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추석연휴 내내 알바 없이 혼자 풀근무를 해야 한다.
시어머니가 도와주시긴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 보니 나 스스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홀장사만 한다면야 걱정할 것도 없을 텐데 배달까지 하니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그래도 수산시장에서 장사할 때와 비교하면 이 정도는 애교니까 4일 동안 잘 버텨봐야지.
그리고 정말 정말 다행인 건 이번에 차례상을 생략하기로 했다는 거다.
매번 새벽에 모여서 차례를 지내고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식사를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하고, 각자 뿔뿔이 흩어져 장사하러 가는 그 루틴을 10년 가까이 지속했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올해는 큰 형님의 제안을 아주버님이 선선히 허락을 하신 거다.
마음이 한결 가볍다. 이번이 시초가 되어 앞으로도 쭉 생략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여건이 안되는데 부득부득 기를 쓰고 차례 지내는 고집스러움도 답답했지만
어른들의 이 행동을 아이들이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였다.
새벽에 간신히 일어나 씻고 이동해서 모였는데 순식간에 볼 일 끝내고 헤어지니 아이들 입장에선 섭섭하고 아쉬울 만도 하지. 애초에 이럴 거면 왜 만나냐고 딸아이가 분통을 터뜨린 적도 있었다.
아들 사형제 중 세명이나 장사를 하는 이 상황에 우격다짐으로 차례를 지내는 일은 앞으로 쭉 없었으면 좋겠다.
꿈이 너무 야무진가 ㅎㅎ
글쎄다.. 있는 친정도 없는 듯이 살아온 나로서는 그동안 시댁에 너무 충성하며 살아온 게 아닌가 하는 뒤늦은 반항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차례나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닌데 너무 그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 아버지 같이 딸 가진 사람은 평생 제삿밥 한번 못 얻어 잡숫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내 아버지 차례, 제사만 중요하고 내 집에 시집온 여자들의 친정은 안중에도 없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연휴 동안 빡세게 일할 생각에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다.
아-- 스트레스받아!!
그래도 올 추석은 큰 짐 하나 덜었으니 그걸로 위안 삼아야지.
명절에 일 하는 건 정말 이번 추석이 마지막이다!!!!!!!!
#추석 #차례 #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