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됐다
20대가 저물고 있었다. 소리 소문 없이, 아무런 결말도 없이 20대와 이별했다. 기분은 생각보다 담담하다.
10년 전, 지금의 나를 상상해 본 적 있다. ‘여유’라는 키워드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지금처럼 쫓겨살지는 않겠지라 기대했다. 돈으로부터, 직장으로부터, 사람으로부터.
좀처럼 오지 않을 것 같은 앞자리 ‘3’이 성큼 다가왔지만 바라던 대로 ‘여유’는 함께 오지 못할 듯하다.
‘30’이라는 숫자보다 더 무서운 건 N연차 직장인이 된다는 거다. 어떤 새로운 업무를 맡아도 ‘이쯤 했으면’이라는 전제하에 능수능란하게 일을 처리해야만 한다.
아무리 ‘초면’인 업무를 맡게 되더라도, 절대 당황해서는 안 되는 애매한 연차의 ‘선배’가 됐다. 잘 해내도 칭찬은 없다. 못하는 게 문제가 될 뿐이다.
더 위험한 사실은 아이러니하게도 능력치는 ‘인턴’ 때와 별반 다를 게 없는데 벌써 마음은 ‘꼰대’가 됐다는 점이다.
그토록 혐오하던 ‘꼰대’ 같은 조언을 신입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툭툭 내뱉는다. ‘선배병’ ‘꼰대병’에는 약도 없다. 그 무섭다는 ‘중2병’보다 증세는 더 심각하다. 사춘기 마냥 일시적인 것도 아니라 더 끔찍하다. 퇴사를 해도 완치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꼰대’ 화법으로 조언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또래 친구들도 부쩍 많아졌다.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조언은 하지 말자. 꼭 해야 하는 조언이 있더라도 절대 하지 말자’고 수없이 다짐한다.