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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동별곡 Dec 04. 2018

옥수동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 **

[공동창작 프로젝트] 예술가 '박선희+이승호' 감독을 소개합니다 

쌀쌀한 10월. 공동창작 프로젝트 공연제작팀의 박선희 연출과 이승호 음악감독이 북카페 ‘옥수책빵’에 나란히 앉았다. 성동별곡 ‘공동창작 프로젝트’는 마을 주민과 예술가가 문화 예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함께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같이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지만, 두 사람은 오래 알고 지낸 막역한 사이 같았다. 작품에서 적극적으로 음악을 활용하는 박선희 연출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평소 눈여겨보았던 이승호 음악감독과 꼭 함께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장상미와 전은정 주민 기획자 옥수동에 얽힌 이야기를 토대로 연극 공연을 만들기로 마음을 모았다.



‘옥수동 이야기'를 함께 만들기로 의기투합한 이승호 음악감독과 박선희 연출 @옥수책빵



‘공동창작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


박선희 연출(이하 ‘박’)

지금은 이사를 했지만 예전에 성동구에서 살았었다. (성동구에 있는) 한양대에서 학부랑 대학원도 나왔고, 지금 강의도 하고 있으니 어쨌든 성동구와 인연이 깊다. 다른 건 둘째 치고 우선 재밌을 것 같았다. 옥수동이라는 공간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재밌지 않나.


이승호 음악감독(이하 ‘이’)  

솔직하게 말하면 연출님이 불러서 참여하게 되었다. (웃음) 극장 아닌 장소에서 하는 연극이라는 점, 그리고 옥수동이라는 어떤 한 지역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전에 그런 특정 공간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 참여한 적이 있기도 했고.



그동안 해왔던 작업


크게 두 가지를 작업했다. 드라마 위주의 극과 아닌 것. 지금 하려는 공동창작 작업은 내가 기존에 해왔던 ‘여행 연극’과 비슷하다. 여행 연극은 여행을 다녀왔던 지역과 그것에 얽힌 기억을 극과 다큐의 경계에서 풀어내는 것이다. 터키, 히말라야, 남미, 최근에는 독일까지, 경험을 공유하는 배우와 스텝들도 창작 과정에 참여한다. 보통 일반적인 드라마가 있는 연극도 많이 하지만, 판소리극 같은 것도 한다. 얼마 전에는 정동 극장에서 ‘정동구락부’라는 극을 올렸다. 이것도 정동이라는 공간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다.


여행 연극을 할 때는 관객들을 실제로 그 공간(해외)에 데려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옥수동은 다르지 않나. 지금까지 해온 작업들을 보면, 이번 프로젝트는 나에게 나아갈 한 방향점으로 느껴졌다. 나에게 옥수동은 낯선 공간이지만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공간이다. 옥수동에 얽힌 이야기를 극으로 만들면 그것을 보는 관객들(주민들)은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볼 수 있다. 여행을 다녀오면 갑자기 내게 익숙했던 공간들이 낯설게 보이는 것처럼, 관객들이 극을 통해 여행을 떠났다 온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


음악감독은 (고용노동부에서 정의한 ‘음악감독’이라는 직업에 대해 읽는다) - 그런 일을 하고 있다. (일동 웃음) 연극 연출가와 협의해서 연극에 사용될 음악을 선정하고 작곡한다. 지금까지 한 100편 정도 작업했다. (박-“이 사람 진짜 다작가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작품을 조금밖에 못 했다. 그때 요리에 취미가 붙었다. 일도 없고, 돈도 없으니까 밖에 못 나가고, 안 보던 TV를 보다가 요리 프로그램을 봤더니 재밌더라. 해 먹으면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훨씬 돈을 아낀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워낙 바빠서 요리를 잘 못하고 있다.


(원래 작곡 전공이었나) 아니다. 공대 전기공학과 출신이다. (??) 작곡을 시작한 건 복학한 뒤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원래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밴드부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신입생만 받는다더라. 연극을 하는 친구가 있었고, 누군가가 나한테 연극 한 번 해보라고 한 적도 있었다. 그게 갑자기 떠올랐다. 그 친구한테 연락해서 복학생도 들어갈 수 있는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다. 가요보다는 영화 OST를 진짜 많이 들었다. 한 2만 시간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직업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배우로 들어갔는데, 첫 공연에서 음악 디자인을 동시에 맡았었다. 전에는 연극에 대한 흥미가 전혀 없었는데, 연극이 너무 재밌어서 계속하게 되었다. 연극만 하다 보니 학사 경고를 받아서 결국 쫓겨났다. 덕분에 미국에서 레코딩 엔지니어 공부도 하러 갔다 왔다.



그럼 어떻게 처음 만났나


지인의 추천을 받아서 올해 3월에 만나 같이 공연을 준비했다. 내가 곡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라 작업할 것들이 엄청 많았는데, 4월에 공연이 올라가야 해서 시간이 엄청 빠듯했다. 그런데 그걸 끝까지 해내더라. 곡도 좋았다. 그래서 계속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요즘 이 친구가 너무 바빠서 같이 안 하고 싶다. (웃음)


나도 먹고 살아야 한다.



함께 작업하는 방식


대본이 나오면 어디에 음악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얘기를 한다. 많은 부분은 음악 감독이 먼저 제안을 하고, 그다음엔 얘기하면서 의견을 조율한다. 이승호 감독은 작업 방식이 무척 능동적이다. 대본을 주면 먼저 다 짜온다. 어떤 부분에 어떤 음악이 들어가는지, 악기는 무엇을 쓸 건지, 이런 것들은 대부분 음악 감독에게 많이 의존한다. 조금 단순하게 해달라거나 더 화려하게 해달라거나, 연출로서 요구하는 부분은 그런 것들이다. 디테일들은 음악 감독에게 맡긴다.


씬의 주제, 연출 의도를 생각하면서 음악을 만든다. 무대 연출과 배우의 특성 등, 무대에서 ‘보이는 것’ 전부를 상상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들리는 것’을 만들어낸다. 그냥 비슷한 느낌의 곡을 공장처럼 찍어내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게 작업하면 힘들고 재미도 없다.



구상한 프로젝트에 대하여


사실 이 프로젝트는 내가 먼저 시작한 건 아니다. 내가 들어오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 구성이 나와 있었다. ‘북카페 옥수책빵(출판사 목수책방)’을 운영하는 전은정 선생님과 ‘어쩌면 사무소’를 운영하는 장상미 선생님의 공간과 두 사람의 이야기가 중요한 모티브였다. 옥수동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정말 크게 변했다. 전은정 선생님은 2017년 3월에 옥수동에 오셨으니까 변한 후의 옥수동에 정착하신 거고, 장상미 선생님은 그전부터 계셨으니 예전 옥수동의 기억을 가진 분이다. 재개발이 좋다 나쁘다 이런 얘기보다는, 재개발 전에도 이곳에는 사람이 살았고, 재개발 후에도 이곳에는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다는 얘기를 하려고 한다. 결국 어떻게 모두가 함께 살 것이냐를 고민하는 거다. 전은정 선생님은 생태-환경 책방을 운영하는 만큼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사는 것에 관심이 많으시고, 장상미 선생님은 길고양이와 동네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다. ‘옥수책빵’과 ‘어쩌면 사무소’는 모두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자 했지만, 사실 서울이라는 대도시 같은 공간에서는 쉽지 않은 시도였다.   


외국에서는 자유로운 합석 문화가 있는 곳도 있다. 그냥 처음 봤는데 앞에 쓱 앉아서 ‘뭐 하고 사냐’ 이런 얘기를 자유롭게 하는 거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문을 열고 들어와야 하는 공간은 더욱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전은정, 장상미) 이분들이 길가에 나앉아 있을 수는 없고. 하지만 어쨌든 공유 공간에 대한 고민,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 오신 분들이니까, 결국 이 공간과 이 공간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까 농담처럼 연극에 고양이 역할을 할 배우를 등장시키겠다고 했는데, 작품도 그렇게 만들 것 같다. 사실 어디든 사람들만 사는 게 아니니까. 동물들 말고도 나무 같은 자연도 있는데, 이번은 고양이로 선택했다. (장상미 선생님이 고양이 집사이기도 하고, 전은정 선생님의 옥수책빵에는 고양이에 관한 책들이 가득하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하려는 것은 ‘어플라이드 씨어터(Applied Theatre)’인데, ‘응용 연극’보다는 주로 ‘교육 연극’이나 ‘시민 연극’이라는 표현을 쓴다. 연극이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다. (*어플라이드 씨어터-참여자나 관객들이 그들의 삶의 터전과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내게 하고, 배우뿐 아니라 사람들이 공연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작품의 주제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그것을 다시 생활 속으로 가져올 수 있게 하려는 연극의 한 분야) 이런 작업이 흔하진 않다. 연극이 삶 자체로 들어오는 게 쉽지 않기도 하고. 나같이 연극이라는 필드에 있는 사람이 누군가의 일상으로 침투하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다. 요즘은 그래도 꽤 이런 형식의 작품들이 많이 나온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토론하고 싶거나 연구하고 싶을 때 자주 쓰는 것 같다.


이번에는 영상을 적극적으로 쓸 것 같다. 옥수동 골목을 이리저리 다녀보면서 스케치는 했지만, 아직 어떻게 쓰일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했던 여행 연극들에서도 영상을 썼었다. 장상미 선생님도 옥수동 골목을 걸어 다니면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들로 <지금은 없는 동네-옥수동 트러스트>를 내지 않았나. 전문 영상팀이 참여하기보다는 배우들과 함께 옥수동 골목을 걸으면서 생생하게 찍은 영상을 이용하지 않을까 싶다. 고양이 시선도 찍어야 하려나?


화질 좋은 것으로 찍어야 한다. (웃음) 요즘은 워낙 스마트폰이 좋으니까, 뭐.





11월 동안 함께 열심히 작품을 만들기로 다짐하며 두 사람의 짧은 인터뷰는 마무리되었다.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고민하며 방향점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진지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스스럼없이 유쾌하게 어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든든한 팀원들의 능력을 믿으며, 옥수동을 지키는 모든 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하려는 열정과 두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박선희 연출과 이승호 음악감독이 프로젝트 팀원들과 함께 만든 음악극 '옥수동 이야기'의 제작과정은 공동창작 프로젝트 공연 취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옥수동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매주 만났던 공동창작 프로젝트 공연제작팀 @어쩌면사무소




에디터  임규리

편   집  손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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