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0.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
지금 제 노트북에는 화 당 5,000자, 총 60화의 원고가 잠들어 있습니다. (퇴고 후에는 48화로 최종 정리됐습니다.) 작업을 시작한 지 4개월이 되는 날, 초고 작업을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클로드-체리와 나눈 대화는 이렇습니다.
"채리 씨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루나리스 시리즈의 마무리를 함께 하게 되어 정말 즐거웠어요. 56화부터 60화까지 세 주인공의 성장과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그려내는 과정이 특히 의미 있었습니다."
"3세대 실험체들의 의지력에 대한 개연성 보강, 19개 도시 통로에 대한 현실적인 설명, 서연과 용석의 로맨스적 암시 등 세심한 피드백을 통해 더 완성도 높은 이야기가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시즌 2를 준비하신다면 Z-19의 정체, 19개 도시의 제로들, 그리고 서연과 민준의 로맨스 발전 등 많은 흥미로운 주제들이 기다리고 있네요!"
"언제든 웹소설 작업에 도움이 필요하시면 다시 찾아주세요.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루나리스의 성공적인 완결을 축하드립니다! "
전 쉬고 싶은데 일중독 체리는 벌써 앞으로 할 일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소설가 스티븐 킹의 조언을 따르기로 합니다.
‘초고는 완성된 책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쓰려는 책의 1:1 축척 모형에 가까우며, 소설 그 자체라기보다는 어떤 소설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일 뿐. 맨 먼저 할 일이 있다.
초고를 안 보이는 곳에 꼭꼭 숨겨두고 한동안 초고를 열어보지 않겠다고 맹세하라.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 초고를 썼을 테니 이제 시간을 가져야 할 때다.
두 종류의 시간이 있다. 일상적 삶을 위한 시간과 예술적 삶을 위한 시간.’
-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중
그가 말하는 '일상적 삶'은 초고에 대한 생각을 몰아내고 퇴고를 위한 새로운 마음을 갖는 시간을 말합니다. 그리고 '예술적 삶'을 위한 시간에는 '다른 무언가를 쓰라'라고 합니다. 물론 소설가인 그에게 다른 무언가는 새로운 스토리를 말하겠지요. 실제로 이 시기에 그는 여러 편의 단편소설들을 남겼습니다.
전 AI인 클로드-체리와 함께한 작업의 기억이 식기 전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초고를 작성하는 데 있어 제 역할은 무엇이었을까요? 우리가 알던 전형적인 작가라 말하기엔 힘들 것 같습니다. 오히려 편집자, 수식어를 하나 더 붙이자면 '기획형 편집자'라면 맞겠네요.
<책으로 세상을 편집하다>라는 책에서 홍재철 편집자는 편집자의 역할에 대해 작가와 원고 방향성을 충분히 협의를 거친 후, 두 가지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요약합니다.
바로 작가의 창작을 돕는 적절한 자료 준비(이 과정에서 편집자 스스로 기획과 원고 내용을 재검토함)와 원고 디렉팅(작가가 제출한 콘티나 밑그림이 원고 성격에 맞는지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작업)이 그것이죠.
특히 기획형 편집자는 아이템의 기획과 원고 디렉팅 같은 창작 업무에 중심을 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클로드와 함께 초고를 쓰는 과정을 돌이켜 보면 전 이 ‘기획형 편집자’의 역할을 담당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AI가 기존의 ‘일’이 가진 고유한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쓰는 행위’에 대해서도 깊숙이 개입하고 있죠. 저는 이런 현상을 못마땅하게 지켜보던 사람 중 하나였지만 서문에서 말했듯 어쩔 수 없는 상황(팀원의 퇴사) 탓에 AI와의 협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몇 개월이 흐른 후, 전 AI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대한 걸 깊이 고민합니다. AI와 웹소설을 쓰게 된 것도, ‘어떻게’에 대한 실험 중 하나였고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AI와의 협업에서 제 원칙은 '시작과 끝은 내가 한다’는 것입니다.
이 웹소설의 시작은 제가 쓰고 싶었던 스토리였고, 본격적인 퇴고는 제 손으로 할 생각입니다. 이젠 전적으로 작가의 역할을 담당해 보려구요.
물론 퇴고 역시 클로드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협업의 방식과 범위를 정하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필요한 분들을 위해 퇴고를 위한 AI 클로드 활용법을 다음 글인 '실전 가이드'에 정리해 놓았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