어 가야 겨우 글 한편을 완성할까 말까 하는 사람이 일하랴 애들 챙기랴 바람 잘 날 없는 전쟁 같은 일상에 쉽게 글이 나오길 기대하는 건 스스로에 대한 과대평가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모든 게 내 욕심이었던 거지.


쓰고 싶어서 전전긍긍하다 포기하느니 그냥 매일 글을 쓴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겠다.


쉽고 가볍게 일기장에 끄적이듯 써보자.

거르지 말고.

지난 1년간 글쓰기가 좋아서 연애하듯 글을 썼던 그때를 떠올리며, 브런치 합격하고 너무 좋아서 잠도 못 자고 밤을 꼴딱 새웠던 그때 그 설렘을 떠올리며 말이다.

글쓰기는 나에게 그런 존재였는데 그걸 요즘 잊고 살았나 보다.


비 오는 날의 막걸리와 파전, 그 멋진 조합처럼 내 삶에도 글쓰기가 흠뻑 스며들어 완벽한 조합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날의 낭만처럼 말이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글쓰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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