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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과 번아웃 사이

후달리면 죽음뿐

by 둥둥

오늘,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커피를 마시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하고 싶은 걸 최대한 다 하기 위해, 스케줄대로 아주 열심히 살고 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에 빠져들었다.


‘하고 싶은 걸 다 해서 얻는 게 정말 행복일까?’




나에게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몰입’이다.
어떤 일에 푹 빠져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를 때, 나는 충만함과 즐거움을 느낀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의 즐거움』에서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몰입은 스스로 선택한 활동에 전적으로 참여하면서, 그 자체로 보상이 되는 상태이다.”



즉, 외적인 결과나 보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는 감각’ 자체가 기쁨이라는 뜻이다.

나는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그리고 그런 감각을 자주 느낄 수 있을 때, 내 삶이 행복하다고 느낀다.

행복은 ‘몰입의 상태’이고,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과제의 ‘완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물론, 완수에서 오는 보람과 성취감도 존재한다.
하지만 결과, 특히 우수한 결과에 집착하게 되면 그 과정은 곧 스트레스가 된다.


마치, 백화점에서 피아노를 한 번 쳐보고 “재밌다”라고 말한 아이에게
덥석 피아노를 사주며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재밌다고 했으니 하루 8시간씩 연습해서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어야지!”



순수한 호기심은 어느새 성과의 부담으로 바뀌고,
즐거움은 의무로 변질된다.


‘취미든 뭐든 할 거면 잘해야지.’
이런 한국식 성과 문화가 우리의 행복을 조용히 가로막는다.




그런데, 그게 문제일까?


문제다.


인간은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을 통해 행복감을 얻고,
그 행복감이 진짜 중요한 성과를 이루기 위한 에너지원이 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에너지를 얻는 과정 자체를 잃어버린 채 살고 있다.

그래서, 번아웃이 온다.


‘그냥 쉬는’ 청년이 50만 명을 넘었다는 뉴스.
출산율이 여전히 0.7명대에 머무는 현실.

이 모든 것이 번아웃된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쩌다 우리는 쉬지 못하는 인간이 된 걸까?


우리의 환경이 비효율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AI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불안하다.
오늘 나와 대화를 나눈 지인도 그랬다.
불안해서, 더 열심히 뭔가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번아웃을 반복하는 인간은 결국 무너진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불안한 마음에 더 빨리 달릴수록, 더 먼저 쓰러진다.


마음이 조급한 때일수록,

짧은 시간이라도 몰입과 행복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불안한 마음을 다잡고,

어떻게든 삶에 균형을 찾아가는 사람은

먼 미래에도 두 다리로 걷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길가 어딘가에 쓰러져 있을 것이다.



후달리면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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