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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옆 방이동, 잠시만 안녕?

결국, 떠나게 되었다. 그것도 한국이 아닌 대만으로

by 타이완짹슨

잠실 옆 방이동이라는 지방러의 서울살이를 주제로 글을 쓴 지 3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 동시에 2년의 계약 기간이 이제 약 1개월 정도밖에 남지 남았을 때. 그래서 하루하루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했던 시기에 예상치 못 한 전화를 받았다.

"대만에서 근무하실 생각 있으세요?"

2020년을 마지막으로 이제 이상 대만에서 지낼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 같은 한통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그래서, 가기로 했냐고? 그렇다. 가기로 했다. 아니, 정확히는 지금 이 글 또한 대만에서 쓰고 있으니 이미 와 있는 상태이다."

'제안 - 면접 - 처우 협의'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주가 되지 않았다. 이 짧은 시간 사이에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재 느끼는 이 불안감을 극복할 방법은, 결국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서 현재 느끼는 불안감을 더 큰 불안감으로 극복'하고 싶었다.


현재 익숙한 이 동네에서 느끼는 일상의 안정감과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 사이에서, 차라리 '큰 불안감에 나를 던져 보자' 그래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되려 그럴수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이다.

방이동 집은 예산에 맞춰야 했기에 그리 크지도 않았고 층수도 반지하보다 고작 한층 높은 위치였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왔을 때 내가 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게다가, 집 주변으로 내가 원하는 것들이 대부분 있었고, 답답할 때면 언제든지 걸을 수 있는 곳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내 인생을 조금 더 불 타오르게 만드는 요소는 딱히 없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하는 인간의 종류를 '스스로 타오르는 자연성 인간, 옆 사람의 영향으로 타오르는 가연성 인간, 불에 닿아도 타지 않는 불연성 인간' 이렇게 세 종류로 나누었다.

여기서 "나는 어디서 속하는 사람일까?"라고 질문을 던져 보았을 때, '스스로 타오르기를 갈망하지만, 옆 사람의 영향 혹은 환경에 의해서 타오름의 속도가 마치 바람에서 태풍이 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어쩌면, 방이동이라는 동네를 더 머물고 싶음에도 떠날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은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성장이 정체된 환경적인 요소였다. 그리고 세입자( 마음 한편이 불안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닌 내 집 하나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다시금 돌아오겠다는 나름의 이유 있는 '일보 후퇴'인 셈이었다.


그리고 이번을 끝으로 연재글 또한 잠시 쉬어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5년 넘게 살았던 대만이지만, 생김새를 제외하면 언어부터 모든 것이 다른 이곳에서 다시 빠르게 적응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때마침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또한 이번 주 마감이기에 시기적으로 겹친 것도 있다. 내심 지금까지 쓴 글들을 세상 사람들에게 평가받고 싶은 마음과 세입자가 뭐 대수라고, 자랑? 하고픈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 사이에서 차라리 잠시 쉬어가는 것 또한 더 타오르기 위해 필요할 것 같았다. "하지만, 멈출 생각은 없다" 몸은 방이동을 떠났지만 여전히 이 동네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은 많으니 말이다.


P.S

문득, 계속 살고 싶은 동네를 발견했는데 마음 한편은 늘 불안했다. 그건 아마도 매달 월세를 내야 하는 세입자라는 신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떠날 생각이었다면 그런 생각도 들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좋은 집주인을 만났고 월세도 안 밀리고 꼬박꼬박 내면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굴 붉힐 일, 뉴스에 나오는 전세 사기와는 무관하게 하루하루를 보내왔지만.

그렇다고 "마음속 조바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막상 떠나게 된 이 상황을 마주하고 보니, 마음 한편이 헛헛하다. 아마도, 당분간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밀물과 썰물처럼 들어오고, 빠져나가기를 반복하겠지만 길지는 않을 것이다. 정확히는, 나 스스로가 그렇게 되도록 할 것이다. 결국, 나를 타오르게 만들 새로운 마른 장작들을 찾기 위해 방이동을 떠난 것이 훗날 가치 있는 선택으로 남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은 가장 절실하면서도 지극히 평범한 목표가 하나 남아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서울 에 내 집 마련하기"이다. 물론, 목표는 방이동이며 눈여겨봐 둔 곳도 있다. 그 목표가 불타는 동기부여에 기름 같은 역할이 될 수 있길 간절히 스스로에게 응원해 본다.


아, 그나저나 이제 서울에 집도 없는 졸지에... 그렇게 되었다. 세입자일 때는 그래도 서울 사람인데요!라고 당당했던 나였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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