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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레박 Sep 02. 2021

실검 마케팅, 누가 처음 시작했을까?

제레박의 First Mover 1편. 토스 행운퀴즈

안녕하세요? 제레박입니다.


브런치를 쓴다고 해놓고 2개월째 방치중이라 뭐라도 하나 올려보자 생각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뭘 쓸까 하다가 First Mover 시리즈 5개중에 토스 행운퀴즈로 만든 실검 마케팅을 써보면 좋을것 같아서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글을 시작합니다!


대한민국이 한때 실검 마케팅 광풍에 휩싸였던 적이 있죠. 그 광풍의 시초는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토스의 행운퀴즈 광고 상품이었습니다. 


http://www.shina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43469


토스 행운퀴즈는 원래 토스 앱 안에서 사용자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려고 만든 퀴즈 플랫폼 중의 하나였죠. 누구나 토스에 입금된 본인의 돈으로 퀴즈를 내고 정답을 맞춘 사람들이 선착순으로 랜덤하게 당첨금을 가져갈 수 있는 재밌는 서비스였어요.


하지만 이게 네이버 실검을 장악하게 된 첫 계기는 2019년 2월쯤 토스에서 유저들에게 적립금을 대량으로 뿌려주는 용도로 사용하면서부터였습니다.


http://news.imaeil.com/Economy/2019022016440216880


지금도 앱테크가 트렌드라고 하지만 이때도 퀴즈를 맞추면 현금을 지급하면서 체류시간과 DAU를 늘리는 잼라이브 등의 앱이 활성화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토스도 비슷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현금을 쏴주고 있었습니다. 친구 초대 메시지를 보내기만 해도 돈을 주고, 친구가 가입하면 또 돈을 주고... 그러면서 행운퀴즈도 돈주는 다양한 방식중의 하나로 사용되게 되었죠.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는 사실상 현상을 반영하는 "후행지표" 였으나, 이 사건을 계기로 "선행지표"로 바뀌면서 트렌드 -> 실검 -> 기사 형태로 반영되는게 아니라 실검 -> 트렌드 -> 기사 의 프로세스로 변모하게 됩니다. 


그걸 알아본 한명의 마케터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접니다. 토스 행운퀴즈가 며칠동안 실검을 장악하는걸 파악한 저는 토스 제휴 메일로 문의를 보내게 됩니다. 행운퀴즈를 광고 상품으로 사용하고 싶은데 비용은 어떻게 되냐고.


그리고 스타트업답게 엄청 빠른 피드백 메일이 왔어요. 아직 광고 상품은 없는데, 고객들에게 뿌릴 당첨금 + 수수료를 주면 진행할수 있다고. 저는 이미 잡혀있는 브랜드의 프로모션에 태울 광고비 쓴다 생각하고 팀장님께 보고하고 바로 부킹을 진행했죠. 퀴즈랑 답변을 약 5가지 정도 적어서 보낸 뒤 드디어 3월 13일 약속의 그날이 왔습니다.


http://www.topstar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00165


바로 실검 1위. 당시 실검 1위를 찍으면 온라인 기자들이 알아서 기사를 양산해주는 시스템이 있어서 손도 안대고 기사만 약 40여건을 만들어냈구요. 자사몰은 엄청난 트래픽으로 다운이 되었고, 저는 GA 실시간 동접자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숫자를 경험했습니다.


재미를 한번 봤으니 이제 계속 해야죠? 두번째 실검도 바로 다음주 3월 20일에 부킹하고 광고 집행했습니다.


https://m.mt.co.kr/star/view.html?gnb=issue&snb=issue&no=2019032014533492365#_enliple


결과는요? 당연히 실검 1위. 때마침 이때 에뛰드에서 옴니클럽데이라는 새로운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어서 네이밍을 알리는데도 많은 역할을 했었네요.


그리고 토스는 행운퀴즈의 상품력을 확인하고 공식적으로 매체소개서를 작성하고 랩사에 뿌리게 됩니다. 초기의 광고상품 소개서에 보면 꼭 에뛰드가 진행했던 사례가 들어가있구요! 그러면서 당첨금과 수수료는 제가 처음 진행했을때와는 완전 다른 비용으로 변경되면서 광고비가 크지 않은 저희 브랜드는 집행을 더이상 할 수 없게 되었죠. 


거기에 행운퀴즈는 어마어마한 인기로 하루에 1브랜드만 받는다는 원칙때문에 이미 한달정도는 행운퀴즈 광고가 풀부킹이 되어있었어요. 행운퀴즈 부킹날짜에 맞춰서 계획되어있던 프로모션 일정을 변경할 수 없었던 저는 떠나간 전여친을 바라보듯이... 행운퀴즈를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죠.


하지만 제가 누구죠? 안 되는걸 되게 하는 마케터. 


초반에 제가 행운퀴즈는 뭐라고 말씀드렸죠? 퀴즈 플랫폼. 누구나 본인의 돈을 넣고 퀴즈를 만들수 있다고 했죠. 그 부분을 이용하는 비공식 퀴즈들이 점점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http://www.topstar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31475


공식 광고로 부킹하지 않았는데도, 연잎핫도그 같은 소규모 업체에서도 실검을 올리는 걸 발견한 저는 또 다시 시도를 해봅니다. 결과는요? 당연히 성공.



그 뒤로 여러번 개인 자격으로 행운퀴즈를 집행하면서 5월에는 자사몰 프로모션과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맞물리면서 일매출을 약 68배나 성장시키기도 했죠. 2019년 그동안 올려놨던 실검 현황이 대체 얼마나 되나 기록해보니 20위권 안에 무려 18회나 올려놓는 업적을 달성했네요.


하지만 좋은 일은 언제나 끝이 있죠. 토스에서는 공식 광고 상품을 판매중인데 개인 계정의 퀴즈들이 실검에 올라가는게 좋아보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행운퀴즈는 플랫폼 형식을 종료하고 그 뒤로 공식 퀴즈들만 집행하게 되면서 더이상 행운퀴즈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건 어렵게 되었구요.


그뒤는 아시다시피 토스뿐만 아니라 캐시슬라이드, OK캐시백 등 다양한 리워드 앱에서도 실검 광고를 출시하고, 무신사에서도 자체적으로 퀴즈와 push를 이용해 실검을 올리기도 하는 등 넘쳐나는 상업화된 실시간 검색어로 "후행지표"라는 타이틀은 점점 더 잃게 되었죠. 그러면서 몇번의 실시간 검색어 개편이 이루어지다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네요.


행운퀴즈로 실검 만들때 참 재밌었던 기억이 있네요.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자사몰 트래픽과 매출, 퀴즈 바로 직전 검색했을때 검색결과는 0이었지만 실검 올라간 후에 나오는 뉴스기사,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의 엄청난 글들. 하나하나 들어가보면서 내가 기획한 마케팅 결과물들이 세상에 나오는걸 보면서 즐겁고 재밌었네요.


재밌게 읽으셨나요? 가볍게 소회를 풀듯이 적어보았습니다. 마케팅 에세이라는게 있다면 그런 느낌으로 후루룩 적었으니 부디 읽으시는 분들도 가볍고 재밌게 읽어보셨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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