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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이칠 Feb 17. 2024

무엇을 올릴지에는 고민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루고 싶었거든

사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보겠다고 했을 때 어떤 영상을 올릴 건지에 대해서는 큰 고민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미 한 달간 대만을 한 바퀴 돌며 찍어온 영상의 소스들이 잔뜩 있었거든.


이전의 여행에서는 사진으로 그곳을 남기는 것에 집중했었고 그래서 여행의 매일동안 2kg 가까운 무게의 필름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기도 했었다.

그리고 여행의 매일을 기록하는 것에 집중하며 여행의 밤이면 못해도 2시간, 길면 3시간 넘게도 하루하루의 거의 모든 것과 나의 감정, 생각, 느낌을 일기장에 써 내려가는 시간도 보냈었다.


그런데 이번에 대만으로 떠나면서는 조금 생각을 달리했었다.

사진은 그 순간의 그럴듯한 모습이나 아름다운 혹은 멋진, 내가 무언가를 느낀 그 순간을 포착해 담고 그것을 다시 보는 때에는 사진에 필터를 씌우듯 나의 기억에도 일종의 추억 보정 필터를 씌워 그 순간의 좋았던 것만을 떠올리게 된다는 느낌. (실질적으로 인스타나 블로그에 한번 올리고 나면 그 사진을 다시 보게 되는 일도 거의 없기도 하고.)

- 이게 내가 대부분의 감성적인 사진을 올리는 여행 인스타그램 채널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다. 무언가 인위적으로 포장하고 과장하고 억지로 더 꾸며서 좋게, 아름답게, 있어 보이게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듯한 느낌. 물론 그것이 그곳의 관광청이나 여행 업계에서는 좋아하는 이미지겠으나 실적적으로 그곳을 방문했을 때 그런 모습들을 만나는 것보다 그렇지 못한, 포장되지 못한, 현실적인 모습을 만나는 순간들이 더 많을 텐데 그것들에 대해서는 마치 없는 것처럼 보여주지 않고,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그런 느낌.

일기는 하루의 끝에 하루를 되짚고 회상하며 나의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는 순간들은 좋았으나 그것 또한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된다는 생각에 이번 여행에선 그것을 줄여보자는 생각을 했었다.(하루를 정리하는 일기를 쓰는 행위 자체가 목표가 되어 여행지에서 꾸벅꾸벅 졸며 몇 시간을 매달린 경험도 있었으니, 그것 또한 여행을 망치는 행위 중 하나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선 영상으로 기록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

더 생생하고 그 순간의 소리와 나의 표정들까지 기록되는, 후에 보더라도 스스로의 보정 필터를 조금은 덜 씌워 그때 그랬지 자체를 바라볼 수 있겠다 싶었다. 무엇보다도 지금이 가장 젊은 순간이라는 생각에 그걸 남기고 기록해 보자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

카메라의 경우에는 다행히 몇 년 전 유튜브를 해보겠다고 사놓았던 고프로 8이 있었다. 한 10번 정도 1분도 안 되는 잠깐의 녹화만 해본 채 먼지만 잔뜩 쌓여가던 고프로.


그렇게 이번 대만 한 달 여행에선 고프로를 들고 다녔었다.

한국에선 그러지 못했지만, 대만에선 혼자 열심히 들고 다니며 혼잣말도 중얼거리며 그냥 그 순간들을 찍었다.

무언가 이걸 찍어야 해! 보다는 일단 찍어야지의 느낌으로 뭐가 됐던 일단 찍었다.

그렇게 하루의 밤에는 SD카드의 파일을 외장하드로 옮기는 것으로 마무리. 그렇게 한 달의 대만 여행을 쌓았다.


그 영상들을 어떻게 포장할 건지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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