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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임이 Dec 01. 2024

참 별나기도 하지


2024. 11. 5


없이도 꽤 잘 돌아가는 가게에 아침부터 곧바로 출근하기 싫어 가게 근처 카페에 들어왔다.

주문한 커피를 받아 들고 2층으로 올라와보니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공간에 음악소리만 가득하다.

낡고 오래된 그곳에 덩그러니 커피 한잔과 마주 앉아 뭘 할까 고민한다.


핸드폰 어플을 켜고 가게 매출을 확인했다.

아직은 손님이 뜸한 것 같다.

지난 주말 역대급 점심매출에 놀라고 나서 오늘부터는 오전에 가게에 나와야겠다고 혼자 맘먹었는데..

막상 평온하게 돌아가는 가게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나니 슬며시  딴생각을 하는 나란 인간.

알 수 없다 참. 




얼마 전 가게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었다. 

인력을 줄이고 다양했던 메뉴를 대폭 축소하고 남편 혼자 주방을 담당하기로 했다. 민하 씨가 오전근무를 하고 브레이크타임이 끝나는 다섯 시부터는 내가 홀을 맡기로 했다. 그리고 시어머니는 주방과 홀을 오가며 부족한 일손을 메꾸기로 한 거다.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놓고 보니 각자 할 일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는 그들 속에서 이유 없이 나만 겉돌고 있는 듯한 이 느낌, 뭐가 문제인 걸까.




엊그제는 퇴근길에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몰래 울고 들어가려고 단지 내를 한없이 헤매고 헤매다 결국 아이에게 엉망진창인 내 꼴을 들키고 말았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밤새 울다 잠들었다.

그런 내게 남편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에게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사과받을 것인가.

혼자 상처받고 혼자 추스르는 수밖에.

아무 일 없는 듯 찌개를 끓이고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전화에 반갑게 웃어보지만 그렇게 어물쩍 넘겨버린 날들 습관처럼 쌓여 가슴에 시퍼런 멍만 남긴다.


모르겠다. 사는 건 원래 이렇게 꾸질한 건지.




책을 읽다가... 

글을 쓰다가.. 

틈틈이 가게 돌아가는 상황을 확인하는 꼴이 우습다.

이럴 거면 그냥 가게로 들어가 맘 편히 일이나 하지.


나도 참 별나다.




#자영업자 #방황 #가족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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