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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Jan 27. 2024

공깃밥만 3천 원어치 먹고 간 손님


점심장사가 끝나고 조금 한가한 시간, 손님 한분이 주춤거리며 가게로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20~30대로 보이는 남자는 자꾸만 나를 흘깃거리며 눈치를 본다.


"편하신 자리에 앉으세요."


나는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

남자는 자리를 잡더니 엉거주춤한 자세로 테이블오더에서 주문하기 시작했다.  따뜻한 물을 테이블에 가져다 놓고 돌아서는데 주문이 완료되었는지 띵동 띵동 알림판이 울렸다. 그런데 알림판에는 공깃밥 하나만 주문되어 있었다.


"주문이 덜 들어온 것 같은데요 손님?"


가끔 이런 경우가 있는터라 나는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그러자 손님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저... 공깃밥만 하나... 먹으면 안 될까요?" 그런다.


"네?"


"공깃밥만요?"


내 눈치를 살피는 손님에게 순간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서로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본 채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장사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공깃밥만 시키면.. 뭐랑 드시려고요?  주 메뉴를 시키셔야죠."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제가요 광주에서 왔는데요 차비밖에 없어서... 배가 너무 고픈데 공깃밥만 주시면 되는데..."


공깃밥만 주면 된다고 거듭 얘기하는 남자의 행색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며칠 동안 제대로 씻지도 않은 듯한 꼬질한 모습이었다.

주방에서 남편이 눈짓하고 있었다. 얼른 갖다 드리라고.


"알겠습니다. 공깃밥 드릴게요."


밥공기 하나 가득 퍼서 단무지와 양파, 김치와 함께 가져다 드렸다.


"저기... 공깃밥 하나 더 결제할 테니 천 원어치 국물 좀 주실 수 있나요?"


그러면서 남자는 벌써 테이블오더에 카드를 꽂고 결제를 하고 있었다.


"아... 네."


나는 계란국물과 함께 자장소스도 같이 내드렸다.

남자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했다. 연신 맛있다며 감탄사를 연발하던 그는 공깃밥 하나를 또 주문했다. 그러면서 자장소스도 좀 더 달라고 했다.

 이번에는 밥도 더 수북이, 자장소스도 더 넉넉히 챙겨서 갖다 드렸다. 남자는 밥에다 자장소스를 비벼서는 국물과 함께 맛나게 흡입했다. 셀프바를 오가며 단무지와 김치를 추가로 가져다 야무지게 챙겨 먹는 여유도 보였다. 그렇게 한바탕 식사가 끝나자 남자는 컵을 들고 정수기로 향했다.

내가 가져다준 따뜻한 스민차가 맘에 들지 않았나 보다. 냉수를 컵에 가득 받아서는 시원하게 들이켜더니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자리로 돌아가 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겼다.

꾸벅 인사하며 가게 문을 나서는 남자의 어깨가 거만할 정도로 활짝 펴졌다. 들어올 때와는 사뭇 다른  만족스러운듯한? 여유로운 그 몸짓에 나는 왜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손님 #자영업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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