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가장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공간
예전에 '하버드 새벽 4시 반'이라는 책을 그저 제목에 이끌려 구매를 하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꽤나 그럴싸만 제목에 농락당한? 셈이었다. 알고 보니 저자는 하버드 출신도 아니었고, 책 제목에는 도서관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도서관은 그저 내가 지어 낸 상상일 뿐이었다. (실제 책에서 하버드와 도서관 이야기는 이야기의 양념 정도로만 등장할 뿐 전체적으로는 흔한 자기 계발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제목에 끌린 가장 큰 이유는 나는 새벽 4시 반까지 공부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왠지 성공할 것 같은 왠지 모를 압박감을 느꼈다.
새벽 1시, 북한 근처 독서실
하지만 독서실을 운영하면서 깨달았다. 현실은 새벽 4시 반까지 독서실에 남아 공부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끔 시험을 앞두고 몰아치기를 하는 학생들이 간혹 있기는 했지만 이 또한 늘 있는 일은 아니었기에 나는 대게 밤 12시가 되면 퇴근을 하고는 했다.
이곳을 인수할 때만 하더라도 나는 새벽 3 ~ 4시까지 환하게 불이 켜져 있고 그곳에는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모습을 상상했었지만 현실은 내 생각과는 꽤나 달리 차가운 바람만이 불었다.
누군가는 '거기는 하버드가 아니니까'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버드 도서관이라고 365일 새벽이 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집중해야 할 시점과 아닌 시점이 다를 뿐" 그리고 내가 운영하는 독서실은 자유롭게 수업을 선택해서 듣는 대학생들보다는 수능을 앞둔 고3 학생 혹은 1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을 준비하는 성인들 중심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이 말인 즉 공부 습관이나 일상 패턴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새벽 1시, 독서실과 아지트 사이
사람들은 으레 공부를 잘하면 모범생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정확히 공부를 잘하는 건 우등생이지. 모범생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절대적으로 착하고 바른 아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필자의 경우'이다. 우등생이라 불리고 싶은 모범생이랄까?
학원에서는 우등생이 홍보의 큰 역할을 한다면 독서실은 모범생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 특히나 한창 에너지 넘치는 10대 학생들의 경우 3명만 모여도 웃음이 넘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성인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래서 늘 모범생 유치? 에 노력했지만, 그 작전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한 번은 사고가 터지고 말았는데 한 여학생의 자리가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있는 것이었다. 방학인데도 불구하고 평소와 다르게 늦은 시간까지 있는 것이 의아하게 느껴졌다.
독서실을 운영하다 보면. 아니 정확히는 어른이 되어 보니 학생들의 거짓말이나 작은 행동의 변화도 감지가 되기 시작했다.
평소와 다르게 그날은 다른 일정이 늦게 끝나서 집에 가기 전 잠시 들른 날이었고, 그 의아함은 예상을 피해 가지 않았다. 나 또한 직감을 믿고 여성 열람실을 일일이 확인하여 숨어 있던 또래 남학생을 발견하였다. 나보다 키도 크고 훤칠한 인물의 남학생이었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 상황에게 두 학생에게 화를 내지는 않았다. 돌이켜 보면 나도 사춘기 시절 비슷한 고민을 했던 기억이 떠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이해하고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곳은 영업장이었기에 규정 위반으로 퇴실 조치는 불사 피했다. 원칙적으로는 차액에 대한 환불 의무도 없지만 추후 문제를 차단하고자 환불까지 깔끔하게 진행하였다. 만약에 여기서 용서를 해 주면 규정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고, 환불이 아까워서 경고에 그친다면 이러한 소식은 금세 퍼질 것이었다. 그럼 그때부터 이곳은 더 이상 독서실이 아니라 진짜 소위 노는 애들의 아지트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P.S
나 또한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독서실은 공부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그 시절 우리들의 은밀한? 커뮤니티 공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운영하는 입장에서 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늘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는 했었다.
독서실 또한 학원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일반 학원처럼 운영한다면 이미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학생들이 굳이 이곳까지 오고 싶지 않을 것이다. '공부하기 좋으면서도 때로는 모든 통제로부터 잠시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은 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럼 학생들이 자연스레 흥부와 놀부에 등장하는 제비처럼 박씨를 물고 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시험 기간에는 같이 등록한 친구들은 한 열람실에 등록해서 스터디룸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그렇게 배려의 온기가 전달되리라 믿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