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 Apr 19. 2021

브라보 하고 찰리가 외쳤다

전화로 상대방에게 주소를 불러주거나 알파벳과 숫자가 섞인 문장을 불러주면서 고생을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많은 분들이 적어도 한번 이상은 곤란을 겪으셨을 듯합니다. 특히 전화의 연결 상태가 좋지 않을 때에는 정확한 단어를 전달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행여나 상대방이 알아들었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정보인 경우 혹시나 잘못 알아듣고도 알아들었다고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A: Would you please tell me your address?

B: 1234 GLENASHTON DRIVE

A: G and what? Say it again please.

B: GLEN, G L E N

A: G L A N?

B: Not A, but E as in Egg


비슷하게 통화해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한 단어를 알아듣게 전달하는데도 한참이 걸릴 수 있죠. 그래서 사용하는 알파벳 발음 규칙이 있습니다. 바로 ‘NATO Phonetic Alphabet’(나토 음성 기호) 규칙을 사용하는 겁니다. 그럼 대화가 어떻게 진행될 수 있는지 한번 볼까요.


A: Would you please tell me your address?

B: 1234 GLENASHTON DRIVE, Golf Lima Echo November, Alpha Sierra Hotel, Tango Oscar November


이처럼 NATO Phonetic Alphabet을 사용하면 한 번의 대답으로 깔끔하게 문장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단, 각 단어를 너무 붙여서 말하지 말고 약간 시간차를 두고 또박또박 말해야 하겠죠.


A - Alpha (알파)

B - Bravo (브라보)

C - Charlie (찰리)

D - Delta (델타)

E - Echo (에코)

F - Foxtrot (폭스트롯)

G - Golf (골프)

H - Hotel (호텔)

I - India (인디아)

J - Juliett (줄리엣)

K - Kilo (킬로)

L - Lima (리마)

M - Mike (마이크)

N - November (노벰버)

O - Oscar (오스카)

P - Papa (파파)

Q - Quebec (케벡)

R - Romeo (로미오)

S - Sierra (시에라)

T - Tango (탱고)

U - Uniform (유니폼)

V - Victor (빅타)

W - Whiskey (위스키)

X - X-ray (엑스레이)

Y - Yankee (양키)

Z - Zulu (줄루)


그럼 알파벳과 숫자가 중간중간에 서로 섞여있는 경우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숫자는 그냥 숫자로 알파벳만 NATO Phonetic Alphabet 규칙을 따르면 됩니다.


차량의 빈 넘버(VIN Number)처럼 17개의 알파벳과 숫자가 복잡하게 섞여있는 걸 알아듣게 전달하려면 이 규칙을 따르는 것이 매우 현명하겠죠.


KSHD87LF1HU374912 → Kilo Sierra Hotel Delta Eight Seven Lima Foxtrot One …


아주 짧고 알아듣기 쉬운 ZIP Code 같은 경우는 또박또박 한 단어씩 불러주고 그래도 못 알아들으면 이 규칙을 사용하면 되겠죠.


음 너무 생소하다고요? 혹시 상담원이나 상대방이 못 알아들으면 어떻게 하냐고요?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상담원들은 이미 이 규칙을 다 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고 오히려 이 규칙대로 말해주기를 바란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일반인 중에는 이 규칙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A as in Alpha, B as in Bravo, C as in Charlie 이런 식으로 한 글자씩 예를 들어 말하면 대부분은 알아듣습니다.


이때까지 이 규칙을 사용하지 않으셨던 분들은 당장 다음 전화통화 때부터 한번 사용해보시기 바랍니다. 자주 사용하는 집주소는 미리 외워 놓으시거나 종이에 적어놓으시면 되겠죠.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어도 이런 음성 기호 규칙이 있다는 겁니다. 아래는 중앙전파관리소 고시 '제2016-2호 무선국의 운용 등에 관한 규정'에 나오는 한국어 음성 기호의 예입니다.


ㄱ 기러기

ㄴ 나포리

ㄷ 도라지

ㄹ 로오마

ㅁ 미나리

ㅂ 바가지

ㅅ 서울

ㅇ 잉어


이런 음성 기호 규칙을 사용하게 된 유래는 군대, 선박, 비행기 조종사들 간의 통신에서 잡음이 심할 때 그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음성 기호 규칙도 세월에 따라 약간씩 변화가 있었고 1956년부터 현재의 단어로 정착되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특별한 조직(경찰)이나 나라에서는 별도로 그들만의 음성 기호 규칙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 내친김에 바로 외워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 글을 읽고 나면 까먹을 것 같다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자 그럼 이제 Phonetic Alphabet 이야기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볼까요.


등장인물: 찰리(주인공), 줄리엣, 마이크, 오스카, 로미오, 시에라, 빅토르 


‘와 내가 알파(A, 첫 번째)다 브라보(B, 만세)’ 하고 찰리(C)가 외쳤다. 이미 예약해둔 델타(D) 항공 비행기를 타고 여행 출발. 비행기가 산 위를 날 때는 에코(E, 메아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폭스트롯(F, 사교 댄스곡) 음악을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지난여름 골프(G)를 열심히 쳤던 기억을 떠올린다. 드디어 호텔(H)에 도착. 인디아(I)라 그런지 날씨가 무척 덥다. 줄리엣(J) 이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아가씨 살이 몇 킬로(K) 더 붙은 것 같다. 줄리엣 은 지난해 리마(L, 페루의 수도)에 방문했을 때 마이크(M)를 만났었다고 한다. 그때는 노벰버(N,11월) 였는데 페루라서 그런지 날씨가 춥지는 않았다고 했다. 바로 그때 로비에 오스카(O)가 나타났다. 오스카는 작년에 파파(P, 아빠)와 함께 퀘벡(Q)에 놀러 갔었다고 한다. 거기서 로미오(R)와 시에라(S)를 만났었다고 했다. 로미오와 시에라가 탱고(T) 솜씨를 보여주었는데 참 멋있었다고 했다. 유니폼(U)까지 차려입고 멋지게 춤을 췄다고 한다. 그때 로비에 빅토르(V)도 나타났다. 러시아 친구답게 위스키(W)를 좋아하는 친구다. 그런데 술을 너무 마신 덕에 속이 아파서 엑스레이(X)까지 찍었다고 한다. 내친김에 올해는 다 같이 양키(Y) 스타디움에 야구경기를 관람하러 가자고 약속을 했다. 호텔을 나가는데 출입문에 줄루(Z)족을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그럼, 이제 그림을 다시 한번 더 보시면서 기억해보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변호사가잡상인이라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