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사실상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서 제 자리를 찾아가는 한해였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악재보다 호재가 더 많을 수밖에 없었던 시기에 창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불과 6개월 만에 폐업을 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처참하게 망가졌다. 한국과 대만에서 대형 외식 기업 근무를 하면서 쌓은 경험을 믿고 출발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은 폐업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화려했던 시작에 비해 허탈했던 EXIT(이하 '엑시트'로 명) 때문이었다.
창업과 결혼식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대부분은 화려하게 하기를 원하고, 또 중고보다는 새것으로 시작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물론 시작하는 마당에 그 마음은 충분히 공감이 된다. 하나, 창업은 결혼식과 다르게항상 '엑시트'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외식업은 유행에 따라서 대게는 하락기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물론 확률적으로 지속성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 엑시트를 염두에 두면서 시작해야 하는 이유이다. 창업을 시작함과 동시에 아니 시작 전에 점포 선정부터 이 숙제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마무리까지 성공적인 창업이라고 할 수 있다.
'창업에서 화려한 시작의 기쁨은 잠깐일 뿐이다. 영업 첫날 이미 후퇴할 방법이 없는 전쟁은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잘 폐업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한마디로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면 성공. '투자금 이상의 차액이 발생하면 훌륭한 엑시트'라고 볼 수 있다. (엑시트는 사실 대규모 합병 인수 즉 M&A 시장에서 사용하는 나름의 전문 용어이며,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을 때 표현하는 단어이다. 소위 망해서 급하게 파는 것을 '엑시트'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이를 '자영업계에서는 흔히 '양도양수'라고 말한다')
2022년, 성공적인 외식 브랜드의 엑시트 사례는?
올 한 해 성공적인 엑시트의 사례로는 '역전 할머니 맥주'의 소종근 전 역전 할머니 맥주 대표가 아닐까 싶다.
그는 이미 38살에 1,000억 원 자산가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다. 역전할머니의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는 한동안 외식업 & 프랜차이즈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도 엄청난 화젯거리였다. 그만큼 흔치 않은 역대급 엑시트였다는 것이다. 물론 1,000억대 엑시트가 아니어도 꾸준하게 단골을 유지하며 장사를 잘하는 것도 대단한 성공이니 너무 부러워할 필요도 자괴감이 들 필요도 없다. 그저 역전 할머니 맥주의 성공 사례는 엑시트에 대한 중요성 이 이야기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예를 든 것뿐이다.
2022년 4월 OEPN, 10월 영업 종료
나는 반년 넘게 기획하고 준비했던 카페를 불과 반년만에 정리를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힘들어할 시간도 잠시였다. 보통은 2년 단위로 계약하는 점포의 남은 계약 기간을 채워줄 새로운 임차인 즉 양도양수 할 사람을 구해야만 추가적인 지출을 막고 점포 원상복구(철거)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이미 투자한 금액 따위는 잊어버려야 한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어렵게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고 지금은 정리를 했지만 그 과정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무엇보다 '왜 이 점포를 선택했을까?'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이 글은 그 아픔을 공유하는 글이기도 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고 약이라고 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시작이 두려울 정도로 큰 심리적 충격으로 다가올 때도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를 찾아간 이유>
양도양수를 목적으로 네이버 카페에 카페에 가입을 했다. 평일 낮임에도 동시 접속자가 수백 명이었고 양도양수 게시판은 쉴 틈 없이 매물이 올라왔다. 나처럼 아픈 사장님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 정신없는 게시판 사이에서 찾은 '점포 양도양수' 게시판. 그러나...
그러나 양도양수 관련 글 한번 올리기 위해서 수일이 걸렸다. 등업을 위해서 일정 수의 댓글 등록 그리고 주기적인 출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마음은 하루가 급한데 등업의 속도가 너무 답답하기만 했다. 며칠이 걸려서야 겨우 등업 후에 카페를 살펴보니 너무 많은 게시판으로 정신이 산만했다. 어쩌면 자영업자들에게 굳이? 필요 없는 게시판도 제법 많았다. 대부분 제휴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각종 상업 광고일 뿐이었지만 오히려 초보 장사인들에게는 머리가 아프고 선택 장애를 불러오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이곳에서 여러 차례 양도 양수를 시도했지만 거래가 이루어진 곳은 다름 아닌 '당근 마켓. 부동산 카테고리'였다.
네이버의 경우 전국적으로 글이 올라오기에 수요와 공급은 넘쳐나지만 분리가 되어있지 않아서 혼잡스러운 반면에 당근마켓은 지역 중심으로 접근이 가능했기에 빠르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게다가 아프니까 사장이다는 아무나 가입을 할 수 있기에 소위 말하는 꾼(주로 권리금을 부풀려서 중간에서 이득을 취하는 경우)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이들은 알게 모르게 접근을 시도한다.
이 때문에 지역별로 구분되는 카테고리의 필요성을 간절히 느꼈다. 그러던 중에 '아프니까 사장이다'와 '당근마켓'의 장점을 조합한 '장사인'을 알게 되었는데, 당근마켓처럼 '지역별 커뮤니티를 활용' 할 수 있는 점과 '장사라는 공통점'으로 모인 공간이어서 공유해 본다.
링크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나는 앱 스토어에서 어플 설치를 좀 더 선호한다.
네이버 카페처럼 등업 조건이 없다는 편의성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내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심플함의 대명사 배민처럼 한눈에 확 들어오는 카테고리까지.
그리고 기창업자들의 경우 익명성은 보장된 상태에서 '사업자 정보 인증' (나는 이 기능이 매우 마음에 든다)을 통하기 때문에 진짜 동종업계 자영업자들과 소통이 가능해진다.
이 기능이 중요한 이유는 네이버 창업 관련 카페에 떠도는 소위 꾼들을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종별로 지역별로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은 더 나아가 새로운 조합의 모태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야채의 경우는 공동구매를 통해서 구매 단가를 낮출 수 있고 세무 기장도 한 곳과 거래를 하면 비용을 좀 더 아끼거나 특정 업종에 대해서 전문적인 세무 기장 처리도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그 외에도 공용라운지와 업종별 라운지 / 내가 제일 관심 있는 '프랜차이즈 라운지'로 구분되어 있는데 공용라운지에서는 기창업자가 예비 창업자를 도와줄 수 있고, 업종별 라운지에서는 동종업계 사장님들끼리 소통이 가능한 점이 초보 사장님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많은 이야기는 광고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여기까지만 하겠다. 괜찮다고 생각이 들면 직접 어플을 다운로드하고 사용해 해보길 추천한다.
그저 나와 같은 경우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또한 초보 사장님들의 경우 방향을 잡기 어려울 때 누군가를 믿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을 때, 경험이 없는 아는 사람의 조언보다는 경험이 있는 모르는 사람의 조언을 듣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오늘의 글은 그런 의미에서 시작하였고 이후의 일은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기 위해서 이쯤에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돌이켜보면 실패는 정말 큰 약이다. 하지만 그 약도 삼킬 수 있고 소화할 수 있어야 진짜 약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삼켜야 하는 약이라면 잘 삼켜야 잘 소화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P.S.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말 하지만 사업이든 장사든 시작할 때 꼭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이 엑시트 전략이다. (이는 다 무너지더라도 다시 일어서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